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토끼 - 길을 떠나다

정현자展 / JUNGHYUNJA / 鄭現子 / photography   2012_1113 ▶︎ 2012_1120

정현자_생각하는 토끼 #003-1_C 프린트_100×100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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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자 블로그_blog.naver.com/appletrees7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_12:00pm~06:00pm 전시시작날(화)과 마지막날(화)은 늦게 열고 일찍 닫습니다.

공근혜갤러리 GALLERY K.O.N.G 서울 종로구 삼청동 157-78번지 Tel. +82.2.738.7776 www.gallerykong.com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정현자의 회화적 사진 공간 ● 현대예술의 새로운 표현수단으로 부각된 사진은 회화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즉, 사진의 역사와 회화의 역사는 하나의 역사적 관점으로 모아질 수 있고, 또 그렇게 다루어져야 한다. 회화의 측면에서 사진은 세계를 보는 관점에 있어서 혁명적인 변화와 선택을 수용해야하는 매체였으며, 사진 예술의 측면에서 회화는 사진이 단지 기록을 넘어서 사진가의 철학과 개념을 포함하여 미적인 독창성까지 발현하게 하는 예술의 이상적 모델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현자의 전시는 사진+회화라는 조합에 대해 예술사적 통찰을 필요로 한다.

정현자_생각하는 토끼 #002-1_C 프린트_100×100cm_2010
정현자_생각하는 토끼 #004-1_C 프린트_100×100cm_2010

정현자의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사진작업은 사진과 회화의 오묘한 경계를 환기시킨다. 그 이유는 사진이라는 결과물에서 나타나는 피사체, 이미지가 회화적이기 때문이다. 인물과 배경이라는 형식적 요소를 회화적 촉감으로 채색하고 있는 정현자의 작품에서 관람자가 느낄 감성은 그림-이야기, 즉 어른을 위한 동화의 한 장면이다. 정현자의 작품에서 주목할 몇 가지 점은 인물을 주로 한 흑백사진에서 컬러사진으로 전환했다는 점이고, 인물의 표정보다 인물의 포즈, 존재감이 더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색채의 관점에서 바로크적이라 할 수 있는 컬러사진으로의 변신은 관람자들의 마음으로 깊이 들어가고자 하는 소통의 의지가 돋보인다. 길 떠나는 인생의 여정을 아름다운 색채와 심사숙고한 구도 속에서 한 인물이 연출하는 장면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현대인들의 동심 세계를 자극한다.

정현자_생각하는 토끼 #002-3_C 프린트_40×40cm_2010

이번 작업과 이전 작업의 유사한 형식적 맥락은 여전히 작가 스스로 피사체를 연극적 장면과 같이 연출한다는 점이다. 우선 사진에서 보이는 배경은 작가가 일일이 회화적 붓터치를 사용하여 그려낸 것이다. 그리고 인물들이 입고 있는 옷과 모든 소품들은 작가가 수작업을 한 것이며, 일상의 삶에서 수집한 자연물이다. 사실 회화나 사진의 역사에서 작가들이 연출하는 피사체 공간은 생경한 것이 아니다. 사진가로서 회화의 요소를 도입하는 것은 심리적 요소를 부각하고 싶거나 예술적 감수성을 끌어들이고 싶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손길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대상을 찍은 사진, 자신이 직접 연출하고 창조해낸 공간, 그것이 바로 정현자의 이미지 공간이다. 프레임 속 길 떠나는 토끼-형상의 인간-는 작가가 그린 배경처럼 회화적이다. 이 공간에는 초현주의자들이 종종 사용했던 기법처럼 혹은 입체주의자들이 추구했던 촉각적(tactile) 공간과 눈속임 기법(trompe-l'œil)이 있다. 얼핏 보면 모든 것이 그려진 것처럼 보이나 인물과 인물을 둘러싼 의미심장한 사물들은 실제라는 점이 이 사진의 매력이다. 사진이기에 가능한 부분, 바로 기계의 눈과 실재간의 묘한 경계사이를 탐색하는 작가의 실험이 이번 사진전의 핵심이다. 따라서 정현자의 사진은 내면적 퍼포먼스로 가득하다고 할 수 있는데, 내면적이라 명하는 이유는 한 장의 스틸사진을 위한 작가의 준비작업 자체가 하나의 행위예술처럼 진행되어 그 에너지가 관람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스며들도록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현자의 사진작업은 일관되게 배경과 피사체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연출하는데 있다. 흑백작업에서도, 이번에 시도한 컬러 작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전 작업에는 개인의 이야기를 부각한 점이 두드러졌다면 이번 사진은 보다 보편적인 주제인 인간의 인생길에 천착하되 무겁지 않은 소재인 동화적 회화세계로 풀어냈다는 점이 특색이라 하겠다.

정현자_생각하는 토끼 #006-2_C 프린트_40×40cm_2011
정현자_생각하는 토끼 #007-1_C 프린트_100×100cm_2012 정현자_생각하는 토끼 #007-2_C 프린트_100×100cm_2012

필자가 회화주의 사진의 맥락에서 정현자의 사진을 보는 일련의 관점은 사진가로서 여성의 위상을 높인 영국의 사진가 줄리아 마가렛 카메론(Julia Margaret Cameron, 1815-1879)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화주의 사진의 선구자라고 부르는 카메론이 "내 카메라 앞에 어떤 인물이 서게 되면 나는 전심전력을 다해 인물의 외양뿐 아니라 그 내부의 위대함까지도 기록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나의 염원이 구체화된 순간에야 나는 사진을 찍는다."라고 하는 언급처럼 정현자의 사진 속에서도 내면의 성찰과 인생의 여정을 표현하고자 한 열정과 회화적인 표현이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 이지언

Vol.20121113a | 정현자展 / JUNGHYUNJA / 鄭現子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