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의 돌, 돌 속의 자연 Rock Submerged in Water, Nature Inside Rock

한경혜展 / HANKYOUNGHYE / 韓鏡惠 / painting   2013_0306 ▶︎ 2013_0311

한경혜_내면을 보여주다 (마음자리)_한지에 수묵담채_61×73cm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작가의 집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306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1층 Tel. +82.2.734.1333 www.ganaartspace.com

돌은 물을 만나야 아름답다. 물에 젖은 돌, 물기를 흠뻑 머금고 있는 돌의 피부는 매끄럽고 찬란하다. 그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맑고 투명하고 깨끗한 얼굴로 다가온다. 무수한 돌 하나하나가 그 누구의 얼굴로, 온갖 산의 형태로 오는 것이다. 마알갛고 순박한 태초의 얼굴 하나를 내게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순리에 기꺼이 응해서 남겨진 마지막 조각이자 물살에 문드러지고 닳아진 살들로 이루어진 몸이고 그렇게 물든 색상으로 온전한 돌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박혀있는 모습이다. 아마도 작가는 물속에 잠긴 돌에서 가장 아름답고 이상적인 모습을 보았고 가장 예쁜 색상을 찾았나 보다. 그러니 그것은 더 이상 돌이 아니라 보석일 것이다. 비근하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보석을 찾는 것이다. 아니 보석을 발견하는 그 눈이 중요하다. 한경혜는 수 년 동안 물에 잠긴 돌을 정성껏 그리고 있다. 계곡풍경이자 물에 담긴 다양한 돌의 자태다. 근작은 특정 풍경에서 발췌한 것이다. 바로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에서 만난 풍경이란다. 돌이야 온갖 곳에 산개하지만 아마도 작가는 가장 맑고 깨끗하고 투명한 돌을 보고 싶어서 그 깊은 계곡을 찾았던 것 같다. 그곳에는 헤아릴 수 없는 시간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물과 돌이 이룬 그윽한 풍경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넓적한 바위와 자잘한 돌, 그리고 너무 맑아 거울 같은 물이 가득한 풍경이다. 물은 돌을 투명하게 죄다 보여준다. 자신의 내부와 바닥까지 아낌없이 보여준다. 그 아래 작고 다양한 돌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다. 흡사 원경으로 바라 본 촌락이나 시골풍경과도 같다. 작가는 천불동 계곡에서 오랫동안 물에 잠긴 작은 돌들을 바라보았다. 본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단지 특정 계곡물에 잠긴 돌을 본 것만이 아니라 자연의 속성과 물과 돌이 지닌 여러 의미를 헤아려 보는 기회를 가졌던 것 같다. 지혜는 고요히 생각하는데서 나온다고 선인들은 말한다. 작가 또한 그 계곡에 찾아가 고요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마음 깊숙이 담아둔 그 풍경은 이후 그림으로 다시 환생한다. 그 환생의 이력에는 그동안의 여러 상념과 고요한 사유의 결과물이 침전되어 묻어있다.

한경혜_2013청순함을 말하다(청순한 시골동네처럼)_한지에 수묵담채_56×98cm_2013
한경혜_머무르고 싶은 순간들 _한지에 수묵담채_45.5×53cm_2012
한경혜_잔잔한 행복_한지에 수묵담채_61×73cm_2012

그림을 보는 이들은 잠시 환영에 시달린다. 그림을 보고 있다기보다는 실제 수면에 잠긴 돌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인다. 종이의 단면이 수면과 오버랩 되고 납작하고 얇은 종이의 물리적 속성은 순간 망각되어 깊이를 가진 물웅덩이가 되었다. 그러는 순간 화면은 몇 겹의 공간으로 층을 이룬다. 수면의 상단부에서 바닥까지의 깊이가 원근법 없이 전면적으로 펼쳐진다. 이내 한지는 수면이 되고 화면 안쪽으로 물에 잠긴 돌들이 펼쳐진다. 더없이 맑은가 하면 이내 급한 물살이 흐르고 출렁이면서 어른거리다가 이내 미동도 없이 고요하기도 하다. 단 한 번도 고정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것이다. 수면의 상태에 따라 그 아래 잠긴 돌의 형체도 변화한다. 돌은 부동의 존재로 굳건하지만 그것을 덮고 있는 물은 시간과 기후의 변화에 따른 변모를 거듭하면서 돌의 상태를 만화경처럼 안겨준다. 수면을 경계로 필선의 맛도 다르게 펼쳐진다. 물에 잠긴 바위나 돌을 그려 넣는 선의 맛이 흔들리고 부정형이라면 물 위의 돌을 그리는 필선은 그와 상반되다. 그러한 선의 맛을 음미하는 재미가 있다. ● 근작에서 두드러진 점은 수면에서 이루어지는 물살의 흐름, 빛에 의해 반짝이며 흰 파문을 남기는 자취 등을 실감나게 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면위에 빛을 받아 생겨난 반짝이는 부분은 우유를 이용해서 효과적인 맛을 살리고 있다. 급박하게 흐르는 물의 흔적, 빛나는 햇살을 머금어서 표면에 무늬지는 흰색의 떨림은 매우 찰나적이고 순간 사라지는 영상이기에 그것을 온전히 그려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여간 작가는 물위에 생겨나는 그 효과를 정지된 화면에 올려놓고자 한다. 필선들이 소박하고 여유롭게 그어지고 돌의 주름을 차분하게 뒤쫓는다. 돌이 모인 어느 한 부분에 고정된 시선에 따라 나머지 부분은 흐려지고 '포커 아웃'되는 듯한 느낌도 준다. 물의 상태에 따라 그만큼 유동적인 화면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고정된 대상을 반복해서 그려내는 것 같지만 기실 모든 그림은 매순간 변화하는 자연의 흐름을 순간순간 보여주는 꼴이다. 다만 수면의 상태를 그린 그 부분이 극사실적으로, 정치하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러한 느낌을 그럴듯하게 부여할 뿐이다. 좀 더 손을 대거나 너무 그리려고 하면 조악하거나 이상해지고 또한 지나치게 간략하게 처리하면 느낌이 살지 않는 법이다.

한경혜_정다운 시간들_한지에 수묵담채_61×73cm_2012
한경혜_언덕아래 평온한 자리_한지에 수묵담채_61×73cm_2012

계곡을 오랫동안 응시한 시선의 자취가 화면이 되었다. 구체적인 자연풍경, 주변의 인과적 연결고리들은 모두 사상되어 있다. 다만 위에서 내려다본 시선에 의해 맑은 물속에 담긴 돌들이 가지런히 깔려있는 모습만이 온전히 담겨져 있다. 보는 이들을 그 물 속으로, 돌로 유인하는 화각이다. 그림을 보고 있다기보다는 실제 계곡물이나 그 안에 잠긴 돌멩이들을 접하고 있는 느낌이다. 물이나 돌을 그린다기 보다는 그 물과 돌이란 존재로 보는 이들을 추인해내는 장치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돌을 보지만 실은 물과 돌을 한 번에 같이 보고 있다. 돌을 보기 위해서 부득이 물을 보아야 하고 물과 돌은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며 한 몸을 이루고 있다. 돌은 물을 만났을 때 가장 아름답고 돌답다. 물에 잠긴 돌은 보석처럼 반짝이며 윤기를 내고 부드럽고 강한 얼굴도 드러낸다. 물속에 잠긴 다양한 돌의 모양과 색채를 음미하면 흡사 그 돌들이 제각각 인간의 얼굴을 닮았다는 생각도 들고 얼핏 산수의 모습도 연상시켜준다. 계곡물 안에 담긴 돌의 모습에서 세상의 온갖 풍경이 죄다 들어있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보고 깨달은 그 장면을 새삼 다시 우리에게 돌려주고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돌과 물만을 독대하게 하고 그 존재를 새삼 사유하게 한다. 작가는 말하기를 맑은 계곡의 물은 순박한 아이의 마음 같아서 좋고 무섭게 흐르는 시간을 잠시 멈춰 세운 체 '순간'을 잠시 되돌아보게 하는 여유가 있어서 좋다고 한다. 더욱이 그 물속에 잠긴 다양한 돌들의 자태와 색상이 더없이 아름답고 보석 같다고 한다. 설악산 천불동 계곡에서 만난 물과 돌에서 가장 이상적인 자연의 한 모습을 접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더없이 맑고 담백한 수묵담채로 우리 눈앞에 펼쳐놓고 있다. 저 풍경으로 보는 이들을 마냥 유인해내고 있다. ■ 박영택

Vol.20130306e | 한경혜展 / HANKYOUNGHYE / 韓鏡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