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정지영展 / JEONGJIYOUNG / 丁志榮 / painting   2012_1129 ▶ 2012_1208

정지영_Moon River_캔버스에 혼합재료_97×162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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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129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스페이스 닻 SPACE DOT 부산시 중구 중앙동4가 28-3번지 코리아 빌딩 2층 Tel. 070.4414.3279 www.tttg.kr

지독하게 마음을 담아 / 하나하나 그 뜻을 / 밀어올린 그림들은 / 무겁고도 무겁다.

정지영_별 헤는 밤_캔버스에 혼합재료_117×72.5cm_2012

전시를 한 달 여 앞둔 정지영씨와 통화를 나누었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그녀의 목소리로 짐작컨대 갑작스레 삶의 모든 본질적인 문제들이 그녀를 덮친 듯 했다. 무겁고도 진지했다. 하긴 평소 그녀의 캔버스를 대하는 그 진지한 태도와 마음에 속으로 놀라곤 했었다. 하나도 쉽지 않고 너무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마음이 아려왔지만 또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정지영_광화문 연가_캔버스에 혼합재료_117×72.5cm_2009

좋은 그림이란 게 도대체 무엇일까?

정지영_Nobody knows_보드에 아크릴채색, 유채_59.5×84cm_2010

그녀가 좋아하는 김환기를 떠올려 보았다. '내가 그린 점 하늘 끝에 갔을까?' 고교시절 막연히 그 대가의 문장에 마음 앓이 하며 그림을 사랑했던 내 마음을 환기(?)시켜주었다.

정지영_잃어버린 말_보드에 혼합재료_50×50cm_2012 정지영_별 헤는 밤_보드에 혼합재료_50×50cm_2012 정지영_心_캔버스에 혼합재료_50×50cm_2011 정지영_마음 깊은 곳에 그대로를_보드에 혼합재료_50×50cm_2011

식은 닭튀김과 기포가 아슬하게 남은 생맥주 잔을 무겁게 내려놓던 몇 번의 시간들이 그녀의 작업실 근처에서 이뤄지곤 했다. 그 전에 허기와 갈증을 참으며 들르는 그녀의 작업실에는 자동기술에 가까운 선과 선으로 이어내며 빚어진 군중의 모습과 돌덩이 같기도 하고 뒤돌아 앉은 여인 같기도 한 수 많은 덩어리들이 있었다. 우주 성운과도 같은, 손에 안 잡히는 무한대의 공간에 흩어져 있는 점들에는 무수한 사연이 꽉 차 있었다. 그림들 하나하나 그녀의 마음을 후벼 팠던 이야기들인 것 같았다.

정지영_잠 못 이루는 사람들_보드에 혼합재료_50×50cm_2012

아름다운 시와 노랫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별 헤는 밤」, 「잃어버린 말」 뿐만 아니라 「광화문 연가」, 「강정 미사」 등의 작품은 그 무리 안에 들어가 있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연대의식의 표현처럼 느끼게 했다. ● 화려하고 즉각적인 세간의 미술 풍토에는 아랑곳 않는 거의 수행과도 같은 그녀의 작업을 다시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그림을 바라보는 행위는 또 다시 내가 그림 그리는 행위를 인식케 했다. ● 내게 인상적인 작품은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었다. 그 제목은 어느 인도 작가의 시 이기도 했다. 그녀가 나에게 내민 시를 보자 그 작품이 열배로 좋아졌다. ■ 방정아

정지영_心_캔버스에 유채_20×20cm_2011

잠 못 이루는 사람들 // 새벽 두 시, 세 시, 또는 네 시가 넘도록 / 잠 못 이루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 그들의 집을 나와 공원으로 간다면, / 만일 백 명, 천 명, 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 하나의 물결처럼 공원에 모여 /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 예를 들어 잠자다가 죽을까봐 잠들지 못하는 노인과 /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와 / 따로 연애하는 남편 / 성적이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자식과 / 생활비가 걱정되는 아버지 / 사업에 문제가 있는 남자와 / 사랑에 운이 없는 여자 / 육체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과 /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사람... / 만일 그들 모두가 하나의 물결처럼 / 자신들의 집을 나온다면, / 달빛이 그들의 발길을 비추고 / 그래서 그들이 공원에 모여 /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 그렇게 되면 / 인류는 더 살기 힘들어질까. / 세상은 더 아름다운 곳이 될까. / 사람들은 더 멋진 삶을 살게 될까. / 아니면 더 외로워질까. / 난 당신에게 묻고 싶다. / 만일 그들 모두가 공원으로 와서 /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 태양이 다른 날보다 더 찬란해 보일까. / 또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 그러면 그들이 서로를 껴안을까. ■ 로렌스 티르노

Vol.20121129a | 정지영展 / JEONGJIYOUNG / 丁志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