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 春風에 노닐다

김양희展 / KIMYANGHEE / 金良姬 / painting   2013_0508 ▶ 2013_0524

김양희_spring breez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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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509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_11:00am~05:00pm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ARTSPACE H 서울 종로구 원서동 157-1번지 Tel. +82.2.766.5000 www.artspaceh.com

김양희는 빠르게 진화하는 IT 문명의 중심에 있는 역동적인 서울을 떠나, 상상과 영감의 양탄자를 타고 풍류와 낭만 가득한 200년 전 한양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작품 주제는 신윤복 작품의 현대적 재현이다. 신윤복은 1758년에 태어나 정조 시대에 국립 도화서에서 활동했던 작가다.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유교의 강한 통제하에 살았지만, 당시로서는 감히 그리기 힘든 노골적인 풍속화를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사랑을 표현하려 했다. 그의 작품은 빨강, 파랑, 노랑의 강렬한 색들이 섬세하고 우아한 필선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표현된다. 특징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표정인데, 특히 여성을 은밀히 훔쳐보는 남성의 눈빛은 압권이다.

김양희_spring breez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7×91cm_2013
김양희_spring breez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7cm_2013
김양희_spring breez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7cm_2013

김양희는 왜 200년 동안 대중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위대한 신윤복의 작품을 하필이면 아크릴 물감으로 재현하려고 했을까? 이전 개인전에서 김양희의 작업 화두는 집착과 몽환이었다. 모든 인간이 본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면적 욕망인 '집착'을 중독성 강한 마약 성분을 지닌 양귀비 꽃이 상징하는 '몽환'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김양희는 작품 속 양귀비꽃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집착이라는 정신적 철학적 용어에 걸맞게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김양희의 이전 전시가 인간의 보편적 욕망인 집착을 추상적 기법으로 표현했다면, 이번 전시는 김양희 개인의 집착 대상인 신윤복 작품들을 구상적 기법으로 그려내었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추상화를 구상화로 바꾸면서까지 신윤복에 집착하게 하는 것일까? 불교적 인연 때문이라면, 전생에 그녀는 신윤복의 탁월한 예술적 재능을 흠모하던 동시대인이 아니었을까?

김양희_spring breeze_캔버스에 유채_73×91cm_2013
김양희_spring breez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17cm_2013

김양희는 신윤복의 그림들을 철저히 단순화시키고 있다. 신윤복은 그림 속 배경이 되는 나무나 바위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려고 한데 반해, 김양희는 배경을 아주 단순화시키거나 과감히 생략하였다. 그 결과 관람자의 시선은 온통 등장인물에 집중하게 된다. 원화에 보이는 수많은 등장인물들도 그녀의 그림 속에서는 여성 한 명 또는 남 녀 한 쌍만으로 간략화된다. 신윤복 그림이 선을 중시한다면, 김양희 그림은 색에 집중한다. 아크릴 물감이 갖는 색감의 장점을 살려 원화보다 더 밝고 아름답게 표현하려 한다. 또한, 일부 작품에 삽입된 꼬불꼬불한 꽃술들은 양귀비 시리즈와 신윤복 재현 시리즈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신윤복 재현 시리즈에 등장하는 꽃술은 따뜻한 봄날에 흩날리는 벚꽃을 의미하는데 그 색을 등장인물의 한복 색깔과 동일하게 표현함으로써 들뜬 여인의 마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내었다고 한다. ● 이번 전시에서 김양희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 서양미술의 트랜드만을 쫓아가는 젊은 후배 작가들에게는 역사 속 우리 작가들이 가졌던 예술에 대한 소박하지만 숭고하고 진지한 태도를, 기계 문명에 속박되어 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신윤복이 보여주었던 '자유, 낭만, 여유자적' 등 진정한 의미의 풍류를 느끼게 해 준다. ■ 권도균

Vol.20130508c | 김양희展 / KIMYANGHEE / 金良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