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 결 Layer & Grain

안세은_이주은 2인展   2012_1111 ▶︎ 2012_1121

안세은_겹_솔방울에 채색, 가변설치_가변크기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스페이스 함 space HaaM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37-2번지 렉서스빌딩 3층 Tel. +82.2.3475.9126 www.lexusprime.com

겹 (Layer) ● 어느 날 동네를 산책하다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솔방울이 눈에 들어왔다. 만져본 적 없는, 하지만 막연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자나 호랑이가 불쑥 내 앞에 나타난 것처럼 솔방울이 몹시 낯설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솔방울을 만져본 적이 있었던가? 수십 개의 잔 비늘 같은 조각이 겹겹이 달려 있는 솔방울은 열매일까, 꽃일까, 씨앗일까? 씨를 땅에 뿌리내려 다시 나무가 되는 방울은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켜켜이, 겹겹이 들어있는 씨는 다 무슨 소용일까? 여기저기 나뒹굴다 행인의 발에 밟혀, 지나가는 자동차에 짓이겨져 형체를 알 수 없이 부서진 솔방울 사이에서 갓 떨어진 듯 온전한 것들을 보이는 대로 집었다. 그 날 이후 솔방울이 눈에 띌 때마다 주워 모았다. 자루에 하나 가득 모인 솔방울을 꺼내놓고 보니 나무 같기도 하고 숲 같기도 하다. 솔방울 하나하나는 나 자신이기도 하고 너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은 너도나도 아닌 아무 상관없는 타인이다. 그게 그것 같이 생긴 솔방울은 그 날이 그 날 같은 어제와, 엇비슷한 오늘, 그리고 무한히 거듭될 것 같은 내일을 닮아있다. ● 겹 (Layer) 1. 물체의 면과 면 또는 선과 선이 포개진 상태. 또는 그러한 상태로 된 것. 2. 비슷한 사물이나 일이 거듭됨. 3. 면과 면 또는 선과 선이 그 수만큼 거듭됨을 나타내는 말. ■ 안세은

안세은_겹_솔방울에 채색, 가변설치_가변크기_2012

결(Grain) ● 캔버스 대신 습관처럼 써 온 나무 판자를 찾으러 목공소에 갔다. 여느 때처럼 대팻밥과 톱밥먼지가 가득하다. 문득, 목수의 선반이 눈에 들어온다. 용도를 알 수 없는 긴 통, 문손잡이, 다듬다 만 목각인형, 형체를알 수 없는 미완의 덩어리들이 선반 가득 어지러이 놓여있다. 거친 목수의 손 등에 패인 주름이 나무의 결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목수가 켜는 방향에 따라 나무가 지니고 있는 세월의 속살은 각기 달리 보일 것이다. 세월이 묻어나는 나뭇결을 닮은 목수의 손이 나무를 어루만진다.

이주은_Onstage S# 숨을 품고 있는 나무_캔버스에 프린트, 레진, 아크릴, 목탄_45×100cm_2012
이주은_Onstage S# 숨을 품고 있는 나무_캔버스에 프린트, 레진, 아크릴, 목탄_각 80×118cm_2012

그러고 보니 선반 위에 놓여있는 사물들에도 여전히 그 흔적이 묻어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어떻게 쓰이든 간에 나무이기에 남아있는 결이 살아 숨쉰다. 목수의 선반에서 가져온 사물을 내 선반에 놓아본다. 켜켜이 쌓인 시간이 내게로 들어온다. ● 결 (Grain ) 나무,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 ■ 이주은

Vol.20121112j | 겹, 결 Layer & Grain-안세은_이주은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