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보이다

김은영展 / KIMEUNYOUNG / 金恩英 / installation   2013_0111 ▶ 2013_0127 / 월요일 휴관

김은영_보다 보이다展_플레이스막_2013

초대일시 / 2013_0111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8:00pm / 월요일 휴관

플레이스막 placeMAK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7-9번지 1층 Tel. +82.17.219.8185 www.placemak.com

보다보면 보인다. 보다보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숨어있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작가는 어느 날 마루바닥에 누워 옆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에 의자다리가 있었다. 그때 작가는 실로 처음 의자가 의자로써 기능하기 위해 다리가 온전히 존재해야 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시선이 위치한 곳과 바라봄에 걸리는 시간. 평소와 다른 위치에서 긴 시간 동안 대상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경험이었으리라.

김은영_보다 보이다展_플레이스막_2013

익숙한 대상을 달리 보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 의자를 대할 때 1초의 시간을 들였다면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의자를 살펴봐야 한다. 시간을 두고 보다보면 대상은 자유롭게 해체된다. 그리고 기존의 기능에서 탈피한다. 나무 의자다리는 길쭉한 코끼리 코로 보이고 알루미늄 의자다리는 감옥의 철조망과 이미지가 겹친다. ㄱ자 의자 등받이는 발사 전 장전된 총을 연상시킨다. 비유를 통해 의자 구조 안에서 세상 만물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나는 여행한다. 닮은 꼴 사물의 연상을 따라 이 시공간에서 저 시공간으로 눈을 감은 채 옮겨간다. 눈을 뜨고 의자를 다시 바라본다. 상상에 의해 분해되었던 의자는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 있다. 그리고 깨닫는다. 하나의 나사못이라도 빠지면 의자는 기존의 기능을 수행하기 힘들 것이다. 의자가 의자로써 기능하기 위해 내부의 부품들이 얼마나 견고하게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지 인식하는 과정이다. 부분은 전체를 이루고 전체는 부분의 노력에 의해 유지된다. 그리고 만물의 부분은 서로 닮아있다. 따라서 의자다리는 의자를 이루는 동시에 더 큰 세상을 구성하는 입자로 존재한다.

김은영_Part of things_나무에 아크릴채색_30×30×30cm×4_2012
김은영_Part of things_나무에 아크릴채색_30×30×30cm_2012

대상에 대한 남다른 사유를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뿐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위치의 변화이다. 작가는 자신이 의자다리를 처음 인식했을 때로 관객을 데려간다. 바닥에 누워 바라본 의자는 거대했고 시선의 평행에 위치한 의자다리는 크고 단단한 기둥 같았다. 그때의 느낌을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작가는 전시장 안에 큰 나무기둥을 세웠다. 밖에서 바라본 전시장은 하나의 네모상자이다. 네모상자 안에 건물크기만한 의자의 다리부분이 놓여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나는 의자다리 반에도 못 미치는 길이의 인간이다. 밖에 있을 때는 관찰자의 입장에 서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의자다리와 비교되어 관찰당하는 입장에 선다. 한편 전시장 안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크기의 의자다리들이 네모상자에 꽂혀있다. 그곳에서 나는 다시 관찰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전시장과 네모상자라는 틀을 이용해 작가는 '봄과 보임(Viewing and Being Viewed)'의 동시성을 관객이 효과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김은영_Part of things_나무에 아크릴채색_30×30×30cm×2_2012
김은영_무제_가변설치_2012

세상은 전시장과 달리 비가시적 틀로 이루어져 있다. 만물은 그 안에서 서로를 응시하고 쫀쫀한 긴장감이 세상에 서린다. 나와 타인이 놓인 위치, 서로간의 거리, 교환하는 시선 따위가 말해주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세상은 잘 만 하면 따뜻한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함부로 다루면 상해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형태로 일그러진다. 시간을 두고 다른 위치에서 사물과 사람, 관계를 바라보자. 그 안에 나의 태도와 내가 살아온 모습들이 있다. 끝으로 하나의 시를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김은영_무제_나무_가변크기_2012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상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보리밥과 김치가 든 도시락으로 공양을 마쳤다고 한다. 그가 화장실 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는 사람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의 다리는 의자가 직립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하루종일 損益管理臺帳經과 資金收支心經 속의 숫자를 읊으며 철저히 고행업무 속에만 은둔하였다고 한다. 종소리 북소리 목탁소리로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에다 자금현황 매출원가 영업이익 재고자산 부실채권 등등을 청아하고 구성지게 염불했다고 한다. 끝없는 수행정진으로 머리는 점점 빠지고 배는 부풀고 커다란 머리와 몸집에 비해 팔다리는 턱없이 가늘어졌으며 오랜 음지의 수행으로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그는 매일 상사에게 굽실굽실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수행에 너무 지극하게 정진한 나머지 전화를 걸다가 전화기 버튼 대신 계산기를 누르기도 했으며 귀가하다가 지하철 개찰구에 승차권 대신 열쇠를 밀어 넣었다고도 한다. 이미 습관이 모든 행동과 사고를 대신할 만큼 깊은 경지에 들어갔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30년간의 長座不立'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리 부르든 말든 그는 전혀 상관치 않고 묵언으로 일관했으며 다만 혹독하다면 혹독할 이 수행을 외부압력에 의해 끝까지 마치지 못할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껏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없이 스며들었으나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 한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정진했다고 한다. 그의 책상 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섯이었고 둘은 그의 다리 넷은 의자다리였지만 어느 둘이 그의 다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사무원」중에서,『사무원』, 김기택, 창작과비평사, 1999)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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