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Wonderful World S# 1

박유미展 / PARKYUMI / 朴柔美 / installation.photography   2013_0521 ▶︎ 2013_0531

박유미_Unsettled_우뭇가사리, 카라기난, 시멘트, 얼음, 철, 조명장치_가변설치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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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521_화요일_06:00pm

팔레 드 서울 2013 신진작가공모展

관람시간 / 10:00am~09:00pm / 주말_10:00am~07:00pm

갤러리 팔레 드 서울 gallery palais de seoul 서울 종로구 통의동 6번지 B1 Tel. +82.2.730.7707 www.palaisdeseoul.net

지금, 우리, 현대인들에게 도시는 끊임없는 오늘을 속삭이는 약속의 땅이다. 내 집과 내 일터의 안정과 견고함을 보장해줄 것만 같은 사각의 프레임들, 늘 같은 시간, 같은 구간에서 막히고 뚫리는 아스팔트 길, 언제나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변함없는 그림을 그리는 도시의 선들은 내일도 오늘과 같은 일상이 반복될 것이라 기약한다. 도시의 일상은 영원할 것만 같다. 매일을 살아가지만 오늘과 또 다른 내일은 오늘과 다르지 않다. 도시의 일상, 그것은 언뜻 대단히 바쁘고 빠르게 변화하는 듯 보이지만 항시 같은 자리 같은 풍경 속에서 반복하기에 거시적으로 정지해있다. 가장 빼어날 것, 가장 건장할 것, 가장 젊을 것을 지키기 위해 늙은 풍경은 끊임없이 청년의 모습으로 가꾸어지며 죽은 공간에는 소생술을 가한다. 그러나 우리가 외면하고자 애써 노력하지만 않는다면 죽음이 스물스물 비집고 새어나오는 도시의 틈새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도심 한가운데 무너진 집들이 무덤처럼 쌓여가는 재개발지역의 생경함이나 서울역 앞의 노숙자들이 풍기는 퀴퀴한 냄새의 이질감에서도 죽음의 풍경은 드리워진다.

박유미_Unsettled_우뭇가사리, 카라기난, 시멘트, 얼음, 철, 조명장치_가변설치_2013
박유미_Unsettled_종이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66×100cm_2012

나 또한 죽음을 외면하고 타자화하기를 강요하는 도시의 자식으로 나고 자라 도시와 같은 청년이 되었다. 도시의 약속은 나에게 지극히 달콤한 것이나, 나는 그것이 일상이라는 망각의 열매의 맛이라는 것을 상기하고자 한다. 도시의 일상적 삶이 '감각'을 '사실'로 '위험'을 '안정'으로 '혼돈'을 '정지'로 이끌기 위한 것이라면, 나는 도시가 몰고가는 길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가장 감각적이고 위험하며 혼란스러운 세계, 그것은 죽음이다. 죽음은 살아있는 우리가 결코 감각할 수 없는 미답지이다. 두렵고 경이로운 신세계다. 그것은 온전히 고정된 세계가 아니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세계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아무리 찾아 헤매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죽음은 사유하고 통찰하여 도달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언어로 찾을 수 있는 세계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그 곳을 찾기 위해서는 들끓는 가래침을 삼키고 피고름을 짜내며 살아있는 온 세포로 변화하는 세계를 느껴야만 한다. 그것은 감각하는 세계이며 물성의 세계다.

박유미_Blue scene_종이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1×25cm_2013

전시『What a wonderful world S# 1』은 영원한 일상을 약속해 줄것만 같은 도시의 견고함에 틈을 내어 일상의 고정된 감각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낯선 느낌을 담아내는 첫 번째 풍경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자신만의 고유한 결을 가진 (가공되지 않은) 자연재료와 도시의 몸체를 이루는 물질들을 직접적으로 만나게 한다. 도시의 뼈대를 이루는 철근, 도시의 내장을 이루는 시멘트, 도시의 몸체와 풍경을 구성하는 큐브, 그리고 꺼지지 않는 도시의 불빛까지. 도시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은 나의 손과 가공되지 않은 자연재료와 만나 충돌한다. 이는 도시가 안전한 일상과 그것의 영원을 약속하며 우리로 하여금 죽음의 감각, 위험하리만치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울만큼 역동적으로 살아있는 감각을 잊게 만들기 위해 일구어 놓은 몸체를 위험과 혼돈 속으로 빠뜨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만남으로 주체들은 서로 충돌하여 무너지고, 스미어 변형되며, 흡수되어 말라간다. 서로 이질적인 존재들이 만나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 풍경은 계속해서 변한다. 얼음이 녹아 시멘트를 무너뜨리고, 철은 물을 만나 부식되며, 그 사이에서는 식물들이 비집고 올라온다. 때로는 흘러내린 물을 찾아 꿀렁한 물질이 새로운 생물체인양 침투하기도 한다. 이 변화를 거치는 동안 반듯했던 큐브는 새로운 국면의 풍경을 맞이하게 된다. 영구성을 약속하여 줄것만 같던 도시의 물성들은 맥없이 무너져가고, 그 안에서 새로이 생명과 자연의 물성들이 비집고 나온다. 그러나 이조차도 영구하지는 않다. 생명과 자연의 물성도 끊임없이 살아났다가 늙어가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박유미_Blue scene_종이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4×40cm_2013

이 풍경에서는 무엇이 스러진 것이고 무엇이 생성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여기에서는 무엇이 주체고 무엇이 대상인지 알 수 없다.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어디로 향하는지도 알 수 없다. 풍경은 그저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충돌과 불안정성과 유동성을 안은 채, 위험한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흔들릴 뿐이다. 풍경은 도시의 내장을 날 것으로 끄집어내어 바다로 내다 꽂아 스스로 무너지게 할 뿐이며 그 무너짐 속에서 알 수 없는 생명체가 스멀스멀 스미기를 지켜볼 뿐이다. 그리고 이 풍경 속에서 우리는 풍경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하여 결국 늙고 희미해지고 비틀어질 때까지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불안함을 감지할 뿐이다. ■ 박유미

Vol.20130521e | 박유미展 / PARKYUMI / 朴柔美 / installation.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