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BEYOND THE BLUE

조은필展 / CHOEUNPHIL / 趙恩畢 / installation   2012_1121 ▶︎ 2012_1218 / 백화점 휴점일 휴관

조은필_Blue Beyond the Blue_뜨개질, 영상_20m 이내 설치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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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_10:30am~09:0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롯데갤러리 광복점 LOTTE GALLERY GWANGBOK STORE 부산시 중구 중앙동 7가 20-1번지 롯데백화점 광복점 아쿠아몰 10층 Tel. +82.51.678.2610 blog.naver.com/lotteartkb

롯데갤러리 광복점 특별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자신만의 블루로 조각, 회화 그리고 설치의 영역을 하나로 통합하는 조은필 작가의『BLUE BEYOND THE BLUE』展을 개최합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변함없이 한 가지 색,「블루」푸른색에 대한 집착으로 가장 인상적인 기억과 감정의 단편들은 모두 주위가 파란 사물로 둘러싸여져 있는듯한 마치 푸른 빛의 모노톤 사진과 같다고 말합니다. 작가의 푸른빛에 대한 강박과 집착은 형태와 시공간에 상관없이 결국 하나의 색깔인 블루로 귀결되었고, 모든 작품에 대입시켰습니다. ● 이번 전시는 작가는 과거의 완벽한 블루를 찾고자 했던 강박과 집착의 블루를 넘어 치유의 블루를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공간을 블루로 바꿔 확장해 나가는 설치 작업으로 과거를 기억해내고 현재의 새로운 공간으로의 블루의 표현합니다. 영역 표시와 동시에 과거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자유를 준 치유의 블루를 표현하고자 한 이번 전시를 통해 조은필 작가 내면의 기억 속에 빠져 보시기 바랍니다. ■ 롯데갤러리 광복점

조은필_Blue Beyond the Blue_뜨개질, 영상_20m 이내 설치_2012

이브클랭의「IKB」그리고 조은필의「울트라 마린 블루」태초에 무가 있었고, 그리고 아주 깊은 무가, 그리고 결국 푸른색의 무가 있다. (가스통 바슐라르 『공기와 꿈』중에서) ● 위 문장은 추상표현주의와 앵포르멜의 엄숙성을 푸른색 단색회화로 비판했던 프랑스 화가 이브 클랭((Yves Klein, 1928~1962)이 자신이 어떠한 의미에서 청색을 선택했는지를 설명하면서 인용한 문구이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이브 클랭은 울트라 마린 블루와 가까운 인터내셔널 클랭 블루(IKB)를 완성시킨다. 하지만 사실 클랭이 주목했던 것은 푸른색 그 자체라기보다는 예술이 가지고 있는 비물질성과 예술이 작동하는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관계였다. 그 유명한「인체측정(anthropometry)」퍼포먼스(국제현대미술갤러리, 파리, 1960년 3월 9일)에서 자신은 턱시도 정장을 입고나와 물감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인체를 붓 삼아 그림을 제작함으로써 액션페인팅에 대한 비판을 통렬하게 진행한다. 또한 텅 빈 전시장과 상징적인 퍼포먼스가 결합된「빈공간」이라는 전시(이라스 클레르 갤러리, 파리, 1958년)를 통해 예술이 예술로 존재 할 수 있는 구조적인 관계와 그 비물질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었다. 이러한 작품들은 10년 정도의 작가생활을 한 이브 클랭을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만들었고 결국 누보 레알리즘의 선구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게 된다. 다소 이브 클랭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조은필의 작품과 분명 형식적인 유사함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은필이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문제의식의 단면을 유추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은필_Blue Beyond the Blue_뜨개질, 영상_20m 이내 설치_2012
조은필_Blue Beyond the Blue_뜨개질, 영상_20m 이내 설치_2012

외적 서사와 내적 서사 ● 작가는 초기 사물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에 깊이 천착한 작업들을 선보였다. 유학전 그의 초기작에서는 다양한 오브제들이 등장한다. 권총, 라디오, 지구본, 거울, 기타, 장미, 프라이팬, 이어폰, 리모컨 등을 활용한 작업들은 무의식에 잠재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듯 어떤 '기억의 방'을 재구성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물은 꽃(조화)과의 결합으로 일종의 보이지 않는 파동을 형태화하고 있다. 시각화 하거나 언어화하기 힘들지만 사물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어떤 기운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그녀의 초기작들에서 예술의 비물질성을 강조했던 이브 클랭의 아우라를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오브제들은 단순한 미학적 사물이 아니라 작가와 깊은 유대를 형성하고 있는 물건들이며 자신의 삶과 기억을 호출하는 무의식적인 기제들로 읽혀진다. 이후 작가는 계란 포장지나 박스 등을 반복적으로 구축하는 일종의 설치작업을 하였으며 이 시기 서서히 울트라 마린 블루는 점진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까지의 작업에서 색에 대한 '자의식'이 느껴지진 않는다. 작가는 영국 런던 유학시절을 거치면서 울트라 마린 블루에 대한 강한 이끌림을 경험하게 된다. 아니 보다 엄밀하게 이야기 하자면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기억 속 실재를 끌어내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른다. ● 유학 초기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사물들을 결합한 푸른색 옷을 입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머리에는 푸른 가발을 쓰고 얼굴과 손을 제외하고는 온통 푸른색으로 둘러 싸여있는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바비인형에 파란물감을 칠한 다음 이를 종이에 찍는 작업을 선보이기도 하였는데 그 당시 이브 클랭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작가는 세계최초로 인형 오브제를 이용한 인체측정(anthropometry) 퍼포먼스를 한 셈이 되었다. 이제 울트라 마린 블루는 작가의 작업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가 된다. 작가는 곰 인형들로 섬유 뭉치를 만들고 파란물감으로 행위를 기록하는 거대한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결국 자신이 만든 섬유 뭉치와 바닥이 모두 푸른색으로 변하고 나서야 이 퍼포먼스는 멈춘다. 작가의 석사학위 졸업 작품은 더욱 압권이다.「Mad Blue World」라 명명된 이 작품에서는 화려한 장식들로 치장이 되어 있지만 온통 푸른색으로 칠해진 그 느낌은 스산하게 느껴질 정도다. 모노톤의 사물로 채워진 작가의 방은 초기에 보여주었던 사물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푸른 빛 세계로 열려있었다.

조은필_가슴으로부터의 치유_혼합재료_7m 이내 설치_2012
조은필_가슴으로부터의 치유_혼합재료_7m 이내 설치_2012

작가는 이번 설치작업에 앞서「일렁이는 브릿지」,「일렁이는 궁전」이라는 작품들을 발표했었다. 유학시절 회고의 감정이 점철된 런던 브릿지는 작가에게 있어 고정된 어떤 실재가 아니라 일렁이는 푸른 사물로 대체된다. 뿐 만 아니라 육아와 출산의 경험이 반영된「일렁이는 궁전」이라는 작품에서 보이는 신기루와 같은 형상은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오브제 들이다. 2011년에 발표된「채울 수 없는 꿈」이라는 작품은 서랍에서 스며 나오는 푸른색의 형상이 전시장 벽면을 뒤덮고 있다. 역시 같은 시기에 발표한「블루 너머의 블루」시리즈에서도 영상의 주제가 되었던 새를 비롯해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사물들을 자연스럽게 등장시키고 있으며 그 사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색을 탈색시킨다. 그리고 그 탈색된 사물은 어김없이 푸른 사물로 재등장하게 된다. ● 이번전시에서 작가는 뜨개질로 만들어진 천으로 거대한 산수화를 표현하였다. 뜨개질 한 푸른 천과 그물망으로 형태를 만들고 한 두 사람이 겨우 걸을 수 있는 조그만 길을 만들었다. - 사실 작가는 전시장을 온통 푸른 천으로 포장하려고 했었다 - 관객들은 작가가 만들어 놓은 연출된 공간을 거닐면서 푸른색 세상을 만끽하게 된다. 산 능선이나 바다의 물결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설치물 위에는 실을 나르는 새들의 영상이 반복되어 투사된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쉬지 않고 고도를 정복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영상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러한 형상들에 작가는 서사를 구조화 하거나 메타포를 상정하지 않는다. 작가의 주된 관심은 오로지 작가 자신 혹은 울트라 마린 블루이다. 바로 이 지점이 이브 클랭과 조은필의 푸른색이 뚜렷하게 이별을 나누는 지점이다. 이브 클랭은 IKB를 통해 푸른색 바깥에 유유히 존재하는 예술의 정신성을 바라보게 만들었지만 조은필은 그 푸른 세상 속을 헤집고 다닌다. 그리고 그 푸름에 집착하는 자신의 연원에 대한 한없는 여정을 떠난다. 사실 인간의 사유는 비선형이다. 과거 작가가 선택했던 수많은 오브제들에서 논리적 인과성을 도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은필은 자신의 내면에 새겨진 다양한 감정들을 형태화하기 위한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 바로 이 태도는 미술의 외적 서사에 주목했던 클랭과는 대척점에 위치해 있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 깊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조은필_블루 달마시안_철, 페인트_6m 이내 설치_2012

블루 그 너머... ● 작가의 서술대로 울트라 마린 블루에 집착하는 이유는 선명한 것이 아니다. 아니 선명하지만 이를 언어화 하거나 시각화하기가 어렵다. 그것은 뚜렷한 물질적 연원을 드러낼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예술을 사유한다. 시간과 기억의 문제에 대해 일찍부터 성찰해 왔던 철학자 베르그송(Henri Bergson, 1859~1941)에 의하면 '기억'은 '생명' 혹은 '지속'이다. 우리는 어제를 살았던 기억으로 오늘을 산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한다면 연속성을 상실하게 되고 연속성의 단절은 곧 '의식의 죽음' 혹은 '물리적인 죽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베르그송은 '기억'은 떠올랐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축적' 되어지며 이들은 무의식이나 의식 속에 깊이 각인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실용적이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것들이지만 무의식속에 깊이 담겨져 있는 기억은 실재(The Real)의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런 면에서 조은필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울트라 마린 블루는 런던브리지, 궁전, 동물, 오브제들과 함께 자신의 기억 속에 축적되어 있는 것들이다. 가령 어떤 사물, 색, 냄새, 형태를 통해 기억 속에 잠재했던 사건이나 인물이 연상되는 것처럼 '기억'은 의식 혹은 무의식속에서 불연속적으로 떠오른다. 이 '기억'은 의식의 개입이 최소화 되어있는 영역이며 그 연상의 방식은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상호 결합되면서 알 수 없는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조은필의 작품이 가지는 해석불가능성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그런 면에서 조은필이 선택했던 그 많은 오브제들과 울트라 마린 블루는 바로 자신의 기억 속에 축적된 '자신'의 형태와 색이다.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이처럼 특정한 '색'을 작품의 모티브로 설정하는 작가는 매우 예외적이다. 작가의 여정이 어디서 멈추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다행스럽게 울트라 마린 블루로 캐릭터화 된 특별한 아티스트 한명을 우리 곁에 둘 수 있게 되었다. ■ 이영준

Vol.20121125h | 조은필展 / CHOEUNPHIL / 趙恩畢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