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집 - 프로세믹스 부산 House of Human Being – Proxemics Busan

강홍구展 / KANGHONGGOO / 姜洪求 / photography   2013_0302 ▶︎ 2013_0509 / 월요일 휴관

강홍구_안창17_피그먼트 프린트_80×24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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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309_토요일_06:00pm

Artist Talk / 2013_0420_토요일_02:00pm

후원 / DRB동일㈜_동일고무벨트㈜ 주최 / 고은문화재단 기획 / 고은사진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고은사진미술관 GoEun Museum of Photography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로 452번길 16(해운대구 우2동 1005-17번지) Tel. +82.51.746.0055 goeunmuseum.org

1. 부산은 내게 아직도 유령 같은 도시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부산에서 한 십 년 쯤 살면서 돌아보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한 개인이 부산이나 서울 같은 공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지적 기억은 시간차가 있다. 늘 다니던 길이나 동네는 현재형 기억을, 드물게 가는 동네는 과거의 기억을, 아주 가보지 않은 곳은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가 돌아보지 않은 부산은 내 인지 지도 밖에 있다. 고은 사진 미술관의 제안으로 부산의 산동네를 찍기 시작한 것이 2011년 6월 무렵이었다. 그 후 약 일 년 반 동안 부산을 둘러보고 사진 찍었다. 일박 이일, 이박 삼일의 일정으로 십칠팔회 쯤. 그러니 부산에 관해 뭘 안다고 말할 처지가 못 된다. 기껏해야 내가 사진 찍은 동네들- 감천동, 물만골, 우암동, 서동, 영선동, 신선동, 매축지, 문현동, 초량동, 수정동, 안창마을, 아미동 등에 대해 약간 알뿐이다. 그것도 집과 가게와 공중 화장실과 식당과 골목길 에 대해서 아주 조금. 솔직하게 말하면 이제 어느 동네가 어디에 있는지 조금 알았다고나 할까. 왜냐면 부산에는 산동네가 너무 많고 다양해서 그 모든 것을 돌아볼 수가 없으니까. 게다가 산동네가 아닌 매축지 같은 마을까지 합하면 그런 동네들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 2. 처음 부산 산동네 사진을 찍으려고 갔을 때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집과 마을의 다양성과 비좁은 공간을 탁월하게 이용하는 효율성이었다. 예를 들면 어떻게든 주거면적을 넓히기 위해 일층 보다 이층을 조금 더 넓게 지은 "한 뼘 이층"이라고 부르는 집들이 그런 예의 하나가 될 것이다. 산동네를 구성하고 있는 집들을 생존의 건축, 집짓기의 밑바닥, 건축가 없는 건축, 원초적 건축 따위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토속적 건축을 의미하는 버네큘러 건축 vernacular architecture 의 한 전형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산동네의 집과 건물, 계단, 길, 옥상들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경관을 표현하는 데는 턱도 없이 모자란다. 아니 애초부터 말로 이를 수 없는 곳에 그 집과 마을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건축가들이 지은 건물들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좀 있다. 아니 거부감이라기보다는 심리적 거리감이나 정서적인 불편함이라고 해야 할까. 유명한 건물들, 현대식 건물들을 머리로는 이해를 하겠지만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그것은 건물들이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들과 비슷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좀 더 그럴듯하게 지으려 한 건물들일수록 그런 기분은 심해진다. 예를 들면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서울 동대문 운동장 자리에 들어선 건물은 짜증이 난다. 자의식이 너무 강하게 들어가서 모든 것을 다 무시하겠다는 오만한 태도가 곳곳에 붙어 있어 보여서이다.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방어적이다. 내 작품을 몰라주면 안 되는데 하는 불안감이 너무 싫다. 건물 전체에 자신감이 없다. 산동네의 집들은 그런 자의식이 없다. 계단과 난간과 지붕과, 옥상과 이층 모두 다 솔직하다. 물론 살기는 불편할 것이다. 좁고, 통풍도 잘 안되고 화장실도 없는 집이 많으며, 사생활의 비밀 보장도 거의 불가능하다. 대신에 거기에는 일종의 자신감과 사람이 꼭 필요해서 지었다는 느낌이 있다. 절실함이 건물, 길, 골목, 계단 곳곳에 스며있다. 그렇다고 그 절실함이 공격적이지는 않다. 아마도 그것은 주거지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었던 집과 마을에 축적된 시간과 역사 때문인지도 모른다.

강홍구_감천01_피그먼트 프린트_90×225cm_2012
강홍구_감천09_피그먼트 프린트_80×240cm_2012
강홍구_영도04_피그먼트 프린트_100×120cm_2012

3. 작업을 하는데 참고 할만한 뭔가를 찾아 책과 인터넷을 뒤지다가 전시 제목으로 쓸 수 있을 만한 단어를 발견한다. '프로세믹스 Proxemics' 들어본 말이지만 잘 알지는 못했던 용어이다. 인터넷을 뒤져서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만들어낸 조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에드워드 홀의 책 『숨겨진 차원』을 읽는다. 내용은 이미 이런저런 통로로 일반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익숙하다. 우리말로 적절한 번역어가 없어서 '공간 사용법?' 정도로나 겨우 바꿀 수 있는 프로세믹스의 개념은 폭이 아주 넓다. 사람과 사람이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에서부터 인간이 어떻게 공간을 생산, 조직하고 소비하는지를 거쳐, 문화에 따라 다른 공간에 대한 인식과 사용 방식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을 넘어 공간에 대한 총체적 인식과 행동이 어떻게 문화화 되고 개인화 되어 실천되는 지를 아우르는 용어이다. ● 4. 이런 마을과 집들을 사진 찍을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어느 정도 거리에서 어떻게, 무엇을 찍을까를 결정하는 일이다. 내가 찍으려는 장소들은 잘 알려진 곳이고 많은 사람들이 무수히 찍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처음 몇 번은 스케치 하듯이 돌아보고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내린 처방은 집과 길들을 찍자는 것이었다. 집을 찍는 다는 것은 마을을 이루는 집들이 가지는 건축적 원초성, 혹은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겹치고 줄지어선 집들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었다. 물론 지붕과 벽 색, 물통의 파란색 따위는 유사하지만 대지의 입지 조건과 크기, 경제 사정, 필요성에 따라 너무나 다양하다. 그 다양한 집들은 문자 그대로 유기적으로 생장하고 변모해왔다. 움막과 루핑집에서 판자집, 그리고 벽돌집을 거쳐 이층과 삼층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한 채의 집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집들의 과거가 상상이 간다. 하지만 그 집들을 사진으로 담는 일은 어렵다. 문현동 돌산마을과, 물만골 정도를 제외하고는 집 사이가 너무 가깝고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도무지 촬영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 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채, 두 채가 아니라 몇 채의 집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도록 찍는 수밖에 없었다. 길과 계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골목과 계단이 대부분이었고 일종의 미로를 이루고 있는 곳도 있었다. 때문에 내가 찍은 사진들은 그것을 재현 한 다기 보다는 짐작할 수 있도록 암시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강홍구_매축지24_피그먼트 프린트_90×225cm_2012
강홍구_매축지09-1_피그먼트 프린트_162×57cm_2012

5. 집들이 모여 있는 스펙터클한 풍경이 아니라 개별적인 집의 생김새, 건축 방식과 재료의 사용, 집에 스민 공간 형성의 의지를 찍으려 들자 사진의 방향이 정해졌다. 사진을 잘 찍거나 멋진 사진이 되는 것을 배제하고 일종의 풍경 아닌 풍경이 되도록 시도하기로 했다. 풍경 아닌 풍경이란 기록적인 측면과 집과 길들이 가지는 개별적인 존재감이 섞여 다큐와 개인적인 시선 사이에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원칙 비슷한 것이 일관 되게 적용 되지는 못했다. 영도를 찍은 사진들에서는 집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안창마을이나 물만골에서는 산과 숲이 풍경을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구지 배제할 이유도 없었다. 바다와 산이 보이는 것이 필연적이었으므로. ● 6. 앙리 르페브르의 말대로 공간, 장소는 정치, 사회 문화적인 것들에 의해 생산되고 역사를 재현한다. 부산의 산동네들은 해방 이후 귀국한 동포, 육이오 전쟁 피난민들로부터 시작된 역사가 이룬 구성물이다. 이 구성물에 대해 사람들은 문화 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관광 상품화 하려 한다. 그것은 산동네 사람들의 삶과 집과 공간을 문화 상품, 즉 산동네의 본질과는 별 관계없는 구경거리로 전환시킴을 뜻한다. 나쁘게 말하면 그럼으로써 역사를 은폐하고, 장소와 공간이 가진 구체성과 가혹한 삶의 흔적과 기억을 지우는 행위가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그런 일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것은 별 현실적 힘이 없는 예술이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퇴락해가는 산동네에 대한 도시 재생사업의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다. 내가 그에 대해 뭐라고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마을을 보존하고 살아 있도록 하는 것, 마을을 구경거리가 아니라 살만한 동네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그런 노력들은 마을을 둘러 볼 때마다 눈에 띄지만, 점점 늘어가는 빈집들을 보면 미래가 그렇게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 7. 사진은 거의 다 찍었다. 작품도 얼추 만들었다. 그런데도 뭔가 부족하다는 기분이 자꾸 든다.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 그게 뭔지 모르겠다. 내 사진으로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현장감, 아우라 같은 것일까? 아니 그것 보다 더 깊은 어떤 것이다. 집과 마을이 담고 있는 시간과 역사의 두께일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 모든 것을 모아 놓은 것 이상의 어떤 것인가? 사진과 피사체 사이의 건널 수 없는 무엇 때문인가? 현실을 사진이 재현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음에도 늘 그렇다. 그리고 아마도 이 불만과 결핍감이 모든 작가들에게는 근원적인 것이고, 그들로 하여금 다시 사진을 찍고 작업을 하게 하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 강홍구

강홍구_문현18_피그먼트 프린트_80×240cm_2012

고은사진미술관은 '집'을 소재로 지속적인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는 강홍구 작가의 개인전을 『사람의 집 – 프로세믹스 부산』이란 제목으로 2013년 3월 2일부터 5월 9일까지 개최한다. 강홍구는 고은사진미술관의 연례 기획 '부산 참견錄'에 참여하는 첫 번째 작가로서, 부산의 산복도로에 위치한 집들을 촬영한 신작 40여 점을 선보인다. '부산 참견錄'은 향후 10년 동안 매년 1인씩 한국의 중견 사진가를 선정하여 각자의 시각으로 '부산'을 촬영하도록 지원하고 그 결과물을 전시하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2013년 그 첫 번째 작가로 선정된 강홍구는 회화에서 출발하였으나 디지털 이미지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예술적 표현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해 왔다. 전남 완도의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뒤늦게 다시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하였다. 그가 작가로서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광고나 영화 스틸 이미지를 차용한 합성사진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사진 파편들을 이어 붙인 작품 속에는 작가 자신의 이미지가 개입하여 엉뚱하고 초현실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파편화된 배경 이미지와 개인적 경험을 결합시켜 그가 만들어낸 것은 괴상한 가짜 사진이 아니라 초고속 근대화를 이룬 한국 사회의 특별한 현실에서 펼쳐지는 황당한 일상의 풍자이며, 갑작스런 풍요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불안과 갈등의 암시이다. 그 후 강홍구는 김포공항 소음피해 보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이 이주하여 폐허로 남은 부천 오쇠리 마을, 서울 불광동의 재개발 지역과 은평 뉴타운, 충남 연기군 종촌리 등의 사진을 찍어 그 위에 채색을 가함으로써 사진계와 미술계로부터 동시에 주목을 받기도 했다. ●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 서있는 강홍구가 이번 부산 프로젝트에서 선택한 대상은 산복도로의 집들이다. 그는 지난 두 해 동안 부산을 빈번하게 들락거리며 도시개발로 인해 소외되거나 정책이주 예정지로 지정된 산동네 마을의 모습을 촬영하였다. 부산이 현대적 거대도시의 얼굴을 갖추기 이전 단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장소들은, 한국전쟁 이후 치열하게 살아온 서민들의 팍팍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부산의 살아있는 역사와도 같다. 작가는 겨우 한 사람만이 지나갈 수 있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과 마을의 외형적 다양성, 비좁은 공간을 탁월하게 이용하는 효율성, 그리고 집의 변천사를 꾸밈없이 드러내는 솔직한 건축구조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프로세믹스(Proxemics)는 인간의 공간사용법을 상호연관적으로 관찰하여 이론화하기 위해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Hall)이 사용한 용어로서, 인간과 가장 밀접한 공간인 집이라는 대상을 문화적 차원에서 통찰하고 이해함에 있어 깊이를 더해 준다. 『사람의 집 - 프로세믹스 부산』展을 계기로 부산 산동네 사람들이 공간을 활용해 삶을 영위해 온 방식과 역사를 돌아봄은 물론, 사람과 공간 그리고 문화에 대한 인식과 사고의 폭이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 고은사진미술관은 연례 기획 '부산 참견錄'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중한 성과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현재 한국 사진계의 중견이라고 할 수 있는 50대 작가들은 사상적 예술적 억압으로 암울했던 197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이다. 그리고 1980년대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맞아 넘쳐나던 사회문화적 담론과 변화의 물결을 헤쳐 나오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해온 사람들이다. 또한 부산이란 도시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그 어느 지역보다 먼저 사진을 받아들인 곳이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활짝 열려있는 바다의 관문으로서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다채롭고 활기찬 도시이다. 고은사진미술관의 '부산 참견錄'을 통해 50대의 노련한 사진가들은 이처럼 스펙터클한 도시 부산의 구석구석과 마주하게 된다. 사진가는 자유롭게 부산을 참견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해석으로 부산의 이야기를 기록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은 한국 사진계의 성과로 남을 뿐만 아니라 부산 지역의 역사와 예술문화의 스펙트럼을 의미 있게 확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 고은사진미술관

* 이 전시는 청주 우민아트센터(2013. 05. 22 ~ 06. 29), 원앤제이갤러리, 트렁크갤러리(2013. 7. 4 ~ 7. 31)로 이어집니다.

Vol.20130303e | 강홍구展 / KANGHONGGOO / 姜洪求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