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조세민展 / CHOSEMIN / 趙世珉 / painting   2013_0301 ▶︎ 2013_0331

조세민_인생가마_디지털 페인팅_145×103cm_2013

초대일시 / 2013_0301_금요일_06:00pm

기획 / 이지원

관람시간 / 09:00am~12:00pm

갤러리 페이지 Gallery Page 서울 서초구 방배본동 796-29번지 Tel. +82.2.536.5961 www.thepagebrunch.com

그녀는 「회색분자」가 왜 나쁜지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흔히 '줏대 없는 놈'정도로 생각하는 회색이 어째 그런 취급을 받는지 의문스럽다. 자신의 위치 혹은 사상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을 비유하는, 그리하여 마치 '박쥐'와 같이 대상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색. 이 시점에서 한번 물음을 던진다. 검정이든 흰색이든 당신은 그것을 확신할 수 있느냐고. 절대적 확신은 어느 곳에서 나오느냐고. 그녀는 어떠한 결론도 지양하며 검정과 흰색 사이의 회색 위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조세민_인생화환_디지털 페인팅_85×63.2cm_2011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MEDIUM』은 중간의 것, 매체, 도구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작가 조세민의 작업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단어이다. 사각의 캔버스 안에는 현재와 과거, 미래가 혼재되어 있고, 한국, 중국, 일본의 세계가 뒤섞여있다. 등장인물인 남자와 여자, 그리고 고양이는 일상과 일탈, 삶과 죽음, 영혼과 육체, 전통과 첨단을 뒤흔들며 춤을 춘다. 얼핏 대칭인 것 같지만 사실 대칭이 아닌 화면구성은 완벽함에 대한 강박을 은밀히 무너트렸다. 이렇듯 작품 속 각각의 요소들은 미디엄을 담는 미디엄으로써 중간계를 표방한다.

조세민_즐거운-우리집_욕실에서_디지털 페인팅_40×47.8cm_2011

2011년경부터 시작된 '어썸패밀리' 시리즈는 작가 본인과 남편, 그리고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의 일상에서부터 출발한다. 삶의 일상적 영역 안에서도 수없이 분열하고 팽창하는 우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초기작 「즐거운 우리집-욕실에서」에는 귀여운 얼굴의 부부와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몸을 담그고 있는 욕조는 알고 보니 핏빛으로 가득하다. 큐트한 이미지와 그로테스크함을 섞은 화면은 가정이라는 것이 온전히 화목하고 사랑스럽기만 한 것은 아님은 보여준다.

조세민_축복 시전해 드립니다-흑백고양이와 산신도_디지털 페인팅_129×138cm_2012
조세민_장군님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흑백고양이를 탄 장군도_디지털 페인팅_129×138cm_2012

이후 「장군님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흑백고양이를 탄 장군도」, 「축복 시전해 드립니다-흑백고양이와 산신도」등으로 이어지는 작업들은 전통회화의 요소를 가지고 게임 속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들며, 이는 근작 「인생가마」로 넘어오며 보다 다양한 내용을 담기 시작한다. 작품 중심부에 위치한 가마는 사람이 숨이 끊어졌을 때 장지까지 타고 가게 되는 꽃상여로, 그 안에는 살아 있는 여자아이가 있다. 이를 현대의 장난감 블럭인 레고가 한∙중∙일 전통의상을 입고 호위하며, 페달이 달린 오토바이 모페드의 바퀴가 가마를 움직인다. 바탕엔 무한한 우주가 펼쳐져 있어 공간의 시점이 모호하고 공간 위에 떠 있는 옥춘사탕이 해와 달을 대신한다. 주인공 여자아이가 어디로 가는지 어떠한 상황인지 정확한 유추를 할 수는 없으나 그러한 구체적인 상황이나 목적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함께 할 수 없는 것들이 뒤섞인 모순을 인정하고 소소한 재미를 찾아내는 것이 작품의 주된 목소리이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으로 한 가지 결론이나 한 가지 이야기를 지양하고, 여러 요소를 뒤섞어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조세민_까치와 흑백 고양이_디지털 페인팅_72.5×50cm_2013
조세민_해태묘도_디지털 페인팅_145×103cm_2013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을 관찰해 보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놀이이다. 어떠한 것을 보고 무언가를 확신하며 마침표를 찍는 것만이 온전한 답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뒤엉킨 현상을 관조하여 담아냄이 더 자연스러운 답이 될 때도 있으니 말이다. 때로는 불완전한 것이 더 큰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작가는 첫 개인전인 이번 『MEDIUM』전을 통해 중간의 것들이 만들어 낸 우주를 공유하고자 한다. 좋지도 나쁘지도,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은 회색의 길 위에서 그녀가 말을 건넨다. 중간정도의 깊이감으로 유랑하는 세상은 그것으로 즐겁고 흥미롭다고. ■ 이지원

Vol.20130302f | 조세민展 / CHOSEMIN / 趙世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