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동화

소현우展 / SOHYUNWOO / 蘇炫佑 / sculpture   2013_0313 ▶︎ 2013_0326

소현우_Fairy-orgel_스테인레스 스틸, 철, 음향, 전동장치_265×110×135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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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31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노암갤러리 NOAM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82.2.720.2235~6 www.noamgallery.com

잃어버린 동화 - 부서진 심장, 현실을 기워내다. ● 어린 시절 아이들은 안데르센의 그림책을 통해 환상을 접한다. 그 환상의 세계에는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윤리와 도덕, 참된 인생관이 스며있다. 우리는 어른들이 읽어주는 수많은 동화를 들으며 성장했고, 행복한 동화는 해피엔딩이기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사실 안데르센의 동화는 최하급 수리공 신분의 자식으로 태어나 계급의 불평등으로 소외 받고, 극도의 가난으로 인해 고통 받은 불행하고 지독했던 그의 생애에 쓰인 현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원작과 다르게 동화는 사람들이 읽기에 거북스럽지 않게 적절히 각색되고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를 선물한다. ● 이렇게 그의 동화는 인간의 기호에 걸맞게 완벽한 상품으로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나 동화의 이면에 인간관계의 불평등에서 오는 열등감, 자본의 폭력으로 발생되는 극도의 빈곤함,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발생되는 자본주의 사회주의가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감히 모든 동화를 안타까운 현실과 결부시켜 매도하고 평가절하 할 수는 없지만, 그의 명작 동화는 잔혹한 우리의 시대를 반영하는 허구가 아닌 실제였던 것이다.

소현우_Cat girl-orgel_스테인레스 스틸, 철, 음향, 전동장치_258×110×140cm_2013
소현우_Bunny Girl-orgel_스테인레스 스틸, 철, 음향, 전동장치_280×110×185cm_2013
소현우_Mickey girl_스테인레스 스틸_134×37×48cm_2013

소현우는 판타지적 신화의 이미지와 성스러운 종교적 이미지, 친숙하고 대중적인 캐릭터들을 차용한다. 그는 이러한 캐릭터를 통해, 인간에 고통의 초상을 스틸퀼트 방식으로 역설적으로 기워내고 있다. 얇은 스테인리스 스틸 판을 조각조각 잘라내고 용접해 조합시켜 완성된 형태는, 퀼트조각을 조합해 완성 하는 것과 같다. 퀼트는 겉감에 여러 가지 종류의 헝겊·무늬를 쪽 모양으로 마무른 것으로 각기 다른 모양과 무늬가 하나를 이루어 완성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예술적 감각과 오랜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만 비로소 하나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 된다. 이처럼 작가는 한 대상을 완벽하게 세상에 출현시키기 까지 오랜 시간 조각조각 잘라내고 기워내고 용접하는 과정 속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다. 그는 현 시대를 살아가며, 사회의 자본주의가 가져 오는 불평등과 무언의 폭력으로 헤어지고 너덜너덜해져, 이미 죽어버린 심장 조각을 하나로 기워내는 고통의 시간을 견디어 내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자본주의의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 결과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소현우_Fox boy_스테인레스 스틸_123×45×55cm_2013
소현우_Kitty_스테인레스 스틸_75×45×40cm_2013

작가의 전작 『잔혹동화』의 작품들은 완벽한 스킬을 자랑하고 있는 기성품, 복제품과도 같다. 스테인리스의 반짝이는 특성답게 빛나고 당당해 보인다. 조각은 판타지적이고 화려하며, 대중성 있는 친근한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높은 완성도의 조형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속은 텅텅 비어 있어 마치 가짜 복제품과 같은 느낌에 활과 무기를 들고 있는 아이러니 하고 기이한 조합의 형태이다. 이는 다소 폭력적이며 공격적인 형태로 느껴지기도 하고, 위트가 넘치는 블랙 코미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 그런데 마치 텅 비어 겉만 번지르르한 이것은 겉과 속이 다른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다. 그리고 하나같이 무심하고 상실된 표정들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표정들에서 무언의 접근거부, 경고를 느낀다. 이미 방어의 태세를 갖추고, 자신에게 해가 되면 금방이라도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위협적인 상대로 돌변할 수 있을 것처럼,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발생된 극도의 폭력성과 공격성을 닮았다. ● 이번 신작에서는 멈춰있던 조각의 형태를 움직이는 조각으로 변모시킨다. 달콤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오르골 위에서 기계의 동력에 따라 회전하는 커다란 조각들은, 춤을 추며 자신을 자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방을 주시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전장의 전사처럼 더욱 그 존재를 강하게 드러낸다. 사실 자본주의의 흐름에 따라 치열하게 전쟁처럼 살고 있는 우리의 참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소현우_Fairy_스테인레스 스틸_130×100cm_2013

여기서 신작의 또 다른 변화는 조각의 표면처리이다. 재료의 특성상 전작보다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브론즈 색상의 조각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강화시킨다. 작품의 등장 캐릭터인 개는 중절모와 안경을 쓰고 도덕적이고 지성적인 척 신사의 면모를 뽐낸다. 그러나 그 모습은 거짓이다. 아무리 외형을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하더라도 개는 개다. 디즈니 만화에 등장하는 미니마우스는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던 상큼 발랄하고 친절한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특성과는 상반되게 망연자실한 표정과 자세를 취하고 있다. 등에 감긴 태엽은 금방이라도 풀려 정지 될 것만 같고, 자살하기 일보 직전의 느낌으로 상실감을 안겨준다. 이렇듯 그의 조각은 우리의 초상이 되어, 지금의 슬픈 현실을 역설적인 방법으로 자각시킨다. ● 자본주의가 우위인 비정상적인 사회. 자신의 것을 취하기 위해서라면 누구에게나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며, 잔혹한 파괴와 정복을 멈추지 않는다. 파괴의 본능은 종교적 원인, 장치적원인, 민족적 원인, 경제적 원인과 뒤엉키고 맞물려 거대한 잔혹함을 만들었다. 이모든 것들은 전쟁을 발생시켰고, 자유주의희망과 평화와 행복 또한 갈망하게 했다. 이기심으로부터 시작된 나를 위한 갈취와 착취, 타협 하는 삶의 방식은 현대뿐만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 되어 왔고, 이제 정답이 되어버린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비극은 발달된 문명을 통해 가려졌다. 더군다나 이 모든 것들은 합리화 되어, 인간은 비합리적인 현실에 무감각해졌고, 순응하며 살아간다. ● 잔혹한 동화. 동화는 잔혹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다. 왠지 사람을 씁쓸하게 만들어 버리고, 희망을 꿈꿀 수 없게 한다. 결국 그가 말하는 동화는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현실의 대한 폭로이자 서글픈 초상이다. ■ 배은혜

Vol.20130313b | 소현우展 / SOHYUNWOO / 蘇炫佑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