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쥴-샬레 Banjul-Schale

고병성展 / KOHBYUNGSUNG / 高秉成 / installation   2013_0306 ▶︎ 2013_0329

고병성_Trace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2

초대일시 / 2013_0306_수요일_07:00pm

드로잉 릴레이 프로젝트 Drawing relay project展

주최,후원 / Urban Serendifity Banjul

관람시간 / 10:00am~12:00am

반쥴 루프 탑 갤러리 BANJUL ROOF TOP GALLERY 서울 종로구 관철동 삼일대로 17길 23 Tel. +82.2.735.5437 www.banjul.co.kr

유서 깊은 서울 문화의 명소인 복합문화공간 반쥴 이기화 대표의 호의로운 제안이 계기가 되어 새롭게 조성한 5층 갤러리 공간의 전시 운영 기획에 착수하게 되었을 때, 지리적, 물리적 특성을 한계가 아닌 장점으로 바꾸고 지속 가능한 발전과 입체적인 전시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의 해법으로써『반쥴 샬레』에서의 기획과 전시 운영을 위한 기본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립하였다. 반쥴 샬레의 기본 개념 ● 본격적인 개인전을 앞 둔 작가들의 실험공간으로써, 동시대 미술에서 즉시성과 가변성을 실험할 수 있는 샬레(Petri Schale: 배양접시)처럼 예술가의 아이디어와 컨셉을 배양하고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 이는 컨셉을 소개하는 드로잉 및 설치, 실험적 협업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공간의 개념으로, 작가를 사전 소개하는 프리쇼pre-show와 초청전시를 통한 론칭lounching을 통해 종각의 중심부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반쥴(Banjul)의 공간을 재조명하고 역할을 정립한다. ● 동시대 다양한 분야와 방식으로 시각적・공감각적 실험을 꾀하는 오늘날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반쥴(Banjul)의 공간은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열린 문이 될 것이다.

고병성_Trace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2

릴레이 전시의 첫 주자로 나선 고병성은 서강대 영상대학원에서 예술공학 과정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예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컴퓨팅과 프로그래밍, 로보틱스의 기술의 기본들을 유년기의 기억을 투사하는 생태적 분위기의 실내 전자 정원을 반쥴 샬레의 공간 개념에 맞게 새로운 버전으로 선보인다. ■ 최흥철

고병성_Untitled_혼합재료_30×50×50cm_2013

기억정원 ● 나무는 무성히 자라나 모호하고 저 멀리 아득한 곳에 있는 듯한 이미지를 벽면에 뱉어낸다. 설치된 나무에서 이미지를 뱉어내는 열매부분은 흡사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먼 옛날 카메라 옵스큐라를 뒤집어 놓은 듯한 구조의 매직랜턴을 떠올리게 한다. 고병성 작가는 작품을 통해 유년기에 대한 감상적 이미지를 투사시킨다. 벽면에 비춰지는 이미지는 특정 누군가의 과거라고 확신할 수 없는 어린 시절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관객은 무성한 나무사이에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 안에서 그 영상과 마주할 때무엇을 인지 할 수 있을까. ● 1500년대 초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설치된 카밀로의 '기억극장(Theotro della Memoria)'은 2명정도 들어갈 사이즈의 목조건축물로, 관람자가 들어가면 마치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듯 보이는 수수께끼같은 문장(紋章)들 및 히브리 밀교(cabbala)의 기호들과 마주하게 한다. 이 기억극장은 우주에 대한 모든 기억과 정보를 관념적으로 담고자 했던 전통적인 기억술(ars memoriae)의 시도 중 하나였다. 특별히 선택된 사람만이 이 기억극장에 들어가 어떠한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기억극장에서 안쪽 벽면에 사용된 텍스트들은 보는 사람들의 기억과 생각, 관념을 끄집어내는 매개체가 된다. 즉, 그 건축물에 들어가는 인물이 기억의 원천이 되어 자신만의 지적, 정서적, 경험적 수준에 따라 각각 다른 것을 떠올리고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구조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확실히 그 건축물을 매개로 뽑아낼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은 사람에 따라 다른 만큼 무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본래 우주의 기억을 저장하려던 취지에도 어느 정도 성공적인 효과를 보였다.

고병성 작가가 보여주는 이미지들도 관객에게 기억극장의 텍스트들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몽환적인 회상을 경험하게 되는 작품에서 관객은 스스로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기도 하고, 그 공간 안에 있는 현재의 자신도 돌아본다. 관객-작품-경험의 시스템 상에 기억극장과 고병성 작가의 작품은 유사성을 보인다. 차이점으로 기억극장은 우주와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기억을 저장하고 다시 출력해낼 수 있기를 의도했다면, 고병성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공간은 관객으로 하여금 개인의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혹은 트라우마를 끄집어내 마주하기를 의도했다. 특히 그는 이러한 관객-작품-경험의 시스템에 현대적인 기술을 이용해 더욱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공간연출을 통해 관객을 특정한 경험으로 안내한다. ● 특정한 경험. 고병성 작가가 의도하는 경험은 단순히 과거를 들추고 감상에 젖게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감성적인 회상과 동시에, 무성한 나무들의 설치에서 작품을 마주하고 때로는 동선에 방해받으며, 동시에 관객은 어른인 현재의 자신을 물리적으로 인식한다. 그가 만들어낸 작은 숲은 기억극장 이후의 정원들과 같은 기능을 한다. 15세기 이탈리아의 예를 따라 16세기의 지배자들은 자신의 정원에 고대 조각품들을 진열해놓기를 즐겼다. 정원은 조각품들의 이미지를 통해 잃어버린 고대세계를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의 장소'로서 기능했던 것이다. 고병성 작가는 반쥴의 5층 전시공간 안에서 공간을 직접 디자인, 설치하며 그곳을 관객에게 '기억의 장소'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신경썼다. 오늘날 사람들은 현대미술을 시각적, 경험적 난해함에 어려워하고 즐기기 힘들어 한다. 이는 사람들이 작품을 마주하며 그것을 특정한 논리적, 감성적 정답이 있다는 전재 하에 해석을 시도하기 때문에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술작품과 마주한 것으로 무언가 관객들에게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고병성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동시적 경험을 느끼고 오늘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현대미술작품 중 하나를 훌륭히 감상한 것이다. ■ 김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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