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귀

2013_0124 ▶ 2013_0313 / 일,공휴일 휴관

김강인_The moment Ⅷ_한지에 수묵_97×130cm_2012

초대일시 / 2013_0124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강인_김미영_성문영_이자용_정연희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신한갤러리 역삼 SHINHAN GALLERY YEOKSAM 서울 강남구 역삼동 731번지 신한은행 강남별관 B1 신한아트홀 내 Tel. +82.2.2151.7684 www.shinhangallery.co.kr

김강인, 김미영, 성문영, 이자용, 정연희 다섯 작가는 이번 전시의 키워드로 '시간의 귀' 라는 다소 모호한 명제를 제시했다. 이는 어떤 시간을 품은 공간을 뜻하는 은유적 표현으로 내가, 지금, 여기에서 들려주는 이 시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이들은 인간 존재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며 자신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머무는 공간을 그린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 속에서 방황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내적 고민을 보여준다.

김강인_The moment Ⅹ_한지에 수묵_101×101cm_2012
김강인_The moment ⅩⅣ_한지에 수묵_91×72.7cm_2012

김강인은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이 공존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결코 정지하지 않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현재의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 과거에도 현재였고, 지금 이 순간도 현재이며, 다가올 미래도 결국 현재가 되기에 순간의 흔적은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처럼 흔들리는 상태로 표현된다. 대상은 경계가 허물어져 뚜렷한 형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렇게 모호한 표현은 과거 존재했던 것에 대한 그리움과 현재, 그리고 미래에 사라질 것에 대한 두려움을 자아내도록 의도된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시공간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미영_Connected Disconnection_한지에 연필_95×131cm_2012
김미영_Disconnected Area_한지에 혼합재료_73×91cm_2011
김미영_Of Human Bondag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10

김미영은 과거에 걸었던, 혹은 현재 걷고 있는 길의 지도를 재해석하고 재창조한다. 자신이 거주했던 두 도시 한국 서울과 독일 라이프치히의 지도를 합성하거나 서울 강남구의 한강 대신 바다를 그려 넣는 등 자신의 경험과 연관된 낯선 풍경을 제시한다. 이렇듯 작가가 자신만의 지도를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삶의 지표를 지도의 속성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뒤얽힌 선들은 유기적으로 기억의 조각들을 잇는다. 그리고 작가는 길을 잃고 헤매지 않기 위해 지도가 정확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수정을 반복한다.

성문영_흔적_장지에 채색_230×150cm_2010
성문영_흔적_장지에 채색_53×65cm_2009
성문영_흔적_순지에 채색_72×61cm_2009

성문영은 기억의 사물 속에 추억을 담는다. 사물의 외곽 형태를 확대하여 그 안에 소중한 기억의 파편들을 가둔다. 여행의 발자취를 화폭에 담는데 신고 다녔던 신발, 동행했던 강아지, 갈증을 해소해주던 일회용 음료수 컵, 숙소의 열쇠, 카메라 등 함께 했던 사물의 외곽 형태 속에 보고 느끼고 추억하는 풍경을 그려 넣는다. 모두 작가의 주관적 잔상을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일상에서 탈출하여 흔적을 남기는 것은 또 다른 일상의 연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증명하듯 그녀의 흔적 남기기 작업은 계속된다.

이자용_바다 위의 눈_순지에 채색, 연필_62×130cm_2012
이자용_sea of love_순지에 채색, 연필_62×130cm_2012
이자용_바람이 통하지 않는 집_순지에 채색, 연필_62×130cm_2011

이자용은 마음의 풍경을 화폭에 담는다.「네 눈 속에 눈」,「바다 위의 눈」,「사랑의 바다」,「바람이 통하지 않는 집」에서와 같이 고독한 시간이 머무는 공간을 그린다. 앙상한 나무 사이로 작은 개 한 마리가 쌓인 눈을 바라보고 있다. 광활한 바다 위에 내린 눈은 쉽게 녹지 않아 저 멀리 바다로 뛰어든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출렁이는 바다 물결을 바라보는 사랑에 빠진 이가 있다. 먹구름이 잔뜩 껴있는 들판에 바람이 통하지 않는 집 한 채가 답답하게 서있다. 이렇게 차가운 냉정함을 품고 따스한 그리움을 염원하는 그녀의 작품은 외로운 현대인의 초상을 떠올린다.

정연희_추천하는 시간_한지에 채색_130×97cm_2009
정연희_추천하는 시간_한지에 채색_116×172cm_2009
정연희_추천하는 시간_한지에 채색_130×194cm_2011

정연희는 새벽 세 시라는 특정 시간에 주목한다. 깜깜하고 조용한 거실에서의 우연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 빛과 호흡하게 된다. 작가는 텅 빈 공간에서 빛을 인식하고 이내 빛으로 가득 찬 공간을 그린다. 대상을 무관심하게 바라보고 멀리서 지켜보는 관조적 태도를 통해 내면의 소통 공간을 찾는다. 화면에 가득한 빛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낸다. 작가는 관조의 시간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상태를 포착했다. 그리고 모두가 조용하게 주어진 변화에 순응하는 이러한 시간을 추천한다. ● 결국 김강인, 김미영, 성문영, 이자용, 정연희 다섯 작가의 이야기는 자아에 대한 내적 성찰로 귀결된다. 크고 작은 기억에서 출발하여 자기애가 발현되는 특별한 시공간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에게 몰입하여 작품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전시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놓치기 쉬운 소중한 기억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진정한 소통을 바라는 이들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 기울여 보기를 바란다. ■ 안선영

Vol.20130124d | 시간의 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