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기억

송수영展 / SONGSOOYOUNG / 宋秀英 / installation.photography   2012_1130 ▶︎ 2013_0109 / 일,공휴일 휴관

송수영_책-숲_책_30×30×2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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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130_금요일_05:00pm

송은 아트큐브는 젊고 유능한 작가들의 전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송은문화재단에서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입니다.

관람시간 / 09:00am~06:30pm / 토_11:00am~03:00pm / 일,공휴일 휴관

송은 아트큐브 SongEun ArtCube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82.2.3448.0100 www.songeunartspace.org

식물학적 상상력과 사물의 발견1 향나무는 향이 되었다. 향이 좋아 향나무라고 이름지어진 향나무는 귀신을 부르는 향이 되었고, 또 이제 가끔은 냄새를 쫓는 향이 되었다. 크고 단단하게 자라 마을을 지키듯 서있던 향나무는 그 기억으로 귀신과도 통하는 향이 되었을까? 향은 불피워 사라지는데 채 몇 분이 걸리지 않지만, 그 크고 단단했던 향나무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는. 살아간다. 향과 향나무의 DNA는 결국 같지 않겠는가. ● 그리고 작가 송수영은 그 기억을 찾아낸다. 이미 사물이 되어버린 향에서 향나무의 기억과 흔적을 찾아내는 것, 그것을 추적하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책과 연필에서 숲을 보듯이. 나무젓가락에서 풀잎을, 가죽 점퍼에서 양을 보듯. ● 대패로 깍아낸 자리마다 무늬가 보인다 / 희고 밝은 목질 사이를 지나가는 / 어둡고 딱딱한 나이테들 / 이 단단한 흔적들은 필시 / 겨울이 지나갔던 자리이리라 / … … (김기택-나무)

송수영_캘리포니아 삼나무 숲에 살았던 나무-연필_나무연필_3×2×2cm_2012

그의 작업에서 사물에서 나타나는 자연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은 그 본래의(original) 모습을 향수하는 것도 아니고, 재료가 된 자연에 대한 단순한 애도도 아니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관심은 사물이 스스로 간직한 기억과 대면하는 것이다. 가구의 문틈과 모서리를 흘러다니는 나무의 나이테가 '추위의 난폭한 힘'을 견뎌낸 자리임을 시인이 보았듯이, 송수영은 사물이 되고도 남아있는 나무와 숲의 흔적을 찾아낸다. 가늘고 연약한 향이 간직하고 있는 크고 튼튼한 향나무의 기억처럼. 그의 식물학적 상상력으로 그렇게 숲은 책 위에 다시 제 존재를 드러내고, 개개비는 수수빗자루 사이에 둥지를 튼다. ● 나무는 지구의 가장 오래된 기억을 품고 있다. 동물이 나타나기도 전, 인류가 나타나기도 전, 대지로 올라온 나무들은 뿌리를 내리고, 개체를 번식시키고, 겨울을 견디는 격렬한 생의 방식들로 그들이 살아낸 대지와 지구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동물과 인류와 공존하던 기억도. 생존의 근거지인 지구를 기억하는 거대한 숲이 연필 한 자루가 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따라서 지구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된다.

송수영_캘리포니아 삼나무 숲에 살았던 나무-연필로 그린 캘리포니아 삼나무 숲_ 종이에 연필_21×29.7cm_2012

2 이것은 과대망상이 아니다. 「캘리포니아 삼나무 숲에 살았던 나무 – 연필」은 작가가 연필 한 자루를 다 써서 그려낸 그림들이다. 일상적인 연필 한 자루로 캘리포니아 숲과 만나는 방법인, 연필 한 자루를 모두 써버리는 행위는 의외로 집요하다. 연필이 된 나무가 자라온 지역을 찾기 위해서 연필 회사들에 메일을 보내 사용된 나무의 출처를 묻고, 나무의 수종을 알아내고 나무와 그 숲에 대해 탐구 한 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캘리포니아 숲의 삼나무로 된 연필을 사용해 그곳의 풍경을 그리는 그의 행위는 분명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행위라기 보다는, 인류학적 탐구에 가깝고 사물과 자연을 다시 발견하는 인식론적 행위와 유사하다. 다시 말해 나는 여기서 사물과 사물의 과거인 나무와 숲을 연결시키는 작가의 행위가 단순히 작가적 감각과 시적 수사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고자 한다. '개개비가 살았을지도 모르는' 수수밭을 상상하는 것은 그의 생태적이고 식물학적인 감수성이 활성화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 감수성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작가의 순수한 상상력과 직관에만 의한 것이 아니라, 송수영이 꾸준히 천착해온 문제의식과 탐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송수영_개개비가 살았을지도 모르는 수수-빗자루_수수빗자루_70×40×20cm_2012

문제는 작가가 '이러한 행위가 순수한 DNA정보 제공이 되는 것'을 어떻게 제어하는가이다. 탐구와 인식의 결과들이 단순한 사실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구적 감수성으로 확장되는 그 지점에서 송수영의 작업은 예술로서의 힘을 갖는 경로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 첫 번째 가정은 그의 작품이 만들어 내는 어떤 상태와 관련된다. 작가가 제목에 사용하는 '- 하이픈'은 「향-나무」, 「로드킬 - 박스」와 같이 두 가지 상태의 사물, 혹은 자연을 연결한다. 그것은 향이고 나무인 상태인데 동시에 향이 다시 나무가 된 상태, 나무가 향이 된 상태이다. 또한 물질적으로 박스인채 존재하지만 이미지적으로는 로드킬 당한 동물인 것이다. 두 개 이상의 상태는 하나의 상태가 다른 하나의 상태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물질적 정보에 있어 이런 이중적이고 모호한 상태는 정보를 혼돈에 빠지게 할 뿐이지만, 송수영의 작업에서 이중적인 상태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부정하거나 억압하지 않으며 존재가능한 것으로 시각화 된다. 그리고 그러한 상태는 사물을 섣부르게 자연의 파괴와 훼손에 대한 피고인으로 소환하지 않는다. 두 개의 상태는 병렬되고 하이픈이라는 불안정한 장치에 의해 연결되어있을 뿐이다. 이 병렬의 과정에 작가는 자신의 가치판단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인식적 변화를 기다린다. 잠재성의 농밀함이 생성되는 곳이다.

송수영_로드킬-박스_종이박스, 디지털 프린트_160×100cm_2012

두번째 가정은 작품의 형태와 관련된다. 송수영은 이미지를 연상하는 것에서 작품의 출발점을 삼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다분히 우연적이고 직관적으로 시작되는 일이지만, 일상적이고 하찮은 사물들에 대한 그의 민감한 시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라는 것을 다시 강조하자) 그의 대상들은 형태의 유사성에 의하거나, 상태의 유사성이라는 감각적 체계 안에서 선택되는데, 연상된 이미지를 형태로 만드는 것은 일견 매우 간단하고 쉬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손에 쥐이지도 않을것 같은 작은 소쩍새를 만드는 것, 스탬플러의 흔적을 벽을 타고 올라온 덩쿨로 만드는 것, 곧고 연약한 향을 구부리는 것, 브로콜리로 핵이 터지는 도시를 형태화하는 것은 여러번의 실패와 수공예적 노동을 필요로 한다. ● 그의 작업에서 형태를 만드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사물에서 보이지 않는 것 혹은 우리가 보지 않았던 것, 즉 따라서 사물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선언적이거나 명령적이지 않은, 직관적이지만 세심하게 통제된 형태를 통해 그의 언어로 말하는 것, 장식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는 동시에 형태가 마치 그 사물에 내재하고 있었던 것처럼 드러나게 하는 것, 그것이 송수영의 작품이 갖고있는 예술적 노동의 덕목이다. ● 서로를 부정하지 않는 상태의 유지, 명확하지만 '단서'정도로만 존재하는 형태들. 그의 작업에서 이러한 것들은 작가의 사유의 흐름을 드러내고 형태적 양식을 형성하며 지구의 기억 혹은 사물의 기억과 대면하게 한다.

송수영_브로콜리-핵폭발 브로콜리_오이, 디지털 프린트_37×50cm_2012

3 그런데. 미사여구는 물론 비난도 부재하는 그의 목소리는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 아무도 생명과 음식을 구별하지 않는다네 / 뒤뚱거리던 걸음과 순한 표정들은 / 게걸스럽던 식욕과 평화스럽던 되새김들은 / 순서 없이 통과 리어카에 포개져 있네 / 쓰레기처럼 길가에 엎질러져 쌓여 있네 / 비명과 발버둥만 제거하면 아무리 큰 힘도 / 여기서는 바로 음식이 된다네 / … …. (김기택-마장동 도축장에서)현지연

송수영_방사능-꽃_꽃에 채색, 디지털 프린트_45×65cm_2012

Botanical Imagination and The Search for Lost Connections1 The Juniper tree has become Incense itself. The Juniper tree, which was so named for its fragrance, is now incense for evoking ghosts, and now for chasing away strange odor. Did that big and sturdy Juniper tree which stood guarding its village become an incense, communing with ghosts throug h memory of its past? It takes but a moment for incense to alight and fade, but the memory of that sturdy Juniper lives on. ● And Song, Soo-Young searches out that memory. It is her mission to search for the traces of that Juniper, from the incense which is now merely a Thing 「of instrumental use」. Just as one sees the forest from pencils and books; from chopsticks springtime sprouts; from a leather jacket, a sheep. ● Every spot which has been hacked at by a plane - there is a pattern to be found. / The cold and dark growth-rings / which pass through warm and living tree-flesh / These hard spots, too, are / places where Winter has once passed. / … … (Tree by Kim, Ki-Taek) ● The remembrance of the natural origins of 「industrially reformulated」 Things in the work of Song, Soo-Young is neither a reminiscence of a utopian, "original," state of things, nor a simplistic grief about the death of Nature which has become mere raw material. The common theme of her work is coming face to face with 「a past」 which an object possess of its own. Just as the poet sees in the growth-rings of trees in the corners of wooden furniture the aftermath of vicious battle against the "violence of Winter cold," Song searches out the traces of trees and forests in everyday objects. For instance, this might take the form of a big, sturdy Juniper which has been transformed into a slender piece of incense. Through Song's botanical imagination, a book relives its former existence as a forest; a sorghum broom as a reed warbler nest. ● Trees contain the oldest memory of the earth. Before human beings and even animals came to pass, trees took root, propagated themselves, and battled against intense winter cold. They remember the earth which they survived. And the memory of a time in which animals and human beings coexisted. Thus, to find that a giant forest, which remembers the epochs past, has become a single pencil, is to go back against the stream of earth's memory. ● 2 This is not a delusion of grandeur. 「Tree from a Cedar Forest in California – Pencil」 is a series of drawings that the artist made by using up an entire pencil. The act of using up an entire pencil--one way to use an everyday object to connect with a Californian forest--takes special tenacity. The act of inquiring individual pencil companies the origins of the pencil-trees, researching the species of the trees, and choosing the cedar-pencil to draw the scenery of a Californian forest is closer to an anthropological quest than to a performance relying on intuition or sensory perception. In other words, Song's performance, which connects the object (the pencil) with its past (trees and forests), is not simply to be described in terms of artistic or poetic sensitivity. ● Such vagueness and equivocation is a source of chaos 「in the realm of physical information」, but in Song's work, this twofold nature of meaning is visualized in a form in which neither of the two coexisting components denies or represses the other. And in such a state, objects are not summoned as defendants charged with the destruction of nature. The two states are simply aligned and connected by a precarious device - the hyphen. In such a process, the artist minimizes her value-judgment and simply waits for the change in awareness taking place meanwhile. It is a place of possibilities. ● The second supposition is related to the form of Song's work. Song often begins her work from the association of images. (It's a process that is often accidental and intuitive in nature, but let us not forget that this is only possible because of her sensitive gaze towards the mundane and the trivial.) The objects of such associations are chosen based on the similitude of form or of meaning; and the job of turning those associated images into physical form may seem very simple and even facile. However, making a microscopic scopes owl too small to grasp, turning stapler fragments into a vine climbing a wall, bending a brittle piece of incense, and sculpting a broccoli to visualize a city under nuclear reaction are all feats of craft and intensive labor which necessitate multiple trials and errors. Song's work of giving physical form to image associations involves providing clues to the onlooker which make invisible things visible. This means making visible things which were invisible or remained invisible to us - things of which had hitherto been unspoken. Free from artifice and adornment, neither declarative nor imperative, speaking through her own language in an intuitive yet controlled form, her work reveals connections in such a way that they had been present in the objects all along - and this is the artistic virtue of Song, Soo-Young. In Song's work, the forms exist clearly but not obtrusively, just enough to serve as clues to the associations and to keep each component from denying the other. This allows for the artist's stream of thought to be revealed and for the spectators to come face-to -face with the old memories of earth and the lost connections among objects. ● 3 But perhaps her voices, devoid of neither praise nor blame, are in truth saying the following: ● No one distinguishes life and food: / The tottering walks and the gentle expressions, / The greedy appetite and the peaceful ruminations / Pile up on the container and the handcart, in no particular order / They accumulate on the streets like fallen garbage / Once you remove the shrieks and the squirm / The strongest muscle here becomes grub. / … …. (At slaughterhouse in Majang-dong by Kim, Ki-Taek)Hyun, Ji-yeon

Vol.20121130e | 송수영展 / SONGSOOYOUNG / 宋秀英 / installation.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