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씨와 M씨의 부조리한 대화

민준일展 / MINJUNIL / 閔竣一 / video.animation   2012_1128 ▶︎ 2012_1214 / 월요일 휴관

민준일_hairy apple12_디지털 프린트_72×120cm_2012

작가와의 대화 / 2012_1128_수요일_05:00pm

스페이스 씨 기획초대展 2부

주최 / 스페이스 씨 기획 / 황찬연(스페이스 씨 객원 큐레이터)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ㅅㅅㅅl SPACE SSEE 대전 중구 대흥동 223-1번지 2층 Tel. 070.4124.5501 cafe.naver.com/spacessee

Waiting for Godot"소외라는 것은 인간이 자기의 경험 가운데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인양 경험하는 방식이다. 인간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소원화되어 버린 것이다" -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 ● 헤겔은 일찍이 그의 저서 '정신현상학' 속에서 인간이 그 스스로가 만든 객체에 의해 지급될 때 이를 소외Alienation라 하였다. 주체 스스로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객체가 독립해서 주체에 대립하는 것으로 되어 주체를 도리어 부정할 때 이를 주체의 소외라고 하였다. 헤겔은 소외 과정을 세 단계로 설명한다. 먼저 정신은 하나의 고정적 실체가 아니라 활동적인 주체로서 그 대상을 만들어 내고, 그 대상은 한번 대상으로 만들어지게 되면 그 자신이 스스로 정신의 테두리 밖에서 자립하는 것이 되어 도리어 정신에 대립해서 정신의 타자로서 정신을 규정하며, 정신은 정신으로서의 이 부정을 자기 부정으로 자기 안에 내재화하여 그것을 발전의 내재적 계기로 삼아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 낸다고 하면서 소외의 과정을 세 단계로 설명한다.

민준일_슈퍼맨 Superman_애니메이션_00:01:00_2012

그러나 헤겔과 다르게 에리히 프롬은 소외의 현상을 인간과 현실사회가 관계 맺는 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즉 인간은 자기 자신을 세계의 중심이라든가 또는 자기의 행위의 창조자로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행위와 그리고 그 행위의 결과가 도리어 그의 주인이 되어 그는 이 주인을 순종하고 심지어 숭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소외된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접촉이 끊어져 있듯이 자기 자신과도 접촉이 단절된다. 따라서 프롬은 소외된 인간은 자기 자신과도 외부세계와도 생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다고 보았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만들어 낸 사회 기구나 기계 등에 의해서 역으로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인간들은 스스로의 주체성을 상실하고, 인간들 사이의 연대감을 상실하였다고 지적한다.

민준일_고도를 기다리며 Waiting for Godot_애니메이션_00:01:00_2008

작가 민준일은 그의 상상-이미지나 텍스트-이미지 또는 연극-이미지를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공간에 투영시키고 있다. 그의 독백 혹은 방백은 우리에게 현 사회 또는 현 예술의 의미를 되묻고 예술에 대해 끝없이 문제물음을 던지는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게 한다. ● 작품 「고도를 기다리며」에서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등장인물들의 연극적 행위를 이미지화하여 반복-집적시켜 화면을 구성하였다. 실제 극중의 인물들의 '고도를 기다림'은 맹목적이어서, 고도씨와의 약속의 시간도, 장소도, 목적도 없었으며 결국 기다림의 대상의 존재도 불확실하다. "아무도 오지도, 가지도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정말 끔찍하다"는 에스트라공의 푸념은 극중 인물들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금 더 작품 해석을 확장해 본다면 현 시대인의 자화상 혹은 젊은 예술가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치 현재 유행하는 예술 강령에 경도된 작가들이 이것을 예술 경전처럼 떠받들고 신봉하는 태도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우리시대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무엇을 그릴 것인가 보다 어떻게 그릴 것이며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자신의 방백처럼 그려낸다.

민준일_Insomnia_디지털 프린트_84×120cm_2008

그리고 「Insomnia」에서는 화면의 한 구석에 맥없이 앉아있는 인물의 머리가 머리카락 또는 털로 뒤덮인 채 뭉게구름 피어나듯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인간 신체의 털은 외부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된 신체-일부이다. 이것은 드러남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때론 여성-다움 : 남성-다움의 이미지로 해석된다. 무엇에 대한 은폐 혹은 과장된 드러냄으로서의 이중-이미지. ● 작가는 가장 가까운 주변의 일상에서 소재를 취했지만, 그의 작품 속에는 현실에 대한 심리적, 철학적, 예술사회적 암시와 발언이 개입되어 있다. 또 작품 속에 나타난 독특한 이미지들은 현재의 시대상황을 극적이고 상징적으로 구성하였고, 우연적이고 공허한 심리적 공간속에서 소외된 현대인의 모습 혹은 젊은 예술가의 자화상을 예술사회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흔들리듯 불안한 형태의 그들-우리들은 항상 수정되어지고, 항상 개선되며, 파괴되면서 다시 시작하는, 그럼으로써 그 자체로 현존하는 인간에 대해서. 이러한 맥락에서 작품은 그 자체로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주변 사물과의 관계에서 인식되어 지는 것이며, 이러한 이미지의 제시를 통해 현대 사회의 한 장면을 보여 주고, 사회와 인간과의 끝없는 재-관계성을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민준일_Birds_애니메이션_00:01:00_2010

현재의 관점에서 사회와 예술은 상대적이며, 순환관계를 갖고 있고,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서 사회의 모순을 공격하거나 비난할 수 있거나 아니면, 사회의 상황과 무관한 자세로 자신의 이념에만 충실한 이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작가들의 태도는 사회적 상황에 따라서 수용되거나 또는 변화되어 다른 모습을 갖게 되는 끝없이 변화하는 불안정한 구조를 이루며 순환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작가 민준일의 작품은 우리의 삶을 인간소외의 과정으로 인식하는 비극적 실존주의 또는 갈증에 허덕이는 현대인의 욕망의 시선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부정과 긍정의 양식들이 동시에 소통되는 상황에서 예술가는 사회의 안정, 불안정 구조를 작품을 통해 나타내고 사회와 소통을 하는 모순적 긴장관계인 대타자적 관계를 드러내는 매개체가 된다. 그리고 우리 곁에 항상 함께 우리가 현재 추구하고 있는 그것이 진정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 황찬연

Vol.20121129e | 민준일展 / MINJUNIL / 閔竣一 / video.ani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