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아져씨의 Dreamy eyes-예기치 않은 이미지들과 조우하다

김형기展 / KIMHYOUNGKI / 金亨起 / painting   2013_0327 ▶︎ 2013_0426 / 월요일 휴관

김형기_월미도 아져씨의 Dreamy eyes-Accident image and an encounter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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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328_목요일_06:00pm

인천 한중문화관 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한중문화관 INCHEON KOREAN-CHINESE CULTURAL CENTER 인천시 중구 항동1가 1-2번지 1층 전시실 Tel. +82.32.760.7860~6 www.hanjung.go.kr

월미도 아저씨의 꿈꾸는 우화(寓話)전1. 저는 이 사람을 잘 모릅니다! 1991년 여름 어느 늦은 밤 H대 회화과 실기실에서는 군대에서 막 복학한 한 복학생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한여름 밤, 이 이상한 풍경이 몇 번 반복되자 주위 학생들은 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는 혼자 춤을 추는 것이 아니었다. 한 여인과 함께였다. 그 여인은 그가 직접 캔버스 천에 솜을 넣어 만든 봉제인형으로 팀 버튼의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여주인공을 빼닮았다. 이를 위해 그는 곰같이 웅크리고 앉아 몇 달을 바느질을 했다. 누군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했다. "조선 여인네의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합니다!" ● 또 언젠가 실기실에서 동기들과 함께 라면을 먹는데 한 친구가 젓가락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러자 이 복학생은 바닥에 떨어졌던 젓가락을 씻지 않고 다른 친구들의 젓가락을 모두 뺏더니 함께 뒤섞고는 다시 각자 나눠서 먹게 하는 것이다. 이런 해괴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 복학생이 바로 작가였다. ● 그런데 이런 에피소드는 20여년이 흘러도 마치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막상 그의 작업에 대해 글을 쓰려고 보니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른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을 정리해 나름의 이야기 흐름을 만들고 논리를 만들고 하는 것이 흔히 진행되는 과정인데 그의 작업에 대해서는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다. 차라리 그가 대학을 졸업한 후 다양한 전시를 통해 보여준 그만의 독특한 퍼포먼스와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이 그의 작품에 다가가는 길처럼 보인다.

김형기_월미도 아져씨의 Dreamy eyes-Accident image and an encounter_2012
김형기_월미도 아져씨의 Dreamy eyes-Accident image and an encounter_2013

1993년 여름 대학로에 있었던 첫 번째 그룹전에서 작가 김형기는 옷을 모두 벗고 음식을 싸는 랩을 온 몸에 둘둘 말고는 거기에 조명이 점멸하는 전선을 한 번 더 둘러싸고는 누드 퍼포먼스를 했다. 나 또한 그 그룹전에 참여했었다. 당시만 해도 실험적인 예술이나 아방가르드 예술에 관심이 있다는 작가들은 일단 벗고 시작했다. 당시 대학로 노천극장을 관리하던 경비아저씨는 퍼포먼스를 한다고 하니 대뜸 "그래 이번엔 누가 벗나?"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 퍼포먼스에서 그만 랩이 찢어지는 민망한 순간이 있었는데, 작가가 끝까지 의연하게 대처했던 기억이 있다. 많은 관객들은 때 아닌 볼거리로 환호를 질렀다. ● 작가는 그 몇 년 후 그룹전을 위한 작업으로 '자연장군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미 대학에서 연극반활동을 통해 그 나름의 감성과 표현을 찾아가는 과정에 나무와 풀, 꽃과 동물 등 자연과 만나는 경험을 작품으로 해석하려는 것이었다. 그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입구에서 자신이 역시 직접 제작한 고대의 장군복장을 하고 퍼포먼스를 했다. '자연장군'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현대물질문명과 자본주의와 시장가치에 매몰된 사람들의 마음과 감각을 새롭게 일깨우고 사람과 사람이 또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계를 퍼포먼스와 사진작업으로 표현하려 한 것이었다. 작가는 신화적 이야기와 원형적인 영웅 상을 결합해 '자연장군'이라는 이미지를 자기 고유의 형상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 후 2004년 광주비엔날레 '클럽'전과 2009년 청계예술축제 등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자연장군 시리즈를 번안하고 해석하며 진행하였다. ● 작가는 1993년 이후 '타임캡슐', '다리' 등의 그룹전활동을 통해 다양한 퍼포먼스와 유쾌한 에피소드를 많이 남겼다. 가정을 이룬 후에는 고향인 인천에서 활동하면서 개인전은 물론 인천의 미술인들과 함께 다양한 기획전을 진행해왔다.

김형기_월미도 아져씨의 Dreamy eyes-Accident image and an encounter_2013

2. 숨은 그림처럼 살기 ● 김형기의 삶과 작업은 마치 숨은 그림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작업은 그가 평소 사용하는 언어표현과도 일치한다. 매번 작업할 때 마다 다소 논리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을 마치 꼴라쥬를 하듯 나열하곤 했다. 그러면 그와 함께 협업하는 큐레이터나 동료 작가들은 어리둥절해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서사적인 소설적 표현이 하닌 시적이거나 또는 암시적인 우화와 같은 표현을 쓴다고 말할 수 있는데, 다른 이들과 달리 일상생활에서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가 한 말이나 행동이 작업인지 아니면 그냥 생활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호해진다. 그의 이러한 모습이 그의 자유분방한 상상적 태도를 입증하면서도 동시에 그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전시를 위한 작업 노트를 보면 아주 드물게도 작업의 아이디어를 쉽게 풀어놓고 있다.

김형기_2012 대전 이응로 미술관 퍼포먼스

... 캔버스에 주로 물감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여 우연한 선과 점들이 어루러져 만들어진 화면을 보며 선을 따라 보여 지는 이미지와 조우하며 꿈꾸는 시선으로 인연이 되어 만난 이미지를 드러낸다.. 나의 작업은 이렇듯 처음부터 작가가 모든 것을 그리지 않고 오토마티즘 기법으로 액션 페인팅을 하거나 무의식 상태에서 페인팅퍼포먼스를 한 후 자연히 만들어진 화면과 서로 공유하며 표현했다. 화면 속에 숨어있는 보석을 캐듯, 고고학자가 유물을 발견하듯, 화면 속에서 자연이 만들어낸 형상을 찾고 형상주변의 먼지를 털어내듯 작업을 한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이 만들어낸 형상을 보며 강한충격과 재미를 느끼며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형상은 고정된 시각을 해방 시키며 주변과 충돌하지 않고 어울려 그 속에 녹아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신기함과 편안함을 준다. ●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동네 어귀에서 흔히 만나는 귀여운 강아지들, 화려한 성당의 모자이크처럼 형형색색의 칼라와 기기묘묘한 형태들이 비재현적 기원에서 출발해 재현적인 대상들을 자연스럽게 찾아간다. 여기서 자연스럽다는 것은 "그리지 않고 오토마티즈 기법으로 액션페인팅을 하 듯 또는 퍼포먼스를 한 후 자연히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재현의 대상이 없는 이미지에서 대상(숨은 그림)을 찾는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것이다. 이 문화적 가치와 태도와 관습에 순순히 따르면서도 예기치 않은 이미지들과 조우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 김형기의 창작의 요체이다. (김형기)

김형기_월미도 아져씨의 Dreamy eyes-Accident image and an encounter_2013
김형기_월미도 아져씨의 Dreamy eyes-Accident image and an encounter_2013

그의 창작의 뿌리를 살펴보려면 다시 시간을 되돌려 보아야한다. 1995년 인사동 사거리에 위치한 덕원갤러리에서는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던 청년작가들 60여명을 모은 '집단정신'이라는 당시로서는 초대형 기획전을 열었었다. '타임캡슐'그룹의 맴버였던 작가는 공동설치작업을 준비하면서 전시장 중간에 거대한 나무를 제작하여 매달았다. 또 그 나무를 둘러싸고 마치 혈액을 공급하듯 고무 호수를 연결하여 자연과 생명의 순환을 표현하는 대형설치작업을 연출했다. 그런데 이 작업의 기원을 생각해보면 1988년 대학 구내의 가로수 기둥에 직접 나무로 인간을 만들어 설치했던 야외설치작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작품에 인간의 손에선 나뭇가지가 자라고 있었다. 당시 작가는 자주 길을 가다 갑자기 나무를 껴안고 쓰다듬으며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는 제스춰를 종종 보여주었다. 주위 사람들은 이상한 표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나 또한 도대체 저 정신은 또 저 퍼포먼스는 언제까지 지속될 지 의아해 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되돌아보니 이미 이때부터 자연의 친화 또는 감응을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995년에 설치했던 대형 설치작업은 생명의 영원한 순환을 표현했다고 말 할 수 있다. 그의 이러한 일련의 변치 않는 감성과 의식은 그의 작업노트에서 보듯 이번 전시의 숨은 그림찾기에서도 발견 할 수 있다. ● 그러한 자연친화와 생명순환의 예술적 발견과 표현과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창작 과정에 무수히 숨어있는 놀이하는 인간의 쾌감, 유희이다. 작가는 창작과정에 작동하는 유희의 정신은 인천과 서울을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사건을 경험하고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 이 모든 과정이 단순히 결과 된 형상만으로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일상생활에서 보여주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자유분방한 감각과 아이디어를 읽어내기에는 뭔가 역부족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우리는 페인팅 퍼포먼스 등, 어떤 무엇이 되었건 과정이 좀 더 많이 드러나는, 말하자면 '라이브 아트'와 같은 것을 기대하게 된다. 아마도 페인팅퍼포먼스의 결과를 감상하면서 작가와 접촉할 수 있는 좀 더 많은 기회를 만드는 것이 이번 전시의 의미 또는 어떤 계시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요컨대 그와 이야기하고 함께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은 한편의 우화를 짓는 것과 같아 보인다. 그는 아직도 창작을 할 때 한 땀 한 땀 조선 여인의 마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태도로 일관한다. 변치않는 태도와 가치지향의 삶이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과 세상의 변화에도 변치 않는 현실 도는 꿈의 왜곡을 만드는 것 같다. 그의 그림은 질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작가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찾아도찾아도 숨어있는 형상은 온전히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작가를 닮은 형태들이 수시로 사람에서 꽃으로 꽃에서 집으로 집에서 동물로 다시 동물은 나무와 돌로 그렇게 영원히 회귀하고 순환하는 변태와 변성의 운동이 펼쳐진다. 이런 식으로 평균적인 일상에서 그는 짓궂은 놀이를 통해 우리의 시선을 영원한 미로로 밀어 넣는다. 형상의 미로로 수렴하는 욕망이 작가와 작품의 내면에 숨어있다고 말 할 수도 있다. 그렇게 김형기의 작업에 무엇인가 숨어 있다. ● 이번 전시를 지켜보면서 문득 숨은 그림을 찾아내는 것이 작가의 몫인지 아니면 그를 또는 그의 작업을 바라보는 사람의 몫인지 또는 그 누구의 몫도 아닌 그저 인연이 되어 그렇게 눈앞에 펼쳐져서야 알게 될지 궁금해졌다. 그는 숨은 그림처럼 존재하는 것 같다. ■ 김노암

Vol.20130326h | 김형기展 / KIMHYOUNGKI / 金亨起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