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섬

주영훈展 / JOOYOUNGHUN / 周永勳 / painting   2013_0330 ▶︎ 2013_0428

주영훈_갯바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72.5cm_2013

초대일시 / 2013_0330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해금강테마박물관 유경갤러리 HAEGEUMGANG THEME MUSEUM 경남 거제시 남부면 해금강로 120 Tel. +82.55.632.0670~1 www.hggmuseum.com

개별적인 조형언어로 표현하는 이상향 ● 전통적인 묘사기법과는 다른, 표현기법을 중시하는 현대회화는 방법론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무엇을 그릴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그릴 것이냐'의 문제가 방법론의 핵심이다. 동일한 소재 및 대상일지라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현대회화는 표현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을 그 출발점으로 한다. 무언가 새로운 표현기법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창작의 본질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주영훈_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3×91cm_2013

주영훈의 작업은 설핏 보면 점묘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화면은 반복적인 붓질에 의한 균질한 표면구조로 되어 있기에 그렇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무수한 점들이 반복적이고 중층적으로 쌓여 있다는 인상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서면 점으로 보이던 이미지가 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점에 가까운 단속적인 선이 아니라 마치 정자와 같은 형태, 즉 머리와 꼬리가 이어지는 모양새의 선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이미지의 선이 중첩하면서 화면을 빼곡하게 채운다. 이렇듯 그만의 조형언어는 개별적인 형식을 보장한다. ● 그가 강구해낸 선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작품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을지언정 형태는 거의 곡선의 형태로 시종한다. 선이 겹겹이 쌓이면서 섬을 비롯하여 나무, 산과 숲, 그리고 갈매기 등의 형태가 드러난다. 곡선으로만 형태를 형용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서 조그맣고 가느다란 형태의 곡선은 시각적으로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가까이 다가서지 않으면 선의 모양을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이다. 오히려 점묘법 회화보다 더 부드럽고 평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수한 곡선의 집적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인 인상에서는 명료한 점의 형태보다 선이 한층 유연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주영훈_바위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5×116.5cm_2011
주영훈_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53cm_2013

이처럼 곡선의 이미지로만 이루어지는 그의 작업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면 점묘법 회화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점묘법 회화의 중요한 조형적인 기법인 색채대비와는 사뭇 다른 표현기법이다. 가령 조그만 섬을 소재로 한 작업의 경우, 색채의 농담의 변화를 통해 형상을 만들어낸다. 색채대비와는 다른 전통적인 명암기법에 가까운 표현방식이다. 섬의 형태를 바다 색깔보다 짙게 처리하는 것이다. 즉 색조의 변화를 통해 형태를 구분하게 된다. 색조의 변화, 또는 농담의 변화를 통해 소재의 형태를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 더구나 색채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섬이 가지고 있는 자연의 색깔을 배제하고 간결하고 단순한 무채색 계열로 표현한다. 그러기에 전체적으로는 단일색조에 가까운 색채이미지를 보여준다. 작품에 따라 색채이미지가 달라지고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무채색에 가깝다. 이는 비현실적인 설정이다. 비현실적인 색채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실제와는 다른 시각적인 이미지 및 정서를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주영훈_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5×116.5cm_2012
주영훈_섬갈매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7×116.5cm_2012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현실상과는 달리 환상적이고 신비적인 분위기를 지닌다. 마치 안개풍경과 유사한 시각적인 이미지로 표현되는 까닭이다. 물론 그림의 소재는 그가 살고 있는 거제도와 그 주변 바다에서 취재한다. 다시 말해 비현실의 세계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보고 느끼는 현실의 세계인 것이다. 그런데도 작품의 이미지는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실제이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은 제한적인 색채 그리고 선으로만 이루어지는 표현기법에 기인한다. ● 뿐만 아니라 형태를 단순화하여 함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현실적인 감각을 차단하는 것도 비현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로 그는 작업과정에서 현실적인 감각을 소거해나간다. 대신에 그 자신의 회화적인 이상에 합당한 이미지를 심상으로 변환한다. 따라서 화면에 안착되는 최종적인 이미지는 이미 실제의 재현과는 다른 심상화한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심상의 이미지에는 시각적인 이해를 넘어서는 서정적인 이미지가 깃들이고 있다. 문학적인 감수성에 의해 재해석된 환상의 세계가 전개되는 것이다.

주영훈_안개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12

그가 이전의 작가들과 확연히 다른 조형언어 및 어법을 강구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우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연이라기보다는 오랜 동안 갈망해온 데 대한 답이라는 생각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창작이란 교육을 통해 형성된 회화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을 때,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든 영감을 낚아챈 결과가 아닐까싶다. ● 그는 거제도에 생활의 터전을 마련한 이래 섬 생활에 익숙해 있고, 그 풍경에 스스로 녹아들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그 자신의 내부에서 싹트는 회화적인 환상을 섬의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섬은 그에게 일상이자 환상이다. 그는 자신의 삶의 터전이 되어 있는 섬의 이미지를 회화적인 이상과 일치시키고자 한다. 다시 말해 바다에 에워싸여 있는 고립된 섬은 누구에게나 고단한 현실적인 삶으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꿈꿀 수 있는 이상향일 수도 있음을 환기시키려는 것인지 모른다. ■ 신항섭

Vol.20130331a | 주영훈展 / JOOYOUNGHUN / 周永勳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