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적그물망에 대한 유희적 상상

허진展 / HURJIN / 許塡 / painting   2012_1112 ▶︎ 2012_1210 / 일요일 휴관

허진_유목동물2012-17_한지에 수묵, 아크릴채색_150×106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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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CSP111 ArtSpace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88-55번지 현빌딩 3층 Tel. +82.2.3143.0121 blog.naver.com/biz_analyst

작가 허 진은 사회현실의 모순적 구조와 부조리를 예리하게 분석한 비판적 시각으로 깨어있는 현재와 역사의식을 지닌 인간에 관한 탐구를 이어왔다. 80년대 후반, 10폭의 연작 「묵시(黙示)」로 20대의 과감한 실험정신과 진정성 있는 문제의식을 선보였다. 이를 시작으로, 90년대 다형프레임의 「유전(流轉)」, 93년 「다중인간(多重人間)」과 「만인보(萬人譜)」, 98년 「익명인간_현대십장생도」와 99년 「익명인간_고도를 기다리며」 등을 통해 역사와 전통, 그리고 거대 역사의 배후에 묻힌 민초들의 삶과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현재와 주체의식을 심도있게 다루었다. 이러한 작가적 문제의식과 탐구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간 본연의 자유와 행복으로 문제해결의 방향을 설정하며 「유목동물+인간」, 「유목동물+인간+문명」, 그리고 「유목동물」시리즈로 자연과 문명의 순환적 그물망이라는 또 하나의 층위를 더하며 작가적 행보를 이어왔다.

허진_유목동물_한지에 수묵, 아크릴채색_150×106cm_2012

허 진의 작품세계는 우선 고유의 질감이 살아있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진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특징으로 한다. 전통산수, 지도, 민화, 서예 등 전통 장르와 기법 뿐 아니라, 도안적인 형상과 음영이나 연속된 점의 면 처리, 형광색의 색채 사용 등 다양한 표현기법들을 총체적으로 동원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 폭의 개별화면을 다각적으로 결합하는 독특한 조형어법을 구사한다. 이러한 조형방식은 작가의 현실인식을 엿보게 하는 동시에, 문제해결을 향한 독자적인 서사구조와 서사의 깊이를 더해왔다. 말하자면, 이질요소들을 대비적 관계로 맞대응시키는 다중복합체로서 허 진의 개별화면들은 역사와 철학, 과학기술, 전통과 현대, 자연과 문명의 관계망이 복잡하게 뒤얽힌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부조화의 간극, 즉 경계지점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그 위치를 수직, 수평으로 이동시키며, 관계 내 존재라는 유한성과 자율적 주체로서 인간에 대한 반성적 문제의식을 제기해왔다. 동시에 개별화면들의 연쇄적 결합은 다양한 개(성)체들의 조화로운 공존과 상생을 그리는 작가적 시도들을 엿보게 한다. 이와 관련하여, 허 진의 독특한 형상 서술은 다성성(多聲性), 원심력과 구심력, 해체와 복원, 구축과 해체, 일탈과 회귀, 여백과 응화 등 길항관계의 역학적 구조, 비종결적 대화 혹은 미완의 장으로 이야기되어 왔다. 그는 화면에 그려낸 다양한 문제적 현실의 일원으로서, 화면 밖 그림의 행위자로서, 미래적 비전과 예술적 욕망의 전달체로서 다양한 상상력들을 발동시킨다. 분석적 탐구, 갈등요소의 노출, 비판적 거리두기, 이질적인 것들 간의 결합, 화해의 시도, 개체들을 하나의 전체로 감싸안기 등. 이질적인 영역들의 관계망 위에서 시점위치와 거리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태도와 방식의 상상력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는 점이다. 이러한 그의 유목적 상상은 섣부른 결론 맺음보다는 화면 위에서 긴장의 완급을 유지하며 권위와 권위로부터의 일탈을 반복하거나, 혹은 다양한 양상과 방식의 권위들에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

허진_유목동물_한지에 수묵, 아크릴채색_130×160cm_2012

작가 허 진은 소위 포스트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의 전유물인 서사의 부활과 자기부정의 정신을 통한 비위계적인 다양한 정체성의 수행이라는 양날의 무기를 함축하며 한국화의 현대적 계승자로서 주목을 받아왔다. 동시에 그에게는 형상을 통한 사유의 매체로서 한국화의 한계에 대한 엄밀한 자기반성과 극복이 끊임없이 요구되어왔다. 더불어 그만큼의 기대 역시도 그에게는 늘 함께 따라다녔다. 아마도 작가 '허 진'에 앞서 그에게 따라붙는 배경과 이력이 한몫 했을 것이다. - 조선말기 추사 김정희의 수제자이자 호남 남종화의 시조인 소치 허 련의 고조손이며 근대 남화의 대가인 남농 허건의 장손, 소치의 운림산방 화맥을 5대째 이어가는 주인공. 그리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 동양화 전공하고, 전남대학교 한국화 교수라는 타이틀 -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권위와 전통, 그 어디에도 전적으로 속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 어느 것도 양자택일의 대상은 아니다. 버리고 피할 수도 없고, 다만 스스로 극복하는 것만이 유일한 출구이다. 그에게 모든 것이 여전히 오랜 전통과 커다란 권위로서 경외의 대상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한없이 어리고 나약한 자신과 배회하고 방황하면서도 늘 동경하고 꿈꾸는 자신을 동시에 보았을 것이며, 바로 그 경계에서 부단한 극복 의지를 표명하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왔다.

허진_유목동물_한지에 수묵, 아크릴채색_각 112×140cm_2012

작가 스스로 화면 속 고뇌하는 존재, 외롭고 소외된 존재, 부유하는 존재들과 동일시되기도 하고, 이러한 유한하고 파편화된 익명적인 존재 영역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붙이고 중첩시키며 그들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무언가를 동경하며 꿈꾸는 듯한 눈빛의 어린동물들을 그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2011년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했었다. 2012년 이번 개인전의 「이종결합」과 「유목동물」시리즈를 통해 여러 색면과 한자 바탕 면을 배경 삼아 당당한 행위자로서, 성장한 준마(駿馬)와 맹호(猛虎)를 전면에 부각시키며 본격화하고 있다. 이질적인 힘의 관계망을 통찰하며 역사와 전통과 호흡하는 미래, 무한한 시공의 흐름을 주도해가는 인간 주체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는 행동하는 상상의 원천으로서 말(馬)과 말의 도약하는 몸짓이다. 전통과 새로움, 형상과 서사라는 양날 사이에 선 작가 허 진.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세계를 구성하는 이질적인 요소들과 다원적이고 다층적인 관계망, 그리고 이들 길항적 세력관계의 역동적 에너지에 대한 그의 긍정적인 시선이다. 도도하고 단단한 권위들, 그 첨예한 경계들을 넘어서 상생과 공존을 꿈꾸는 작가 허 진의 새로운 도약으로서, 이번 유목적 그물망에 대한 유희적 상상, 그 아름다운 변모의 역동을 기대해본다. * 작가 허 진은 조선말기 예원의 종장인 추사 김정희의 수제자이자 호남 남종화의 시조인 소치 허 련의 고조손이며 근대 남화의 대가인 남농 허건의 장손으로, 소치의 운림산방 화맥을 5대째 이어가고 있다. 한편,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현재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8년 『그대로』展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기획, 초대한 380여 회의 그룹전 및 18회의 개인전을 통하여 독창적인 현대 한국화를 창조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작가이자, 교육자로서 화단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 조성지

허진_유목동물_한지에 수묵, 아크릴채색_130×160cm_2010

『유목적 그물망에 대한 유희적 상상』 ● 작가 허 진은 1980년대 후반부터 현실의 모순적 구조를 예리하게 분석한 비판적 시각으로 깨어있는 현재와 역사의식을 지닌 인간에 관한 탐구를 이어왔다. 80년대 후반, 10폭 「묵시(黙示)」를 시작으로, 90년대 다형프레임의 「유전(流轉)」, 93년 「다중인간(多重人間)」과 「만인보(萬人譜)」, 98년 「익명인간_현대십장생도」와 99년 「익명인간_고도를 기다리며」 등을 통해 역사와 전통, 그리고 거대 역사의 배후에 묻힌 민초들의 삶과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이들이 교차하는 현재와 역사에 대한 인식을 펼쳐보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목동물+인간」, 「유목동물+인간+문명」, 그리고 「유목동물」시리즈로 자연과 문명의 순환적 그물망이라는 또 하나의 층위를 더하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작가 허 진은 「이종결합」과 「유목동물」 연작으로 구성된 이번전시에서 당당하게 행동하는 주인공로서, 성장한 준마(駿馬)와 기린 등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이질적인 힘의 관계망을 통찰하며 역사와 전통과 호흡하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무한한 시공의 흐름을 주도해가는 역동적 주체로서, 말(馬)과 말의 도약하는 몸짓이다. 역사와 철학, 과학기술, 전통과 현대, 자연과 문명의 관계망이 복잡하게 뒤얽힌 다중복합체로서 현실인식을 토대로, 관계 내 존재라는 유한성을 극복하는 자율적 주체로서 인간, 그리고 다양한 개(성)체들의 조화로운 공존과 상생을 그리는 적극적인 시도가 돋보인다.

허진_유목동물_한지에 수묵, 아크릴채색_112×145cm_2010

전통과 새로움, 형상과 서사라는 양날 사이에 선 작가 허 진. 도도하고 단단한 권위의 영역들 사이의 그 첨예한 경계에서, 그는 한결같이 세계를 구성하는 다원적이고 다각적이며 다층적인 힘들, 그들 간 길항적 세력관계의 역동적 에너지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보내왔다. 그의 부단한 유희적 상상, 그 아름다운 변모를 기대해본다. 작가 허 진은 조선말기 예원의 종장인 추사 김정희의 수제자이자 호남 남종화의 시조인 소치 허 련의 고조손이며 근대 남화의 대가인 남농 허건의 장손으로, 소치의 운림산방 화맥을 5대째 이어가고 있다. 한편,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현재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8년 『그대로』展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기획, 초대한 380여 회의 그룹전 및 18회의 개인전을 통하여 독창적인 현대 한국화를 창조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작가이자, 교육자로서 화단과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 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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