모르는 마을 The Unknown

디자인얼룩展 / designAllook / installation   2012_1106 ▶︎ 2012_1130 / 월요일 휴관

디자인얼룩_괴물카프라 다이어그램_종이에 드로잉, 잉크젯 프린트_가변크기_2012

초대일시 / 2012_1106_화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 / 2012_1109_금요일_07:00pm 주제 / 공동체와 예술 패널 / 김준기(미술평론가)_김우(성미산마을 활동가)_김규항(칼럼니스트) 김희진(아트스페이스 풀 디렉터)_디자인얼룩(김지혜, 장종관)

후원 / 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기획 / 아트스페이스 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풀 ART SPACE POOL 서울 종로구 구기동 56-13번지 Tel. +82.2.396.4805 www.altpool.org

도심 속 마을공동체와 예술, 그리고 예술행동 ● 짱돌과 풀. 장종관과 김지혜 두 작가의 새로운 이름이다. 이들은 서울 마포구의 성미산마을에 살기 시작하면서 짱돌과 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부부 예술가이다. 이들은 공동 육아 시스템이 잘 짜인 그곳 성미산마을로 이주하면서 마을과 예술이 어떻게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지를 발견하고 있고, 스스로 그 사례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전의 그들은 예술하면서 살았지만, 이제 그들은 살면서 예술한다. 짱돌 장종관과 풀 김지혜. 이들은 마을이 좋아 그곳에서 살기로 했고, 이제 마을은 그들을 품어 안으로 서로 닮아가고 있었다. 디자인얼룩이라는 이름으로 공동 작업을 하고 있는 그들은 세계는 오롯이 마을의 품에 안겨 있다. ● 집에서 집으로, 골목에서 골목으로 이어진 성미산 기슭의 마을 풍경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빌라와 빌라의 연속인 도시 마을의 건물들과 골목과 계단으로 이어진 길이 있고, 콘크리트 사이에서 자라는 풀꽃 화분들,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마을이다. 그들은 이 이야기들을 단초로 심리지도를 그렸다. 이 심리지도는 마을의 모습을 재현하는 지도가 아니라 마음을 재현하는 지도이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초현실적인 이미지의 연쇄 그 자체로 확장한다. 심리지도는 두 예술가들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방법론이다. 이들에게 마음의 지도야말로 함께 만드는 예술을 시작하는 단초가 아닐 수 없다. ● 그들의 공동 작업은 이전에 그들이 해왔던 개별 작업의 장점을 모아 시너지효과를 제대로 보여준다. 특히 작업을 구상하는 단계와 진행과정, 그리고 그것의 확대재생산이라는 면에서 그렇다. 「괴물카프라」는 창고 겸 작업실로 써온 일산 작업실에 쌓인 사물들을 활용한 설치작업이다. 5미터가 넘는 이 거대한 설치작업은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로 이어지는 현대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은유한다. 그것은 과잉사회가 남긴 부산물들을 가지고 모든 것의 과잉을 대변하는 현대도시라는 괴물을 표현한 것이다. 이 구조물은 마을과 도시와 사회와 지구에 대한 파편화된 인식을 주섬주섬 모아놓은 심리지도의 입체 버전이다. 개별의 오브제들을 유니티로 활용해 거대한 구조체를 만들어 나가는 카프라 놀이의 원리를 이용한 작업으로서 특정 대상을 재현하는 구상작업이 아니라 비가시적인 공간을 구축하는 추상작업에 가깝다. ● 이 작품은 특정한 형상을 염두에 두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하여 재료들을 조립한 것이 아니라 사물과 사물의 만남을 더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간 구축의 방법을 썼다. 네덜란드에서 유래한 카프라(KAPLA)는 '요술'이라는 뜻의 Kabouter와 '판자'라는 뜻의 Plankues를 합쳐서 만든 말이다. 이것은 단일한 형태의 원모 나무판자를 쌓아서 다양한 모형을 만들어내는 요술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것은 끼워 넣거나 붙여서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역학, 무게중심, 힘의 분산, 중력의 원리 등을 이용해서 차곡차곡 쌓는 교구이다. 디자인얼룩의 「괴물카프라」는 이러한 카프라의 원리를 차용해서 만든 설치작업이다. 이 작업의 유니트들은 안전모와 쇠자, 빗자루, 우산, 시멘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물들이다.

디자인얼룩_괴물카프라_혼합 오브제 설치_5200×3200×3300cm_2012

이 작업의 출발은 2012년 봄 성미산마을축제에 참가한 디자인얼룩의 퍼포먼스 준비 작업에 있다. 공동육아를 위해 이 마을로 이사 온 이들은 해마다 열리는 마을 축제의 퍼레이들에 참가하는 이웃들에게 좀 더 색다른 분장도구들을 마련해주기로 하고 일산 작업실의 사물들을 이용한 오브제 작업을 만들었다. 이 오브제 작업들은 축제의 퍼레이드를 위한 소도구로 훌륭하게 쓰였고 이후 낱낱의 유니트로 「괴물카프라」의 일부분을 이루었다. 이 작품은 개체와 군집간의 관계를 별개의 것으로 상정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 축제의 소도구로 쓴 사물들로 이뤄진 거대한 구조물은 그 자체로 세상을 은유하는 사물들로 전환했다. 개체로서 의미를 생성하고 군집으로 의미를 확대재생산하는 과정으로서의 예술이다. ● 「연대카프라」는 성미산마을 속의 커뮤니티아트의 범주를 확장한 액티비스트 아트이다. 이들의 예술행동은 성미산마을이 그 이웃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종의 사회적 연대활동이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행위 그자체가 아니라 의제를 설정하고 그것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는 소통의 경로를 만든다는 점에서 '행위에서 행동으로 확산하는' 예술행동, 즉 소셜 퍼포먼스이다. 동네예술가 디자인얼룩이 사회적 연대의 장에 뛰어든 사건은 홈플러스가 합정동에 입점하려는 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상인과 주민의 연대활동이다. 홈플러스의 계획은 망원동과 성산동 일대의 상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주체들의 입점저지운동에 직면해있다. 동네상권과 거대자본의 충돌은 시장상인들 뿐만 아니라 지역단체들, 나아가 디자인얼룩이 살고 있는 성미산 일대의 마을사람들까지 연대한 자본과 시민의 충돌로 번졌다.

디자인얼룩_연대카프라_단채널 영상_00:02:30_칼라 필름 스틸_2012

그들은 예술가로서 홈플러스 싸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망원시장 입구의 전광판에 주목했다. 이들은 상인과 주민의 목소리를 담은 다양한 작업을 준비했다. 시장을 자주 들락거리며 상인들과 만나고 아이들과 함께 시장풍경을 그리고, 그것을 공동체 웹사이트에 올려 주민들의 공감대를 얻기 시작했다. 플래시 영상으로 만든 전광판 아트 「시장시」는 시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시각과 청각의 이미지들을 조합해서, 현대도시에서 시장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의미, 풍경과 상황을 담았다. 아이들의 눈으로 발견한 시장의 장면들을 드로잉과 텍스트 편집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시장의 상인들, 공동육아와 두레생협의 구성원들, 지역시민단체와 동네예술가의 유쾌한 결합은 의제를 설정하고 확산하는 과정에서 예술공론장을 형성했다. ● 이들은 현장 퍼포먼스를 조직했다.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사물과 사건, 그곳의 정황과 정서를 엮은 워크숍들이 출발이다. 주민들이 함께 현장에 참여한 즉흥 퍼포먼스를 통해서 비장하고 엄숙한 시위문화가 아니라 유쾌한 퍼포먼스로 함께 뒹굴며 웃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그들은 그 퍼포먼스를 통해서 시민과 함께 새로운 예술행동을 만들어냈다. 예술가들의 준비 속에 참여자들의 즉흥적인 행동은 더 큰 창의성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예술이 비물질적인 존재로서의 예술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물리적 공간을 점유하는 오브제 형식의 예술만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 즉 특정한 공간과 시간에만 그 현장에 존재하는 한시적인 예술의 가능성을 확인해 준다. ● 성미산은 사람들에게 생태적 삶, 공동체의 삶을 가르쳐준 마음의 산이다. 성미산 마을사람들은 10년 전에 서울시의 배수지이전 공사를 철회시킨 전력이 있다. 몇 해 전에는 홍익 초중고등학교가 들어서 성미산의 20%가 자연의 모습을 잃었다. 지금 성미산공원 개발을 둘러싸고 세 번째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디자인얼룩은 성미산생태숲모임에 참가해서 소식지 만들기를 비롯해 주민과의 행사 꾸리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편집디자인에서 오브제의 제작, 퍼포먼스의 기획과 진행, 예술교육 형태의 워크숍 등으로 이어진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교감하고 자연 속에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워크숍이다. 그것은 성미산이라는 도심 속 자연을 지키는 생태운동의 일환이기도 하며, 도심 속에서 생태적 삶을 꾸리고자 애쓰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기도 하다. ● 그들이 펼치는 예술행동은 예술로서 서로 돕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예술협동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협동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한 데 뭉쳐서 구성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자치와 연대의 활동이며, 지배와 통치 이전부터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그것은 의식주 생활의 편익을 도모하는 생활협동조합을 비롯해서 의료, 육아 등 현대인의 일상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시민들이 식생활과 주택, 육아 등의 문제를 놓고 서로 도와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기존의 협동조합 이외에 예술향유의 문제를 놓고 서로 돕기란 그리 간단치가 않다. 현대사회가 제공하는 예술 콘텐츠는 대부분 예술가 주체와 관객의 1:1 만남으로 감성적 소통을 매개한 것에 한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얼룩의 활동은 마을공동체에 예술적 소통으로 활력을 주는 일에서 출발해 예술을 매개로 서로 돕는 예술협동을 이끌어낼 만한 자격과 자질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얼룩_시장 별똥 9_디지털 사진_가변크기_2012
디자인얼룩_시장 별똥 1_디지털 사진_가변크기_2012

동네예술가 짱돌과 풀. 이들의 삶과 예술은 로컬리즘을 다시 생각한다. 예술가에게는 경계를 허물고 그 너머의 상상을 키우는 존재로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을 수 있다. 동네예술가 디자인얼룩은 그 경계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예술가의 보편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그것이다. 예술가에게 있어 특수성은 곧 보편성의 단초이다. 특히 근대 이후의 예술에 있어서 보편어로서의 예술은 특수한 언어로서의 예술로 전환하고 있다. 국가와 도시, 시간과 공간, 인종과 성의 문제를 넘어서 전 지구적인 소통이 가능한 보편언어로서의 예술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공허한 것인지를 오늘날의 시민대중은 점점 더 깊이 인식하고 있다. 예술의 이름으로 시민대중에게 예술 속으로 들어와 줄 것을 강압하던 시대는 지났다. ● 그들이 성미산 마을 사람으로 살면서 그 속에서 동네예술가로서 살아가는 이 아름다운 모습을 통하여 우리시대의 상황을 성찰하는 예술적 소통이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이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자본과 권력의 힘은 성미산 인근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용산에도 있고, 강정에도 있고, 영도에도 있고, 여의도에도 있다. 그것은 가시적인 영역에서 구체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하고 비가시적인 영역에서 추상적인 폭력을 은밀하게 구사하기도 한다. 디자인얼룩의 매우 특수하고 지역적인 삶과 예술이 유의미한 것은 그들의 성미산마을 이야기가 결코 한 마을 속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시대의 평균적인 삶의 정황을 드러내는 보편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을을 품는 자치의 마음과 마을 바깥으로 확산하는 연대의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예술은 마을의 안팎을 두루 꿰는 인터로컬리즘, 즉 상호지역주의의 관점에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디자인얼룩_시장 시_단채널 영상_00:03:30_칼라 사운드 필름 스틸_2012 ⓒ 디자인얼룩, 아트 스페이스 풀

디자인얼룩의 예술은 사회의 구조의 문제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찰하고 기록하며 비판적 성찰의 자체로 재현하거나 표현하는 비판적 리얼리즘의 자세에서 한 걸음 진일보한 실천적인 태도에서 나온다. 이들은 현대사회가 직면해 있는 과잉의 문제, 개발과 독점으로 이어지는 자본의 탐욕에 대한 비판과 견제와 대안적 실천의 문제를 비판적 관찰과 예술적 성찰의 자세를 가진 예술가 주체의 문제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나아가 공동체 기반의 나눔의 삶과 예술이라는 의제를 가지고 사회 속으로 뛰어든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 속으로 뛰어드는 자세는 의제특정성을 염두에 둔 목적의식적인 예술활동가, 또는 행동주의 예술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들은 마을 속에 살면서 자신의 문제를 예술적 표현으로 연결하고 예술적 소통을 매개로 공동체의 의제를 공유하며 그것을 주변의 이웃 마을과 공유함으로써 종국에는 그것을 사회적 의제로 확산하는 방식의 공동체예술가이다. 살면서 예술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김준기

Vol.20121110g | 디자인얼룩展 / designAllook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