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피의 진기한 캐비넷 The Cabinet of Fi Lee's Curiosities

이피展 / LEEFI / 李徽 / installation   2012_1114 ▶︎ 2012_1209 / 월요일 휴관

이피_감기 곤충 The Cold Bug_종이에 수채, 아크릴채색, 색연필_54×42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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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114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아트링크 GALLERY ARTLINK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6번지 Tel. +82.2.738.0738 www.artlink.co.kr

이피의 진기한 캐비넷 ● 나는 매일 일기를 쓰듯, 그렸다. 하루 일을 끝내고 잠들려고 하면 잠과 현실 사이 입면기 환각 작용이 살포시 상영되듯이 나에겐 어떤 '변용'의 시간이 도래했다.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각이면 구체적 몸짓과 감각, 언어로 경험한 하루라는 '시간'이 물질성을 입거나 형상화되어 나를 찾아왔다. 나는 시간의 변용체인 어떤 형체를 재빨리 스케치해 두고 잠들었다. 그것은 대개 하루 동안 나를 엄습했던 감정의 내용들인 좌절이나 불안, 분노, 공포의 기록들이라고 부를 수도 있었다. 내 일기가 점점 쌓여 갈수록, 나는 폴 크뤼첸 Paul Crutzen이 말한 대로 우리의 지구가 신생대 제4기 충적세Holocene 이후 자연 환경이 급속도로 파괴되는 인류세Anthopocene를 지난다고 주장한 견해를 나의 '일기적 형상'들로 감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형상들은 가시적인 것들과 비가시적인 것들 사이에서 생겨난 에이리언들 같았다. 나는 그 형상들에 이름을 붙여 주면서 나 또한 '이피세 LeeFicene'라는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피_날개여자 The Wing Woman_혼합재료_230×200×180cm_2012

내 머릿속에서 '나'라는 괴물이 탄생하고 성장한 이후, 나는 지금 내 속에서 '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나의 캄브리아기를 지나가고 있다. 요즈음의 나는 내가 나를 바라보는 재미, 무수한 나와 나의 사이의 형상들을 관찰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나는 나를 억압하고, 공포에 짓눌리게 하고, 분노케 하는 것이 나를 차별하는 시선들, 질시하는 제도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 편견에 찬 문화적 토양들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차츰 나는 그 낯선Unheimlich 것들이 어떤 패러독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낯설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낯선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낯설다고 느낌으로써 그것을 멀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나에게 그런 낯선 것이 본래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오히려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런 것들의 정체를 홀로 앉은 밤에 대면했다. 그것들은 일기 속에서 어떤 곤충이나 동물 혹은 이름 붙일 수 없는 형상들과 비슷했는데 나는 그것을 나와 섞인 나의 외부, 혹은 나와 낯선 타자의 혼합물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무릇 작가는 언어로 명명되지 않는 언어와 언어 사이, 형상과 형상 사이를 비추어 보는 존재, 그 사이에 숨어서 떨고 있는 생명을 끄집어내 보는 존재가 아닌가 라고 생각해왔는데, 가끔 그 존재를 대면하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 나는 나에게서 엄청나게 솟아오르고 있다. 감기에 걸려서 기침 홍수에 빠져 잠든 나에게서 곤충들이 쏟아져 나와 지구를 뒤덮는다. 나는 그 중의 한 마리를 들고 바라본다. 그러나 잠시 후 나는 곤충들이 따로 날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하나의 엄청난 곤충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그 곤충을 그림으로써 그 곤충이 내 안에 숨은 언어 이전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그 곤충에 색을 입히고 말을 건다.「감기 곤충」이라고 이름 붙인다. 나는 카프카의 그레고르 잠자처럼 한 명의 이방인으로서의 나를 바라본다. 나는 밤 시간에 그것을 길어 올려 아침에 채색하는 일과를 진행한다. 그리고 점점 더 나에게서 낯선 나를 꺼내보거나 나와 이별한 나, 변용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진다. 마치 어린 시절의 나와 내 인형의 관계처럼 그것이 나와 가까워진다. 구별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이피_영혼이 자루에 담긴 사람들 People who Put Their Souls into their Sacks_ 종이에 수채_200×130cm_2012

"핀란드의 온칼로(Onkalo)에는 깊은 산 동굴 속에 신이 밀봉되어 묻혀 있다. 21세기가 끝날 무렵 일천개의 구리통이 쌓이면 창고 전체가 밀봉될 예정이다. 구리통 속에 밀봉된 신은 핵 폐기물을 가득 품은 파괴의 신이다. 신의 밀봉을 푸는 후손이 있다면 세계는 멸망할 것이다. '후손이여! 제발 봉인을 풀지 말아다오.'라고 해야할지, 영원히 후손에게 비밀로 해야할지가 현재의 논쟁거리이다. ● 구리통 속이 인큐베이터 속인 양, 아니면 말구유인 양 잠들어 있는 신의 잠을 깨우지 마라. 그 앞에서 우리가 "열리지 마라, 열리지 마라 동굴 위를 닐 암스트롱처럼 뛰어다니며 발자국을 남기지 마라."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의 주문을 거꾸로 외우고 있다. 우리는 내 후손의 죽음으로 지금 문명(文明)을 즐감하고 있다. 아 제발 불을 꺼야겠다. 후손들의 죽음으로 켠 전등불들을 꺼야겠다..." (『후손들의 멸종으로 켠 전기』중에서)

이피_하늘달동네 여자 The Sky Shantytown_혼합재료_270×140×140cm_2011

나는 밀봉된 파괴의 신을 본다. 그리고 그것을 재빨리 스케치한다. 그리고 글을 써보기도 한다. (나는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 작품 제작 과정을 모두 기록해 두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부숴지지 않을 줄 알면서도 어떤 금기를 열려는 나의 욕망을 읽어낸다. 다음 날 나는 이것을 그림으로 완성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부상을 입은 내 욕망을 가시화한다. 내가 이 모습으로 형성되기까지의 수많은 조상들, 형상들, 물질들이 있었다. 자아의 흘러넘침이 목격되었다. 외부에서 나를 변혁시켜려고 달려오는 혁명과 나의 내부에서 폭발하는 혁명이 불붙었다. 저 깊은 곳에서부터 욕망은 계속 치솟아 오른다. 그리고 그 욕망은 에이리언 같은 자아를 만들어낸다. 어쩌면 그것을 자아 아브젝션Self - abjection이라 부를 수 있겠다. 나는 그것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그것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나는 살아 있지 않은 것을 어둠 속에서 끄집어내어 그림으로써, 그것이 살아나는 광경을 목격하는 것이 좋다. 나의 잠과 잠 밖에 있던 것들, 나의 내부와 외부에 있던 것들이 이리저리 연결되어 여러개의 기관이 됨으로써 하나의 살아 있는 생물이 된다. 색을 입히자 그것들이 생명의 호흡을 시작한다. 컨셉이 선행하기보다 제작 "과정" 속에서 작품의 컨셉이 바뀌는 그림이 되었다. 이미지가 나의 손 아래서 천천히 현실의 장막을 찢고 나오는 것이 보인다. 기괴한 호흡을 한다. 맞붙은 것들의 호흡을 한다. 이것은 실물이다. 나는 나의 심연에서 끌어 올린 그것에 최후로 이름을 지어 준다.「후손들의 멸종으로 켠 전기」라는 제목. 오늘도 나는 하나의 일기를 썼다. 어둡고 바닥조차 없는 곳에서 하나의 존재를 이끌어내었다. 비록 기괴하게 생겼지만 선악도 미추도 참과 거짓도 벗어난 존재. 나는 이 세상 어느 것과도 완전하게 다른 어떤 존재를 품에 안았다. 어린 시절 나의 인형처럼 슬프고 웃기게 생긴, 숨 쉬는 존재. 이것이 추상인가 구상인가 해파리 평론가들에게 묻고 싶은 존재. 안녕? 하고 인사를 나눴다. ■ 이피

이피_해파리 평론가와 좀비 작가 Jellyfish Critic and Zombie Painters_ 종이에 수채, 아크릴채색, 색연필_68×54cm_2012

The Cabinet of Fi Lee's Curiosities ● I drew everyday much like writing a page in the diary. When I was about to go to sleep after completing the day, I was faced with the time of 'transformation' as if the effect of hypnagogic hallucination had taken control between sleep and reality. When the time approached midnight, 'time' as what we experience in a day through specific physical movements, sensitivities and language became shrouded in materiality or it took shape to visit me. Then I would be quick to sketch the form which is the transformed state of time before falling to sleep. Most of the forms could be described as records of contents of emotion such as despair, anger or fear. As my diary grew thicker and thicker, through the personal 'forms of the diary,' I thought I was truly experiencing the Anthropocene period as Paul Crutzen had mentioned that the natural environment on the Earth is undergoing rapid deterioration by human beings following the Holocene period. My forms seem like aliens stuck between the seen and the unseen. I name each of the form in the belief that I too was undergoing the age of LeeFicene. ● In my head, after the monster called 'I' was born and raised, I am undergoing my personal Cambrian era in which this 'I' is multiplying dramatically. Recently, I am immersed in observing the multiple 'I' and the forms in between them and certainly enjoying seeing myself. I initially believed that the things that oppressed me, that instilled fear in me and exacerbated me to the point of anger were the various levels of prejudices, inhibiting rules and regulations, the person who didn't love me, and the cultural background rooted in prejudices. But slowly I began to realize that the things that were alien and strange to me, the uncanny (Unheimlich), were full of paradoxes of their own. I began to think that what made things uncanny were not the fact that they were unfamiliar and alien in themselves but that I was pushing them away based on the fact that they appeared as uncanny to me. Or even I was refusing to see them because the uncanny was inherently inside me? I had to come face to face with such thoughts and ponder on their identity alone, awake in the night. In my diary, they looked like insects, animals or even things that couldn't be named, and eventually I came to the conclusion that they were my exterior that was merged with me, or a combination of me and an alien other. I held the view that an artist is someone who observes the in-between of languages that cannot be put into words, or even forms - an individual who draws out the life that lies hidden, trembling, in between the crevices. So at times, I had the impression that I was coming face to face with this existence. ● I am emerging from myself in leaps and bounds. From the inside of me who was immersed in the flood of coughs because of a cold, the insects scramble out in their droves to cover the Earth. I pick one of the insects up and draw it up close for a look. Soon I realize that even though the swarm of insects is flying all over, they look like a single giant insect. I also come to admit that this insect is the being inside me that was present prior to the time of language by drawing it. I then color the insect and talk to it. I give it the name of 'The Cold Bug'. Much like Franz Kafka's protagonist in Metamorphosis, Gregor Samsa, I see myself as a total stranger. I draw this picture of the insect from the deepest well of my being and color it in the morning which is part of my daily schedule. As time passes, I look at myself drawing out a stranger, ever more alien to me, or I find I am spending more and more time on observing this being who is far from what I am or changing with time. Like the relationship between my doll and I in childhood, that thing is becoming increasingly closer to me, to the extent that it is indistinguishable from me. This is how things stand. ● In Onkalo, Finland, a god is securely hidden inside a cave in the deepest of mountains. With the end of the 21st century when thousands of copper containers are placed inside the cave, the entire storage will be sealed. The god placed securely inside the copper containers is the god of destruction in the name of nuclear waste. If there is a descendent who dares to open up the containers, then the world will come to an end. 'My descendant! Please don't open the seal.' – whether to demand this or to leave it a secret forever to the descendants remains one of the most controversial issues at the moment. ● Do not dare to awaken the god from his slumbers who is asleep inside the copper containers as if they are incubators or even a manger for horses. In front of the cave full of containers, we are reiterating the secret words of the story from Ali Baba and the Forty Thieves, although this time, it is in reverse. "Don't open. Don't open. Don't leave any footprints on top as if you are Neil Armstrong leaving footsteps on the Moon." With the death of my descendants, the life span of civilization is shortened. Ahh, now is the time to turn off the lamp. This is the moment to turn off the electric light brightened by the death of descendants." (An excerpt from 'Electricity fueled by the Destruction of the Descendants') ● I look at the face of the entombed god of destruction. And quickly I do a sketch of it. I also attempt to write something about it. (I have left a record of the process of manufacture of each of the works on display.) While I am writing, I am reading my desire to open up a series of taboos although I am aware that they remain resistant to destruction. The next day, I will turn my desire that has been dealt a blow in this or that form by finishing the drawing. Before I was able to turn the drawing into certain forms, there existed numerous ancestors, forms and matter. I witnessed an overflowing of the self. There soon emerged a conflict between the revolution of change stemming from the outside and the revolution that was exploding inside me. I felt the desire from within me that was continually being pushed forward. This desire is making an alien of the self. In a way, we might call this desire a self-abjection of sorts. I try to free myself from this desire, but I am bound firmly to it. Yet I relish the moment when I am able to draw something inanimate out from the depths of darkness to turn it into something alive. What lie in my sleep and outside of its realm, what lives inside and outside of myself are intertwined in their multiplicity to turn into several organs and then into a single living being. As colors invade them, they begin to breathe gasps of life. Rather than the concept wielding control over the process, the concept of the work evolves into a particular work in the 'process' of manufacture. I can see the image shredding the cloth of reality in my very hands. It releases a strange breath - the breath of things that are clinging and stuck together. I finally give a birth name to this being that has been raised from the abyss. The title of 'Electricity fueled by the Destruction of Descendants'. Today, I have written a page in my diary, as usual. I have raised a being from the darkness and endless depth. Even though it seems ludicrously bizarre in form, it is a being without being encumbered by the disparity of goodness and evil, front and end or right and wrong. I am holding something that is totally, utterly different from any other in the world in my very arms. Like my doll from my childhood, a living, breathing being that looks sad and yet appears funny-looking. I would like to ask the jellyfish-like critics- is this abstract or isn't it? I greet this being with, "Hi, nice to see you". ■ Lee Fi

Vol.20121114b | 이피展 / LEEFI / 李徽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