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개의 창(窓)

2012 OCI 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展   2013_0110 ▶ 2013_0220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3_0110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시헌_김유정_박종호_유싸무 윤기언_이주리_임현경_조태광

관람시간 / 10:00pm~06:00pm / 월요일 휴관

OCI 미술관 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수송동 46-15번지 Tel. +82.2.734.0440 www.ocimuseum.org

OCI미술관은 시각예술작가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지원하고자 2011년 4월 1일부터 인천광역시 학익동 소재에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2기 선정 작가인 윤기언, 임현경(이상 한국화), 김유정, 박종호, 유싸무, 이주리, 조태광(이상 서양화), 김시헌(복합매체)은 입주기간동안 작품 활동에 매진해왔으며, 일대일 비평가 매칭프로그램, 내·외부 토론과 초청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시도해왔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1월에는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통해 미술관계자, 관람객들과 깊이 있는 소통의 시간을 가진 바 있다. ●『여덟 개의 창(窓)』展은 8인의 입주작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비전의 창을 통해 그동안 쌓아온 열정과 노력의 결실을 한 자리에서 살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전시는 작품의 소재와 형식적 측면에서 '정지된 시간', '움직이는 공간'으로 나뉜다. 찰나의 무한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정지된 시간' 섹션에는 김유정, 박종호, 임현경, 조태광 작가가, 끊임없는 움직임과 생성을 표현하는 '움직이는 공간' 섹션에는 김시헌, 유싸무, 윤기언, 이주리 작가가 자리한다. 이번 전시는 입주작가들이 지속적인 만남과 토론을 통해 공유하고 준비한 것으로서, 작가 네트워크 형성과 창의적 담론 생성을 돕는 창작스튜디오의 긍정적인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8인의 작가들은 각자의 뚜렷한 개성과 방법론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에 대한 또 하나의 감상 방법과 시각을 제시한다.

김유정_Shadow Garden_프레스코, 회벽에 음각_112×162cm_2012

Ⅰ. 정지된 시간김유정은 전통적인 프레스코 기법을 차용하여 주로 식물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에 집중한다. 회벽이 마르기 전 표면에 스크래치를 내어 다양한 형태들을 만들어내며 주로 단색조로 나타낸다. 작가의 작업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화분과 식물들은 획일적이고 수동적인 인간의 삶에 대한 다소 어두운 일면을 내포하는 것이기도 하다. 엇비슷한 화분들의 반복적인 사용과 화분 안의 식물이라는 요소에서 그러한 면을 일축한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 안에 수많은 각인의 행위를 통해 만들어지는 생명체 즉 식물의 형상들은 유한한 삶에 맞선 인간의 치열한 삶의 행위들, 삶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이것은 몇 단계에 걸친 작가의 고된 작업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김유정의 작품들은 회백색의 화면에 아픈 상처를 내는 작업이지만 그것을 통해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면서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공유하도록 한다.

박종호_인천노을-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2×100cm_2012

박종호는 그리기와 이미지 재현의 문제를 회화 연작을 통해 꾸준히 표현해왔다. 그림을 그리는 손이나 작가의 뒷모습, 작업실 풍경, 이젤 등 '그리기' 라는 행위 자체에 관한 요소들에 집중한다. 특히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하나의 풍경, 사물로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의 그림이 무한히 반복되어 이미지가 복제되고 시선이 분열된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또한 실재 거울을 사용하거나 거울에 비친 작가를 그려 넣어서 보는 이에게 다층적인 시선을 유도하며, 보이는 것의 실재와 가상,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의문을 던진다. ● '그리기'에 관한 작가의 작품들은 이미지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또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실재를 반영해야하는 화가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는 것이며,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자기반성적인 작업이다.

임현경_The garden scape_장지에 채색_193.9×260.6cm_2012

임현경은 나무, 돌, 새 등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여 동양화의 담채, 진채를 통해 파노라마적 풍경을 펼친다. 나무나 돌, 새는 전통적인 동양화에서 자주 나타나는 것들이지만 풍경의 곳곳에서 보이는 연못이나 분수대, 수도꼭지, 나무 보호대 등은 동시대에서 익숙한 도시적인 요소들이다. 또한 삼단화의 구성, 천정화를 연상시키는 원형적 시각은 종교, 서양적 요소 등이 가미된, 작가가 풍경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정적인 구도에 친숙한 소재들을 배치함으로써 일상적 정원을 표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괴하게 변형된 추상 형태의 바위와 자유롭게 흐르는 물, 그 가운데 포함된 도시적인 담벼락이나 기둥의 결합 등은 초현실적인 공간으로도 보인다. 임현경의 풍경화는 전통적 동양화에서 추구하던 생명과 자연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며, 이를 동시대적인 또는 미래지향적인 작가만의 새로운 풍경으로 변형하고 만들어낸다.

조태광_Somewhere, anywhere_리넨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12

조태광은 따듯한 색감과 빛을 지니고 있는 유토피아적인 자연풍경을 그린다. 주로 잘 정돈된 초록의 땅에 나무와 새, 유영하는 구름 등의 자연물들이 놓여있는데, 이것은 구글 어스를 이용한 조감도적인 시각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자연이 훼손되는 사건이나 재앙에 대한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이 없는 세계, 궁극적인 유토피아의 세계에 대한 노스텔지어를 표현한다. 구글 어스 프로그램을 활용하지만 이 풍경들은 구글 어스를 그대로 본뜨고 기록하는 것을 넘는다. 오히려 재난 등의 사건이 명확히 반영되지 않는 구글 어스 즉 인간이 통제하는 자연에 대한 시각의 맹신을 경계한다. 나아가 작가는 구글 어스에는 없는 풍경을 새롭게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이는 통제와 감시가 만연한 허상적인 유토피아가 아닌 진정한 유토피아적인 풍경으로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시헌_길들여지지 않는 선 142_종이에 먹, 목탄_153×500cm_2012

Ⅱ. 움직이는 공간김시헌은 드로잉, 회화, 실험애니메이션 장르에 대한 다양한 형식실험을 통해 '길들여지지 않는 선'이라는 주제를 오랜 기간 연구해왔다. '길들여지지 않는 선'은 작가의 신체가 만들어낸 우연적 결과물로써 비정형적인, 고정되어있지 않은 새로운 선, 형태를 의미한다. 이는 드로잉을 제작한 후 실험애니메이션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회화'로 다시 표현한다. 먹과 목탄을 이용한 드로잉 작품들에서는 강렬한 먹과 함께 작가의 움직임에 따른 선의 리듬과 스피드가 표현되며, 나아가 공간감과 부피를 가지는 하나의 덩어리를 형성한다. 실험애니메이션에서는 드로잉의 선과 형태를 분절하거나 결합하여 풍부한 율동성을 더욱 강조한다. 김시헌의 작품은 고정된 형태나 의미의 표현이 아닌 새로운 시각이미지를 위한 신체의 행위와 과정에 대한 흔적으로서, 실험적인 매체와 결합하면서 시각의 확장을 유도한다.

유싸무_Wonder years of a young maide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0×180cm_2012

유싸무는 세상의 모든 단단하고 육중한 것들도 언젠가는 소멸한다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죽음과 불멸을 주제로 탐구해왔다. 오히려 영원할 것 같은 기념비적인, 표면적인 존재들보다 영혼, 꿈, 환상, 사랑 등 약해보이고 비가시적인 존재들이 불멸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작품에서 표현한다. 주로 회화를 통해 사슴, 말 등의 동물이나 마치 게임과 만화캐릭터 같은 인물들을 생동감 있는 색감으로 나타내며, 동물의 박제를 연상시키는 조형물을 제작하기도 하는데, 게임캐릭터나 동물 박제는 불멸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함축하는 모티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건축물이나 글자, 인간의 형상과 동물 신체의 일부를 결합하는 등의 구성을 통해 현실의 풍경이 아닌, 꿈속의 이미지나 환영처럼 보이도록 한다. 유싸무의 작품에서 인간의 영혼과 꿈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을 소망하면서 자유롭게 유영한다.

윤기언_미묘한 순간 02_한지에 수묵_74×142cm_2012

윤기언은 한지에 먹과 세필을 사용하여 실제 자신의 손을 그리는 것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가위바위보나 방향을 지시하는 손 등 하나의 손짓을 반복하거나 겹쳐 그리면서 새로운 큰 형태를 만들어낸다. 작가에게 손은 또 다른 언어로, 손의 자세에 따라 사람의 심리나 상황, 의미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손은 매우 가는 세필로 그려지는데 이는 동양화에서 중요시 되는 선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며, 섬세한 언어인 손을 더욱 담백하게 드러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윤기언의 작품에서는 주로 하나의 손이 여러 개가 모이면 처음 손이 상징하는 의미와 이후 전체적인 형태가 상징하는 의미가 달라지거나 부연된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으로 기존의 언어나 명료한 기호체계에 대한 인식을 전복하고 비튼다. 이는 단일한 의미로 종결될 수 없는 시각이미지의 다양성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한지를 겹쳐 손의 운동성을 나타내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통해 여러 개의 손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작업도 새롭게 선보이면서 다양한 장르를 활용한 작가의 소통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이주리_두 개의 지류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62cm_2012

이주리는 공사장을 풍경으로 하는 작업에 집중하는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황량한 공사장에 다양한 요소들을 그려 넣는다. 작가는 발달장애아동들의 작품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선, 무의식에 가깝게 그려진 창의적인 형태에 감명을 받는다. 작품을 주로 공사장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것은 공사장이 이러한 '날 것'상태의 공간, 무의식의 요소들이 자리하기 쉬운 상상적인 터로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주리는 익숙한 현실의 소재들을 변형하고 새롭게 만들어 절단된 신체, 각종 기계, 형태를 알기 어려운 파편 등을 공사장에 배치한다. 공사장은 작가가 동시대적인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택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낮선 요소들이 가지고 있는 기괴함으로 인해 초현실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배태한 텅 빈 땅은 작가의 깊은 내면의 상상적인 요소들로 채워지며, 파괴와 생성이 동시에 일어나는 새로운 판타지적인 공간으로 탄생된다. ● 여덟 명의 입주작가들은 입주기간 동안 창작활동에 전념하며 각자의 비전을 향해 달려왔다.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서의 시간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의 삶에 자양분 역할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OCI미술관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으로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프로그램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며, 작가와 밀접한 소통의 장을 형성하는 시각 예술 공간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 김지예

Vol.20130110a | 여덟 개의 창(窓)-2012 OCI 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