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없는 밤

김현정展 / KIMHYUNJUNG / 金玹靖 / painting   2013_0104 ▶ 2013_0203 / 월요일 휴관

김현정_그 여름의 어떤날 One day of the summer_캔버스에 유채_80.3×116.7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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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104_금요일_06:00pm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레지던스 입주작가 릴레이개인展 4th

주최,주관 /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후원 / ㈜코리아센터닷컴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Makeshop Art Space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500-14번지 제1,2전시장 Tel. +070.7596.2500 www.makeartspace.com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입주작가릴레이개인전의 네번째는 김현정작가의 전시이다. 풍경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선 보여 온 작가의 작품에는 작업실 근처 어느 담벼락, 길을 지나다 보게 된 후미진 곳의 개천, 그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풀처럼 특별한 사건이 없는 일상의 다양하고 평범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풍경은 작가가 경험했던 장면들 이지만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관객도 그와 비슷한 경험의 기억 속 장면을 떠올리게 되는데, 작품의 제목은 과거에 경험했던 그것과 비슷했던 어떤 기억과 느낌들을 장면과 함께 떠올리게 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작가의 풍경은 풍경의 재현이 아닌 그때의 풍경과 함께 했던 기억과 감정을 더듬어 가는 과정이다. 개울 밑바닥에 보였던 모래와 돌들이 어떻게 놓여 보이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위에 자라는 풀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 위에 흐르고 있던 물살은 어떻게 기억 되고 있는지 과거의 감정과 현재의 기억을 성실하고 섬세하게 더듬어 가는 과정이 차곡차곡 쌓여 풍경은 실제 풍경에서 과장되기도 하고 왜곡되어 보여지는 지점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작가의 그림이 왜곡된 풍경이 아닌 진실함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풍경 속 보여졌던 기억과 감정을 왜곡 없이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전시 『달 없는 밤』 에서는 그 동안 작가가 풍경을 통해 찾아가고 있는 감정과 기억의 섬세한 과정을 긴밀히 들여다 보고 관객으로서 회화를 통한 소통과 공감의 지점을 찾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김현정_하늘안의 하늘 The sky in the sky_캔버스에 유채_130.3×162.1cm_2012

젊은 화가 김현정이 전통 회화, 그것도 풍경에 끈질기게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김현정은 자신의 기억 한 순간에 포착한 내밀한 풍경의 정감을 회화로 재구성한다. 화가의 기억은 주택가의 계단과 벽면에 담담하게 내리비친 그림자, 작업실에서 내려다본 고저늑한 밤의 주차장, 개발로 파헤쳐진 기이한 공동묘지, 하얀 안개 속의 희끄무레한 풍경, 고층빌딩의 유리벽에 투영된 도시 풍경, 땅거미 내려앉는 도심의 고가도로와 보도, 시골집 담벼락에 쌓인 덤불더미 등 지극히 비근한 일상의 풍경을 붙잡는다. 바로 그 시간, 바로 그 공간, 자신에게 각인된 풍경의 기억을 자신만의 분위기로 불러내는 일이다. 풍경 속의 기억은 사회적 메시지 같은 특별한 의미는 아닐지라도 개인사에 얽힌 적지 않은 내러티브가 숨어 있다. 기억이란 언제나 현재를 축으로 해서 모든 과거의 체험을 아울러 재생하고 재구성하는 유동(流動)의 의식 현상이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김현정의 그림은 풍경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진부한 구상 그림과는 무엇이 다른가? 풍경의 성질을 드러내는 이 화가의 구도나 색채, 표현 기법이 워낙 정공법이어서 혹자는 이 작가만의 풍경의 독자성에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문제의 핵심은 하찮은 풍경에서 만나는 낯선 정감의 실체에 있다. 김현정은 '풍경 속의 풍경'을 그린다. 풍경의 어느 한 구석 모퉁이의 피부를 집요하게 파고들기도 하고, 풍경의 피부를 벗겨내고 저 깊은 속살로 시선을 침투시키기도 한다. 말하자면 눈앞에 가까이 존재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저 아득히 멀리 '존재하는 것의 단 한번뿐인 현상', 요컨대 아우라(Aura)를 쫓는 것이 김현정 회화의 지표이다. 바로 이 아우라를 회화로 각인시키는 조형 감각…, 다시 회화적 감각이 중요하다.

김현정_달 없는 밤 Moonless night_캔버스에 유채_145.5×227.3cm_2012

이번 개인전에는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 이전과 느낌이 달랐다. 작품의 감각이 좀 변화했다. 아니다. 감각이 좀더 깊어졌다. 무엇보다 「하늘 속의 하늘」「그 여름의 어떤 날」이 압권이었다.(도시 뒷골목의 담벼락을 그린 「달 없는 밤」에서는 추상 의지가 배어 있어 변화의 기운을 읽을 수 있다.) 두 작품은 수면 위에 떠있는 꽃과 풀, 오리 같은 생명체들, 그리고 수면에 어른거리는 하늘과 흔들리는 구름, 살갗을 스치는 바람의 촉감까지를 붙잡은 풍경이다. 그것은 원래 '그림이 될 만한' 픽처레스크(Picturesque)한 소재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화면은 우리의 시선, 우리의 가슴을 꽉 붙잡는 숭고미로 물들어 있다. 그림이 살아 있다. 얇고 투명한 색을 겹겹이 쌓아올려, 그 수많은 레이어로 촘촘히 직조된 물감의 층들은 피부와 뼈와 살을 이루어 하나의 생명체로 꿈틀꿈틀댔다. ● 화면으로 바짝 다가서 보았다. 눈앞의 화면은 풍경 이전에 '색채로 뒤덮인 하나의 평면'이었다.(줌 인/아웃, 부분/전체의 지각의 네트워크에 따라서 '전망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여기 평면 회화에서도 우리는 '지각의 현상학'을 적용할 수 있으리라.) 순간순간의 감각을 숨 가쁘게 실어 나르는 출렁거리는 붓 터치, 서로 밀고 당기고 드러내고 뒤덮는 물감 입자들의 거침없는 투쟁의 아우성, 화면을 경영하는 긴장과 이완의 호흡들… 김현정은 이렇게 화면의 지층을 세포조직처럼 조밀하고 풍성하게 건설한다. 그렇다. 회화는 구상이나 추상 이전에 움직이는 손의 작업, 수공성이 자기 증명의 절대 기반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자주 그림을 화가의 신체 운동, 일종의 퍼포먼스로 규정하곤 한다. 말하자면 회화란 붓이라는 감각의 더듬이로 화면을 경작(耕作)하는 몸의 흔적들, 캔버스에 실현된 화가의 뜨거운 신체의 경연장이 아닌가.

김현정_가장 가벼운 공기 The lightest air_캔버스에 유채_80.3×116.7cm_2012

"그림 그리는 건 연애하는 일과 같아요." 김현정이 말했다. 회화와의 연애? 화가가 이 세상의 사물과 풍경을 만나는 일은 때로는 우연이요, 때로는 필연이리라. 그러나 그 만남의 희로애락을 화면에 끌어안고 예술이라는 성(城)을 축조하는 가열한 몸부림이야말로 화가의 일, 바로 회화가 아닌가. 몸과 마음을 총동원하여 사랑하는 애인을 보듬듯 화면을 조형해 가는 이 집요한 페티시즘(Fetishism)이야말로 회화와의 가장 뜨거운 연애 수단이 아닌가. 회화는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은 것. 이 회화 본연의 성으로 더 깊이 질주하는 김현정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나는 아주 즐겁다. 『풍경 속의 풍경』 ■ 김복기

Vol.20130104g | 김현정展 / KIMHYUNJUNG / 金玹靖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