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이야기와 일상적 풍경

박병국展 / PARKBYUNGGUK / 朴炳國 / painting   2013_0516 ▶ 2013_0522

박병국_민들레 이야기 1(A Tale of a Dandelion 1)_비단에 혼합재료_50×80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8:00pm

충무갤러리 CHUNGMU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 387(흥인동 131번지) 충무아트홀 1층 Tel. +82.2.2230.6600 www.cmah.or.kr

민들레 솜사탕 // 가장 낮은 곳보다 낮은 곳에서 / 우주를 품고 생명을 / 보듬다 / 겸손으로 땅을 덮고 / 자신만큼의 높이로 일어서 / 하얗고 노란 웃음을 벙글다 / 어느 곳이나 두루 자리하는 / 끈질긴 생명의 힘으로 / 세월을 타고 흘러라 / 서리보다 흰 생명의 솜사탕 /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여 / 끌어안으니 / 햇살도 잠시 쉬어가고 / 바람은 그 날개를 펴 / 무엇보다 큰 숨결을 나른다. ● 민들레 이야기1 // 노란 바람에 풀어지는 흰머리 / 소중한 이의 그리움을 담아 / 미리내로 흐른다 // 이름 없는 이들이 살아간 / 수많은 이야기들이 / 한없이 자신을 낮추어 땅으로 / 손을 뻗은 민들레 / 끈질긴 생명력을 모아 소담한 / 꽃으로 하늘을 들어 올렸다 // 그 끝없는 / 민초의 사랑을 입 맞춘 / 삶의 씨앗들이 서로 가슴을 맞댄다 / 역사는 그렇게 흐르다 / 온세상으로 우주로 / 낭창낭창 별빛을 쏟아낸다 // 우리는 그렇게 살 일이다 / 무엇보다 낮은 듯 겸손하게 / 어느 누구 보아주지 않아도 / 서로에게 내준 질긴 끈으로 / 민들레 갓털처럼 바람을 타듯 / 가볍게 살아갈 일이다

박병국_민들레 이야기 4(A Tale of a Dandelion 4)_비단에 혼합재료_120×70cm_2013

민들레 이야기4 // 언 땅에 몸을 묻은 / 그대의 숨결 잦아든 / 낮은 곳에서 거친 발을 / 사부자기 뻗어 간다 // 오랜 세월의 무게로 / 이루지 못한 내세의 꿈도 / 그대의 속살을 차마 / 넘보지 못했는가 // 가슴 깊은 곳 그리움으로만 올곧게 서서 / 여기저기 온갖 풀들과 / 섞이어서 인고의 세월을 / 안으로 안으로 흐느낀다 / 그 아픔 옹이 진 / 흰 속살을 터뜨리다 // 더는 하늘을 그리워할 수도 없어 / 앉은뱅이로 꿋꿋이 살아도 / 맺힌 그대를 향한 그리움만은 / 주체할 수조차 없어 / 백발로 타들어간 사랑을 / 그대에게 속절없이 보낸다 // 하늘을 건너온 / 명지바람에 영원히 식지 않을 / 아쉬움 가득 실어 / 그대로 쉼 없이 가볍게 / 가볍게 날아가리 // 그대 숨 멈추지 않을 날까지

박병국_민들레 이야기 6(A Tale of a Dandelion 6)_비단에 혼합재료_91×72.8cm_2013

민들레 이야기6 // 나비의 날개 바람만이 /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 아니다 // 민들레의 갓털에 실린 / 생명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 바람에 실려 우주의 신비를 / 깨칠 때 역사는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 모든 역사는 이름 없이 살다간 / 민초들의 앉은뱅이 모진 삶이 / 이룩한 것이니… // 이 땅의 모든 민들레들이여 / 그대들이 희망을 밝혀야 삶은 / 비로소 빈 채로 영원함을 얻을 것이다

박병국_민들레 이야기 7(A Tale of a Dandelion 7)_비단에 혼합재료_45.5×53cm_2013

민들레 이야기7 // 꽃대만 홀로 멀쑥한 / 대지의 은밀한 곳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 허리춤에서 뻗어나간 / 손바닥은 흙을 덮고 / 손등은 하늘을 쳐다본다 / 그래서 나를 앉은뱅이라 부른다 // 가만히 허리를 숙이지 / 않으면 절대 보이지 않는 / 나는 민들레다 / 함부로 밟히지만 고집스럽게 / 솟구치는 나는 / 앉은뱅이 민들레다 // 바람에 날려온 사연에 / 친구 하나 하늘을 오르기로 한다 / 사막보다 메마르고 / 절망보다 견고한 수직의 / 벽을 타고서 앉은뱅이의 / 꿈을 이루려고 한다 // 포기보다 희망을 / 희망보다 함께 / 거칠고 강하게 오늘을 / 살아내는 일밖에는 / 이 세상에 가치 있는 일은 / 없음을 이들은 안다 // 갓털에 실린 생명은 / 덩굴을 뻗게 하는 거친 손은 안다 / 이 세상은 가장 낮은 곳에서 / 모든 삶이 움튼다는 것을… / 이 세상 깊은 악다구니에서 / 생명이 숨 쉰다는 것을…

박병국_민들레 이야기 9(A Tale of a Dandelion 9)_비단에 혼합재료_45.5×53cm_2013

민들레 이야기9 // 민들레 솜사탕은 꽃이 / 져야 빛납니다 / 민들레 갓털에 실린 씨앗은 / 바람을 타고 날아갑니다 / 멀리 멀리 인내를 알리기 위해 // 담쟁이 넝쿨은 잎이 / 떨어져야 제 모습으로 남습니다 / 담쟁이는 솜사탕을 감싸며 /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 벽을 오릅니다 / 높이높이 희망을 알리기 위해 // 자신을 낮추고 죽어야 사는 / 삶의 진실을 / 이들은 온몸으로 외칩니다 / 외지고 낮고 거칠고 가로막힌 곳의 / 바깥세상을 향해

박병국_민들레 이야기 10(A Tale of a Dandelion 10)_비단에 혼합재료_53×45.5cm_2013

민들레 이야기10 // 민들레 씨앗들의 숨결은 / 달항아리 자태로 달뜨고 / 민들레 갓털의 영혼은 / 달항아리 유백색 피부로 잦아들어라 // 검소하고 소박하기는 / 모두 한결 같아 / 낮은 곳의 생명이 빚어낸 / 한 줄기 빛이다

박병국_민들레 이야기 13(A Tale of a Dandelion 13)_비단에 혼합재료_90.9×116.7cm_2013

민들레 이야기 13 // 봄햇살이 / 조팝꽃 밟으며 지나가고 / 어둠을 기어이 품은 / 뭇 나비 날개짓에 / 극지방 흰곰의 털이 / 너슬너슬 일어선다 // 날개 사이 비밀스런 술렁임에 / 민들레 갓털이 우련하니 / 우주의 속살을 품은 씨앗이 / 끝없이 이어지는 / 태고의 이야기 담고 / 속절없이 머언 여행을 / 기약 없이 떠난다 ■ 박병국

Vol.20130517c | 박병국展 / PARKBYUNGGUK / 朴炳國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