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Fantasy

2013_0123 ▶︎ 2013_0205 / 월,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3_0123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 양태근_류호열_이상민_Bernd Halbherr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0:00am~05:00pm / 월,공휴일 휴관

진화랑 JEAN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통의동 7-35번지 Tel. +82.2.738.7570 www.jeanart.net

환상(fantasy), 그 무한한 가능성 ● 예술은 작가의 창조물이다. 따라서 예술은 작가가 상상하고 원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이다. 작품 안에서 일어나는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은 모두 용인되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찾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이어진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이 관대함은 환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도 유사하다. 가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고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오늘날, 환상은 이미 현실의 일부가 되었다. 환상은 시뮬라크르(simulacre)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를 은유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다. 이것은 미술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오늘날의 미술은 미메시스(mimesis)적 재현 혹은 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그리고 윤리적인 내러티브(narrative)의 전달이라는 정의에 만족하지 않는다. 조형 요소들이 벌이는 형식적 실험이라는 정의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미술은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이탈하고, 근원적인 진리를 보여주면서도 허물고, 시각적인 효과에 집중하면서도 내러티브를 담아낸다. 그리고 이러한 현란한 경계의 이탈과 해체에서 유용한 것이 바로 환상이 지닌 개방성과 융통성이다. ● 일반적으로 비현실적인 공상이라 여겨지는 환상은 현실과는 분명 구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현실과 환상이라는 이분법적인 도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예술적 상상력으로 논의되는 환상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환상을 창조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현실을 완전히 분리시킨다면 무의미한 공허함과 허황됨만이 남게 될 것이다. 환상은 단순히 현실 밖의 무엇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환상은 리얼리즘(realism)으로는 포착할 수 없었던 현실의 이면, 현실에 의해 감춰지고 억압되어 있던 것들을 상기시킨다. 캐스린 흄(Kathryn Hume)이 말했듯 환상은 실제적이고 정상적이라 받아들여지는 것들의 한계로부터 고의적으로 이탈하는 것이다. 정상이라는 틀 안에 담긴 우리의 현실은 역설적이게도 매우 인위적이고 억압적이고 배타적이다. 그리고 억압과 한계를 갖는 것은 보이지 않는 균열을 만들게 된다. 환상은 현실 세계의 균열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자 세계의 법칙들이 고수해온 안정성을 깨뜨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환상의 힘을 무한대로 발휘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말해지지 않은 것을 말해지게 하는 작가들이 있다. 양태근, 류호열, 이상민, 베른트 할프헤르(Bernd Halbherr)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세계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자신의 이상을 보여주기 위해 현실이 아닌 환상을 선택했다.

양태근_고립_사진, 종이, 플라스틱_34×28×2cm_2013

양태근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실내 풍경 사진을 제작한다. 사진 속 이미지는 작가가 임의로 만든 세트(set)장을 촬영한 것인지, 회화와 사진을 결합시킨 것인지 모호하다. 양태근은 작업 초기부터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과 그로 인한 재앙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변종 생명체를 제작해왔다. 이제 작가는 사진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여 인간의 이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초현실적인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류호열_Null_LED, 플렉시글라스_50×17×17cm_2012

류호열은 과학적 이미지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예술이 환상의 세계를 상상하게 도와준다면 과학은 그것을 실재(實在)화한다. 인간의 수많은 꿈과 환상은 과학에 의해 현실이 되었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나무와 바다, 그리고 인간 형상은 마치 픽셀(pixel)로 이루어진 디지털(digital) 세계를 보는 듯하다. 셀 수 없이 많은 사각형 혹은 입방체와 같은 기하학적인 개체로 이루어진, 반복적인 비트(beat)를 갖는 세상은 기계와 자연-유기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에 과학과 예술, 현실과 환상의 만남을 주선한다.

이상민_Crease the space_Plate Glass Engraved_85×85×6cm_2012

이상민은 극도의 예리함과 정교함으로 완성되는 유리 작업을 통해 범속한 인간 세계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의식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성스러움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정지된 찰나를 포착한 것 같은 그의 이미지는 영원한 시간성을 획득하며 현실을 뛰어넘는다. 회화와 조각을 넘나드는 그의 작품은 물의 잔영을 통해 물방울과 바다, 세포와 우주 같은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의 경계를 넘나든다. 만물에 흘러 생명을 주는 물은 결국 모든 것을 포용하는 용기(容器)가 되어 세상을 품는다.

Bernd Halbherr_Bamboo forest_lambdaprint, photocollage, coated with plastic_지름 30cm_2007

베른트 할프헤르는 자신이 직접 촬영한 풍경 사진들을 편집하고 재배치하여 비현실적인 세계를 재현한다. 사진은 그 매체의 특성상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일지라도 실존했던 사실-대상, 장소, 순간-이자 진실처럼 보인다. 그러나 할프헤르는 자신의 풍경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장소임을 강조하기 위해 마법사의 구슬을 연상시키는 지구본을 제작한다. 이미지의 왜곡이 두드러지는, 현실인지 꿈인지 모호하여 관객을 망설이게 만드는 세계는 본질과 실재의 구현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찾아 사실과 환상 사이를 유랑한다. ● 판타지는 우리 삶의 일부이다. 인간은 매일 자신에게 없는 것을 상상하고 욕망하며 무의식속에서 환상을 꿈꾼다. 이것은 단순한 탈출이나 현실의 이탈이 아니다. 사실이라는 이름 아래에 묻혀버린 세상의 반대편과 인간의 이상을 관망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환상이다. 양태근, 류호열, 이상민, 베른트 할프헤르는 환상이 가진 힘을 알고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환상의 너머에는 환상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너머에는 우리의 진짜 현실이 존재한다. ■ 이문정

Vol.20130123h | Sur-Fantasy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