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Mutual response

최은옥展 / CHOIEUNOAK / 崔恩玉 / painting   2013_0126 ▶︎ 2013_0201

최은옥_交感 Mutual response_한지에 수묵채색_35×45.7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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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126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덕원갤러리 DU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번지 Tel. +82.2.723.7771~2 www.dukwongallery.co.kr

매화 - 봄과 신생의 상징과 그 해석 ● 아직 겨울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에 매화를 찾아 나서는 심매행(尋梅行)은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의 고상한 풍류였다. 이를 탐매(探梅)라고도 하고, 만발한 매화를 보고 즐기는 것을 관매(觀梅), 혹은 상매(賞梅), 방매(訪梅)라고 한다. 이렇듯 잔설이 분분하고 산천의 온갖 생명의 기운들은 여전히 숨죽이고 있는 동토의 계절에 굳이 매화를 찾아 길을 나섬은 단순한 기호나 호사취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고향의 순례와도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마다하지 않음은 그저 매화꽃을 다른 이보다 먼저 보고자 하는 경박한 조바심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돌보는 이 없는 적막한 산중에 홀로 피어나는 매화의 고고한 정신과 때 묻지 않은 향기를 통해 자신을 비춰보고 정신을 가다듬고자 하는 선비정신의 발로일 것이다. ● 주지하듯이 매화는 사군자 중 하나로 계절로는 봄에 해당하며 방위로는 동쪽을 상징한다. 겨울 기운이 여전한 추운 날씨에 눈 속에 피어나기에 매화는 봄소식을 알리는 전령이자 희망과 새로운 생명을 상징하고, 흰 눈 속에서 피어나는 고고한 자태는 고결할 뿐 아니라 군자나 은자의 지조와 절개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러하기에 예로부터 매화는 즐겨 그려졌으며 특히 문인화에서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졌다.

최은옥_交感 Mutual response_한지에 수묵채색_35×45.7cm_2013

작가 최은옥은 분방한 수묵을 통한 독특한 조형 작업으로 자신의 본령을 삼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의 작업은 수묵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물성을 최대한 수용하고 발휘하여 일종의 사변적인 화면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런 작가가 돌연 매화를 화두로 삼아 새로운 화면을 선보이게 되었다. 계절적으로는 잘 부합하는 소재의 선택이겠지만, 이전의 그의 작업을 염두에 둔다면 이는 당혹스러움과 의아함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간의 작업 역정을 통해 미루어 볼 때 이는 마치 선인들이 심매, 혹은 탐매를 통해 자신을 비춰보고 정신을 추스르고자 했던 것과 어쩌면 유사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작가는 그간의 자신의 작업이 지니고 있던 분방함을 방만함으로 인식하고 매화를 통해 그 근본과 원칙에 새삼 천착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최은옥_交感 Mutual response_옻칠 한지에 수묵채색_64×92cm_2013

작가의 매화는 거칠고 둔탁하다. 그것은 운필의 유려함이나 구도의 조밀한 경영에 앞서 소박한 표현 욕구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빠르고 억센 듯 하지만 화면에 드러나는 매화의 실체는 오히려 둔중하고 거칠며 질박하다. 그것은 일반적인 사군자에서 나타나는 부드럽고 우아한 운필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화에서 보이는 소박하고 치졸한 맛이 물씬 풍긴다. 축적된 세월의 무게를 한껏 반영하는 굵고 거친 몸통과 새로운 계절의 신생의 기운을 발산하는 가지들은 모두 별반 농담의 구분도 없을 뿐 아니라, 더해지는 꽃 들 역시 붉은 색으로 일정한 패턴을 이루고 있다. 이는 작가의 의도인지 분명치 않으나 화면 전체에 소박하고 질박하며 천진한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새가 더해지는 화조화 형식을 취하거나 시(詩)적 정취를 드러내는 화면은 작가의 지향을 가늠케 해주는 단서일 것이다. 작가는 분명 문인화가 지니고 있는 시정화의(詩情畵意)의 함축적이고 감성적인 화면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여실하다.

최은옥_交感 Mutual response_옻칠 한지에 수묵채색_36.5×59.5cm_2013

비록 작가의 지향이 서정적인 시정과 함축적인 화면의 묘미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화면에서 전해지는 둔탁하고 졸박하며 소탈한 맛은 오히려 일탈의 기운이 강한 것이다. 이는 사군자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얼개는 수용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친 수묵에 대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하여 표출한 결과가 그러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치졸한 듯 소박하고 천진하며 의외의 담백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어린 아이의 천진함을 마주하는 것 같은 질박한 감성은 지나치게 기교적이며 세련된 우아함 보다 친근하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기교를 넘어선 무기교의 현현인지는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작가의 신작들은 이전의 그가 보여주었던 경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공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최은옥_交感 Mutual response_옻칠 한지에 수묵채색_59.5×36.5cm_2012

만약 작가의 지향이 전형적인 문인화의 시정화의라 한다면, 이는 반복적인 운필 훈련과 장법(章法)에 대한 연구를 통한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지향이 민화적인 질박함이나 일탈의 새로운 가치라 한다면 보다 함축적이고 개괄적인 자신만의 개별화된 방법론을 확보함이 관건일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운필과 포치, 그리고 공간의 운용 등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를 확보함으로써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내용들은 전통과 현대, 혹은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 뿐 아니라 작가의 작업 세계에 있어서도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작가의 새로운 시도를 주목하며 그 결과를 기대해 본다. ■ 김상철

Vol.20130126d | 최은옥展 / CHOIEUNOAK / 崔恩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