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Layer

나빈展 / NAVIN / 娜斌 / painting   2013_0308 ▶︎ 2013_0319

나빈_오후 세 시의 보라 violet of afternoon_캔버스에 유채_80.3×10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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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308_금요일_06:00pm

후원 / 서울시_서울문화재단_성북예술창작센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맺음 Gallery_Ties 서울 성북구 종암동 28-358번지 성북예술창작센터 2층 Tel. +82.2.943.9300 cafe.naver.com/sbartspace

나이테는 나무가 계절을 지나며 계절마다 자라는 속도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시간의 흔적이다. 여름에는 많은 일조와 강우로 인해 빠르게 자라다 겨울이 되면 그 속도가 느려져 흔적이 남게 된다. 한편으로 나이테는 이 나무가 겨울을 지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자라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생명의 꾸준함, 그리고 살아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기록이다.

나빈_밤의 보라 night violet_캔버스에 유채_90×116.8cm_2012

흔적, 기록을 남기는 것은 그림이 가진 본연의 기능 중 하나이다. 왕의 즉위식, 누군가의 결혼식, 혹은 인상적인 찰나의 순간 등 타인이나 자신의 열망에 의해 화가들은 그림을 그려왔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화가 본연의 행위이지만 때로는 혹독한 과정이 되기도 한다. 마치 나무가 겨울을 나는 것처럼 화가들도 그들만의 겨울을 지나며 진한 나이테를 남긴다.

나빈_개구리 울음소리 frog sounds_캔버스에 유채_90×116.8cm_2012

나빈에게도 그림을 그리는 것은 혹독함과 즐거움 사이를 지나며 남긴 흔적이었다. 그 혹독함과 즐거움은 모두 동일한 근원에서 시작되었다. 완전한 관계를 향한 갈망. 상호적이면서도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누군가를 향한 소망. 그것은 결코 온전히 경험되지 않는 어떤 것이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마치 그 관계 가운데 놓여 있는 것만 같은 은밀한 내면의 충만함이기도 했다. 결핍과 충만함 사이에서 작가는 그리기를 통해 부족한 것을 채우기도 하고 충만한 것을 덜어내며 자신의 내적 긴장을 유지했다.

나빈_Table Layer展_갤러리 맺음_2013

대학원을 졸업할 즈음 작가는 화면 가득히 케이크와 커피를 그렸다. 말 그대로 '그리고 싶은' 대상을 '그리기'라는 행위로 표현했다. 쉽게 부스러지거나 녹아들 것 같은 대상들은 존재의 불완전함과 덧없음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은 것 같다. 작가가 사용하는 기법이나 색, 그리는 속도 등은 곧 사라져 버릴 대상들에 대한 무관심이 아닌 애정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케이크와 커피잔이 가득한 그림에서 짙은 색의 나이테와 같은 겨울이 느껴진다. 그것은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상대적 존재인 인간이 지닌 한계일 것이다. 즉 충만함 속에서도 항상 갈증을 느끼는 한계, 거기에서 작가는 벽에 다다른 듯하다.

나빈_자작나무 birch tree_캔버스에 유채_130.3×80.3cm_2012

최근 그림에서는 가득 차 있던 것들이 비워졌다. 화면에는 진한 나무 무늬가 드러난 테이블이 있다. 그 위에는 오브제들이 하나만 존재하지도, 가득 차 있지도 않고 몇 개의 것들이 각각 긴장을 유지하며 자리해있다. 소지품들, 음식이 담긴 그릇, 먹다 만 음식, 다 먹거나 마신 그릇, 스푼, 휴지조각,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흔적, 즉 타인의 자리가 있다. 이제 작가는 자신의 그림 속으로 타인을 불러온다. 또한 과거에는 단독으로 표현했던 기억의 결정체들이 이제는 타인과 함께 했던 테이블 위에 같이 놓인다. 작가는 자신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테이블로 가지고 나오기 시작했다. ● 작은 원에서 시작한 나빈의 나이테는 겨울을 지나고 또 다른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마치 아무 일도 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계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그의 내면은 이제 비움과 채움을 자연스러워한다. 자신의 테이블에 다른 누군가를 초대하여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내면의 결정체들을 끄집어내 보여줄 수 있다.

나빈_푸른 나무 blue tree_캔버스에 유채_80.3×100cm_2013

어느 상황과 장소에서 얻은 행복,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얻은 충만함, 그리고 옛 그림의 주인공들처럼 순간을 가두고자 하는 열망이 테이블 위에 놓인다. 차곡차곡 쌓여 작가의 내면을 지탱해주고 있는 과거의 기억들. 그 내밀한 기억들의 공유는 나이테가 늘어나며 견고해지는 나무처럼 작가의 내면을 더욱 견고하게 해준다. ■ 장용성

나빈_세번째 레일 third rail_캔버스에 유채_40.9 ×31.8cm_2012

테이블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감각의 충만이며 마주한 당신과의 교감이다. 나는 선물처럼 주어진 만남의 순간들을 복기하며 캔버스에 테이블의 풍경을 직조해간다. 변형되고 소멸될 수밖에 없는 순간의 기억은 그리는 행위를 통해 영원의 시간으로 치환되고 함께하던 보통의 날들은 캔버스의 표면에, 그리고 나의 내면에 켜켜이 쌓여 오늘의 존재를 받쳐준다. / 테이블. 이것은 치유에 관한 이야기이다. ■ 나빈

Vol.20130306f | 나빈展 / NAVIN / 娜斌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