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가족 이야기

인순옥展 / INSOONOCK / 印順玉 / painting   2013_0321 ▶︎ 2013_0326

인순옥_딸~사랑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73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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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321_목요일_04:3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월전미술문화재단 한벽원 갤러리 WOLJEON MUSEUM OF ART HANBYE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 83(팔판동 35-1번지) Tel. +82.2.732.3777 www.iwoljeon.org

인순옥의 複話術, 그리고 또 하나의 알레고리 ● 화가 인순옥의 화면에서 배추 이미지를 본 것도 얼추 10년이 되어가고 있다. 2004년의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삭막한 도시 풍경 속에 거대한 배추 이미지가 등장한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 생경하면서도 단도직입적인 명쾌함과 싱싱함이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당시 묘한 오버랩을 이루는 뉴스 장면이 떠올려졌다. 힘들게 가꾸어온 배추밭을 갈아엎으면서 가격 폭락에 분노를 표하던 농부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다. 때마침 그러한 농업 현실을 대변하고 농성이라도 하듯, 화면 속의 '배추'는 꼿꼿하고 비장하게 대도시 한 복판을 점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정말이지 카리스마 넘치는 그 자태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통쾌함과 후련함을 느꼈던 것은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 당시의 이러한 해석과 파장은 다분히 그 시대의 상황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까지 작가가 직접적인 사회 비판적 담론을 그림에서 다루는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익히 보았듯이 전혀 이질적인 두 가지 이상의 코드가 대비적으로 공존하는 데페이즈망 효과를 특히 즐겨 구사해 왔다. 이전의 '기억된 공간'이나 '하늘 꽃' 연작에서도 그렇고 처음 배추를 그린 '샘' 연작에서도 그렇다. 어떤 메시지를 하나의 채널로 고정하기 보다는 다중코드 속에서 다의적으로 해석 가능한 알레고리적인 서사 구조가 基底에 자리 잡고 있다. '별 것 아닌 별 것'이라는 최종상님의 말마따나 '대상 이상의 대상'이 된 배추는 지금까지 '인순옥'표 미장센의 주역이었다.

인순옥_아빠~놀아줘!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94cm_2013

배추 그림 그린 지 거의 십년에 이르는 동안 작가는 다채로운 시도와 변화를 거듭하면서, '배추작가'라는 닉네임에 걸맞은 성취들을 보여주었다. 작가는 '샘' 연작 외에도 새로운 연작들을 잇달아 발표한 바 있다. '숲-대화' 연작에서는 우리 공동체가 안식하는 숲으로서 그려지고 있다. '샘'시리즈에서 도시풍경이 있다면, 여기서는 指紋과도 같은 선묘들이 주어진다. 이는 사람/숲(배추)이라는 조합에 변수이거나 아니면 해석학적 균형추로 작용하는 의미소가 아닐까. '숲-대화' 연작에 몰두하고 있는 때 또 하나의 연작이 병행되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몸꽃'시리즈이다. ● 배추를 꽃으로 바라보면서 그린 것으로, 몸 자체가 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인순옥 작가의 '몸꽃'을 보면서 김춘수 님의 '꽃'을 패러디하고 싶어졌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먹거리(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인순옥 작가가 배추를 꽃이라 부르는 순간 배추는 몽환적인 꽃으로 변했다. 주체의 인식이 존재를 결정한다는 식의 사변까지는 아니어도, 대상 자체를 타성적으로만 이해해왔던 관행에 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 다섯 번째 개인전을 앞둔 작가의 배추 그림들은 '복화술' 연작이라 할 수 있다. 이전의 연작들과 비교하면 훨씬 편안하고 자연스러움이 지나쳐 단순한 서술적 재현으로 회귀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작가가 항상 즐겨 구사한 데페이즈망으로 다시 복귀한 것일 수도 있다. 여전히 불국사 마당이나 충주호반 자갈밭 같은 곳에 등장하는 배추 이미지는 생경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이전의 도시 풍경과 비교해 그 강렬성이나 파장이 무뎌진 것이기는 해도 데페이즈망의 프로토콜은 유효한 상태이다. 따라서 작가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원안 그대로 그 조합과 상징의 의미를 작가가 정한 관례대로 받아들여도 큰 무리가 없는 것이다. ● 그러다가도 문득 어떤 미장센으로서의 특수한(혹은 의도적 우연에 따른) 설정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작가는 이러한 디테일에까지 교감하고 소통하기를 기대한다. 의인화, 이를 테면 배추들이 인간의 격을 빌어 행위하거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들을 유추해내는 데 약간의 '뜸'이 필요하기는 하나, '숨은 그림 찾기' 같은 탐색이 완료되면 예기치 않은 유머러스한 반전의 소리를 듣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인순옥 작가의 그림이 들려주는 복화술이다. 숨어 있는 서사를 탐색해 보면 배추들의 군상은 주로 가족상들로, 공놀이 하는 모습, 충주댐을 배경으로 아기를 안아든 아빠의 모습, 경주 수학여행 장면, 경기를 앞둔 선수들이 파이팅하는 모습.....등이 스치듯 지나간다. 대상들의 이미지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 구조 자체가 이제 외마디 소리조차도 흘려들어서는 안 되는 복화술적 컨텍스트로 진입해 있다는 것이다.

인순옥_공놀이 할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7×130cm_2013
인순옥_아가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00cm_2013

다시 한 번 인순옥 작가의 그림들을 반추해 보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견지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크게 달라진 점들 또한 적지 않다. 과거의 '무덤' 시리즈나 '하늘 꽃', '기억된 공간' 시리즈에서는 진지하고 비장한 아우라를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다 배추 이미지를 도입하고서부터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화면이 훨씬 싱싱하고 밝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제 유머나 위트가 조금씩 묻어나는 컨텍스트로 탈바꿈해가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다. 복화술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 이렇듯 유머러스한 작업은 이미 입체 흙작업 혹은 陶彫에서 선보인 바가 있었다. 물레 성형된 흙 구조에 다양한 얼굴 표정을 드리운 작업이다. 슬프거나 진지한 표정까지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유쾌함이 돋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하지 않지만, 강에서 채집한 자연석에 그려 넣은 얼굴 시리즈 역시 유쾌한 웃음을 짓게 하는 시리즈이다. 돌의 생김에 따라 맞는 얼굴을 그려 넣음으로써 그 오브제를 자연스럽게 해석하고 표현해내는 것이다. 확실히 작가는 연륜이 쌓여가면서 관객을 편하게 해주는 여유를 갖게 되었으며, 어떻게 하면 소통과 교감을 원활히 할 수 있는지에 눈을 떴다고 할 수 있다. 이 얼마나 반가운 변신인가. ■ 이재언

인순옥_화이팅!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46cm_2013
인순옥_모녀이야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2×156.5cm_2010

2004년 늦가을 어느날 내가 사는 시골 동네 텃밭에 배추가 내 발 걸음을 멈춰 세웠다. 다소곳이 끈에 묶인 채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배추, 그 자태와 생명력에 반해버렸다. 세상이 복잡하고 어지럽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생명력을 키워가는 배추, 그녀는 나를 닮아있었다. 모든 식물을 비롯한 배추의 붙박여 있는 모습은 강력하게 나 자신에게 투사되어 동질감을 형성하였다. 배추의 활발한 생명 활동은 본인이 거부하고자 했던 현실을, 극복하고 자아를 실현해 내야할 공간으로 치환시켰다. 그 때부터 내 화폭에 배추가 등장하게 되고 해마다 늦가을이 되면 배추를 찾아 카메라에 담고 드로잉 하고 새로운 구상을 해본다. ● 배추는 김장이라는 식문화로 우리 민족과 오랜 역사를 같이 해온 가장 한국적인 식물이기도하다. 우리민족의 한 부분으로 함께 호흡하며 우리들의 어머니처럼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며 오랜 역사를 같이 해 왔다. 지금까지의 배추작업은 세가지 테마를 가지고 진행 되어지고 있다. 복잡한 도시속 극명한 삶, 생명력을 상징하는(샘-시리즈),아름답고 강인한 정신을 지닌 꽃(몸꽃-시리즈)인간을 품은 큰 숲(숲-시리즈)로 표현되어지고 있다. 2010년부터는 배추를 의인화함으로써 위트와 유머를 부여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 인순옥

인순옥_탑돌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0×99cm_2012

Yin Soon ock's Ventriloquism, and another allegory ● It has been around 10 years already since the image of cabbage has been set in her artworks. It was around 2004 when I first met one of her works. When I first encountered the image of giant cabbage in the scene of desolate urban, I was deeply impressed by its lucid and fresh feelings, which were unfamiliar and straightforward. At that time, a scene from TV news was overlapped in my mind in a weird way. Which captured, a scene of farmer's face full of anger and sorrow while they plowed over their cabbage fields because of the drastic fall of the price of cabbages. The cabbage on the screen seemed to be standing heroically in the middle of the city, as if it's standing for the reality of farms and going into a sit-in. I wonder whether I'm the only one who felt this mysterious and indefinable thrill and pleasure. ● This applications and waves of then might be resulted from the situation of the era. Sure enough, until now, the artists rarely have presented the direct criticisms toward society in their artworks. As her works have shown us, she has employed a 'depaysement effect' that uses two or more codes in a contrast way when she is working on her painting. '기억된 공간', '하늘 꽃', and '샘' are good examples that adopted the depaysement. An allegoric narrative structure is underlying in her works, so that you can appreciate her works not in one fixed way but in multi-code way. Following Choi Jong-sang's word saying 'Something which is nothing', as 'A subject over the subject' the cabbages have been a leading star of the mise en scéne in her works. ● While it has been almost 10 years since she has been working on 'cabbage', she has tried a variety of approaches and changes on her works, resulting in appropriate accomplishment that best suits her nickname as a 'cabbage artist'. The artist presented several series in a row on top of '샘' series.. In 'The forest-conversation' series, cabbages are represented as a sheltering forest where human community can rest in. Like urban landscapes appeared in 'The fountain' series, here they have lines that look like fingerprints.I feel like these lines are a variable of combination of people and forest(cabbage) or an episememe that acts like a balancer. When I was into '숲-대화' series, another series was ready to surprise me. It was '몸꽃' series. That is 'The body flower' series. ● Drawing the cabbages by seeing as flowers, it means the whole body as itself is a flower. I wanted to parody Kim Chun-soo's 'flower'(a poem) when I saw Yin soon-ock's 'The body flower'. "Before I called its name, it was merely one of edible vegetables(motion). Once I called its name, it came to be and became a flower..." From the moment she called a cabbage as "A flower", the cabbage turned into a dreamlike flower. Although we don't have to go further into ontology or epistemology, it encourages us to change our habitual understanding that used to recognize something from afar off itself. ● The artist's works featuring cabbages, looking forward to her 5th private exhibition, can be considered as a series of 'The ventriloquism'. Compared to previous series, the naturalness and coziness are expressed. Therefore it creates doubts whether it has returned to simple narrative expressions. For sure, it can be a returning back to her favorite expression, depaysement. It's still an unfamiliar combination that cabbages appeared in the middle of 'Bulguk temple' or in the gravelly field of Chung-joo lake. Although the intensity and impact have been weakened, depaysement protocol is still valid. Therefore, it is reasonable to accept her long-lasting style as it is. ● Meanwhile, a particular(or following an intended chance) situation is often found all of sudden. The artist, of course, expects to communicate in these kinds of details. Personification, for example, cabbages are talking or doing something like human beings. When you read some stories that paintings try to convey to you, you need to take an 'interval'. When your 'Find the Hidden Picture' has been completed, you can hear a sound of unexpected humors This is the ventriloquism that she is telling us. Exploring hidden narration, you will find that the group of cabbages means families, children playing balls, a dad holding his baby before 충주dam, students who've come to 경주 for a school trip, sports players cheering up one another... etc. A story structure hiding in the objects has settled in ventriloquism context not allowing a single sound to leak out. ● Looking back the artworks of Yin Soon-ock, there are some points that she has been sticking to so far. Also there are some parts that have changed a lot. 'Grave' series, '하늘 꽃' and 'remembered space' series had features of serious and grim auras. However, since introducing the image of cabbages, the screens became far fresher and brighter. Recently, it is not difficult to notice that her style is moving toward a humorous and witty context. Ventriloquism series is a good example. ● It is not her first time to show her sense of humor in her work. She has done similar works in cubic clay and ceramic art. She put various facial expressions on a jinggered clay structure. Even sad and serious faces make people laugh. River stones painted with human faces, Face Series, also make people wear a smile although you cannot see it this time. According to their shapes, the stones have been painted with appropriate face. Through this, she well interprets and expresses an objet. It is clear that she realized how to comfort and embrace her audiences and how to have a more relaxing communication and communion with her fans as years of experience have passed. What a welcoming change it is! ■ Lee Jae Eon

Vol.20130321f | 인순옥展 / INSOONOCK / 印順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