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정展 / CHOIKIJUNG / 崔起貞 / painting   2012_1122 ▶ 2012_1128

최기정_피움1, 2_캔버스, 아크릴 패널에 스크래치_116.8×60cm×2_2012

초대일시 / 2012_1122_목요일_06:3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이안 GALLERY YIAN 대전시 중구 대흥동 153-5번지 Tel. +82.42.220.5959 www.galleryyian.com

최기정의 '깃털', 나르시시즘적인 반복과 우주의 생명성 ● 최기정의 깃털은 단순히 자연의 모사가 아니다. 그에게 깃털은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우주를 해석하는 시학이다. 작가는 우연히 백공작의 황홀한 깃털에서 발견한 어떤 시적 감성을 자신의 삶과 우주의 비밀을 반추하는 계기로 만든다. 연약하고 작은, 마치 꽃잎처럼 바람에 날릴 것 같은 여린 존재인 깃털에서 그는 인생의 반복된 패턴과 삶에 숨을 불을 넣는 원시적 생명력을 본 것이다. 깃털을 반복해 그리는 과정에서 그는 바로 그 생명력을 시각화하기 시작한다.

최기정_순환1_캔버스, 아크릴 패널에 스크래치_72.7×72.7cm_2012

생명을 표현한다는 것은 자연을 재현하는 것 이상의 무게가 실린다. 자연에 버금가는 색과 광채를 흉내내기 위해 세밀히 그 깃털을 관찰하고 그리는 동안, 최기정이 생각한 것은 깃털의 무게였다. 아름답고 작은 이 존재에게 작가는 자신의 삶의 무게를 싣고 싶어했다. 결국 그는 삶과 동일시되는 '존재의 무게'를 가진 깃털이 캔버스의 표면에 담기 어려운 표현, 즉 영혼의 깊이를 드러내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또한 그 영혼의 깃털이 머무는 공간은 깃털의 '비상(飛上)'에 대한 욕망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실제적 공간감을 갖는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작가가 투명한 아크릴을 중첩시켰을 때, 그것은 마치 하늘의 대기와도 같은 공간이면서 작가가 온몸을 던져 살아야 하는 세상과 어딘가 닮아 있었다. 그곳에 송곳으로 스크래치 한 깃털의 섬세한 선들은 수없이 파낸 홈, 즉 '생채기'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그 상처의 흔적들이 백색의 아름다운 깃털을 완성시킨다. 실로 그것은 세상과의 대결 속에서 얻은 최기정의 삶의 나이테처럼 반복적이고 깊은 삶의 주름을 만든다. 중첩된 공간 속에서 그 깃털은 생명을 얻는다. 백색 혹은 알 수 없는 묘한 빛을 반사시키는 그 깃털은 이제 새의 육체를 떠나 작가의 삶을 투영하는 생명의 파일럿이 된 셈이다.

최기정_태극_캔버스, 아크릴 패널에 스크래치_91×91cm_2012

최기정의 작품에서 모든 것은 순환하고 있다. 깃털의 반복되는 패턴처럼, 혹은 두 개의 깃털이 맞닿아 원호를 그리고 있는「순환」시리즈에서 보듯이, 계절은 순환하고 우리의 삶도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다시 말해 최기정의 반복되고 중첩된 깃털 이미지는 삶의 원시적 생명력을 갖고 우리의 삶과 사회, 나아가 우주의 순환 원리를 투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깃털에 생명력을 부여한 작가는「태극」에서 깃털의 반복을 통해 인간사회의 집단적 생명성을 은유한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태극과 동일시한 그는 태극을 구성하는 깃털들을 마치 한국인의 역동적 생명성으로 이미지화 하고 있다. 자연의 생명 현상도 역시 깃털을 통해 형상화된다.「월광」에서 깃털은 달에 비유되고 초승달부터 보름달에 이르는 전 과정이 깃털을 점층적으로 반복함으로써 표현된다. 생성, 변화, 소멸의 원리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최기정의 예술에서 이러한 '반복성'의 철학은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온 것인가?

최기정_dream_캔버스, 아크릴 패널에 스크래치_90×180cm_2012

최기정의 작품 제작 방식은 어느 정도 그 질문에 대해 해명해 준다. 깃털을 제작하는 지칠 정도의 반복은 마치 종교적 고행을 연상시키는데, 이러한 자기 고행은 자기-인식의 여정이기도 하다. 이는 바꾸어 말하자면 고행을 통한 자기애, 즉 나르시시즘에 이르는 과정이기도 하며, 그 과정을 통해 우주의 생명성을 이해하는 단계로 나아간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스크래치의 수많은 반복과 중첩을 만들어내는 손끝에서 피어나는 고통과 인내는 자아를 둘러싼 불투명한 환경을 투명하게 만들어가는 행위, 즉 자기 인식을 향해 가는 '수도자의 훈련'인 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훈련에는 극기의 기쁨을 통해 자기 해방의 카타르시스를 맛보고자 하는 나르시시즘이 수반된다. 그렇게 탄생한 깃털은 곧 작가의 거울이다. 작품「권력」은 최기정의 나르시시즘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시도로 보인다. 이 작품의 공작 깃털과 왕관 이미지에 덧붙여진 작가의 영문 이니셜 이름에 대해 혹자는 워홀식의 비즈니스적 태도로 혹은 키치스러움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식의 미적 태도이든 간에, 미래의 성공에 대한 이러한 자기 최면의 태도 또한 최기정 작품에 나타나는 나르시시즘적인 반복성의 성격과 맞물려 있다.

최기정_月光1_캔버스, 아크릴 패널에 스크래치_40×40cm_2012

최기정의 반복성에 대한 감성은 궁극적으로 작품 안에서 우주와 삶의 순환을 노래하고, 나아가 자기 극복의 나르시시즘을 구현한다. 영원히 반복되는 우리 삶의 행위들은 어쩌면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굴려도 굴려도 끝없이 제자리로만 돌아오는 무위한 되풀이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도 깃털을 모아 태양을 향해 비상하고자 하는 수많은 이카루스들의 날개와 같이, 깃털을 통한 최기정의 나르시시즘적인 반복은 더 큰 우주의 반복 안에서 독특한 자신만의 삶의 이정표를 만들고 있다. ■ 유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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