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습들 Scenes of Real Life

김경섭展 / KIMKYOUNGSUP / 金暻燮 / sculpture.installation   2013_0109 ▶︎ 2013_0114

김경섭_나와같구나_레진에 유채, 아크릴판_70×60×80cm_2012

김경섭 블로그_blog.naver.com/fks0210

초대일시 / 2013_010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2,3층 Tel. +82.2.734.1333 www.ganaartspace.com

생의 의지에 대한 비극적 승화 ● 피가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이들처럼 손과 발이 뒤엉켜 녹슨 쇠사슬 사이 사이로 공간을 채운다.「rotation」이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절규와 비통에 찬 고뇌가 끊임없이 순환의 고리로 이어진다. 거칠고 두터운 마띠에르로 표면을 무장하고 있는 손과 발을 보고 있노라면 생존의 도가니 속에 갇힌 채 주체를 망각하고 살아가야 하는 각박한 현실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김경섭_철봉놀이_레진에 유채, 끈, 철, 스테인리스_120×120×75cm_2012
김경섭_버텨라_레진에 에나멜, 철, 스테인리스_140×30×30cm_2012_부분

또 다른 한편으로「철봉놀이」라는 작품에서는 삶의 고난을 상징하는 철봉에 매달려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치열한 시대의 자화상이 묘사된다. 과장된 웃음과 지나친 진지함이 한 덩어리를 이룬, 이 작품 속 인물들의 웃음이 가슴을 여미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과장된 웃음의 이면에 시대의 상처를 가리우고 있는 '광대의 미학'을 형상화 한 듯 철봉에 매달린 사람들의 목에는 올가미가 걸려있다. 도태되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잔혹함이 몸서리쳐지게 아찔한 극적 긴장감을 부여한다.

김경섭_너에게서_레진 ∙ 캔버스에 유채, 철_85×30×30cm_2012_부분
김경섭_rotation_레진에 유채, 철_280×70×70cm_2012_부분

마치 비극의 한 장면을 묘사한 듯한 김경섭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가 떠오른다. 디오니소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굉장히 격정적이고 파괴적인 신으로 묘사된다. 디오니소스의 파괴적이고 충동적인 경향성은 감정적 고양과 잘 비교가 되는데 철학자 니체에 따르면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란 단순히 감정적인 상태의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초극의지를 드러내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 바로 "비극"이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숭고한 의지를 가진 어떤 인간이 특정한 계기에 의해 죽음을 당할 경우에 그것을 눈앞에서 목도한 사람들은 어떠한 연민, 고통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인간의 그 "숭고한 의지"는 전혀 희석된 것이라 오히려 죽음에 의해서 더 강렬하게 남아있을 수도 있다. 비록 의지를 가졌던 사람은 죽었지만, 죽은 사람이 가졌던 의지는 그 죽음을 바라본 사람에게는 강렬하게 남아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니체는 그것을 희열과 쾌락을 주는 것으로 보고 그러한 쾌락이 오히려 삶의 의지를 더 확고히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니체에게 비극은 삶의 의지를 고양시키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예술적인 것이 된다.

김경섭_그들_레진에 아크릴채색, 밧줄, PVC호스, 스테인리스_110×50×60cm_2012
김경섭_기도_레진에 아크릴채색, 철_55×30×30cm_2012

마찬가지로 김경섭이 묘사한 생의 비극적 형태는 자체로 절망적 상황에 대한 직접적 고발이라기보다 그것을 딛고 일어서야만 하는 적극적인 의지의 고양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작품 "기도"와 "그들"은 김경섭이 작업을 통해 지향하고 있는 바를 잘 보여 준다. 이들 작품에 등장하는 손은 투박한 노동자 서민의 손과 닮아있다. 손이란 고난과 역경의 역사를 담아내고 그것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실의 절박함을 잘 투영해낼 수 있는 소재이자 아울러 자신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는 표지다. 굳건히 맞잡은, 그리고 기도하는 손을 통해 그는 스스로를 포함해 삶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 소북

김경섭_그_레진에 에나멜, 아크릴채색, 철_55×60×85cm_2012_부분
김경섭_텅_레진에 유채_65×50×75cm_2012
김경섭_target_레진에 유채, 아크릴채색, 투명 합성수지_130×80×90cm_2012

살다보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게 하는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외면하거나 포장하고 미화한다고 해서 그런 것들이 본질적으로 바뀌거나 사라지지는 않는다. 애써 보지 않을 수는 있지만 실체적 존재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단면에 대해 나는, 고통스럽지만 담담하게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 내가 종국에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어두움과 절망이 아니다. 그 속에서 꿈틀거리며 피어오르는 삶에 대한 의지와 애달픈 집착이다. 거대하고 이길 수 없는 것이 정해진 힘 앞에 수동적으로 굴종하고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하찮고 부실하지만 그에 맞서 몸부림치며 생존해 내려는 의지. '정의는 승리한다.'는 식의 밝고 희망차지만 공허하고 코웃음 쳐지는 메시지가 아니라, 바위에 부딪혀 장렬하게 깨어지는 달걀의 비장함과 결연함 같은 것 말이다. 축복받아 보기 좋게 다 갖추고 태어난 이들의 동화 같은 화려함보다, 안타깝고 억울하게 주어졌지만, 부서지며 견디어 내는 이들의 의연함이 나는 더 아름답고 숙연하게 느껴진다. ● 질투와 증오는 애정의 또 다른 면이고, 염세주의자가 세상을 시니컬하게 보는 이유는 이 세상에 대한 애착이 더욱 크기 때문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세상의 암울한 단면을 드러내는 이 작품들에서, 역설적으로 애잔함과 따뜻함이 느껴지길 나는 바란다. (2012년 11월) ■ 김경섭

Vol.20130109c | 김경섭展 / KIMKYOUNGSUP / 金暻燮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