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결 Splendid "Gyeol"

김지평(김지혜)展 / KIMJIPYEONG / 金池坪 / painting   2013_0524 ▶ 2013_0606

김지평_산수화 山水花_캔버스에 글리터, 피그먼트, 펜, 아크릴채색_60×6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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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524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센터 Gan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평창동 97번지 Tel. +82.2.720.1020 www.ganaart.com

쓸어내리는 그림 ● 가는 선이 뻗어나간 자리로부터 또 다른 선을 연결한다. 굵기나 농담의 변화가 거의 없이 가늘고 섬세한 선 그리기. 기법은 동양화에서 인물의 외곽을 정리하는 철선묘(鐵線描)에 가깝고 모양은 전통 기하학 무늬인 파선(波線)에 가깝다. 이런 선들이 켜를 지으면서 비늘, 꽃잎, 동물의 털, 머리카락, 껍질 등의 이미지로 짜인다. 머리카락은 식물의 형태를 이루다가 꽃잎이 되고, 물결은 파도를 만들어내다가 물고기의 비늘이 된다. 나는 가느다란 선으로 무언가를 그린다기 보다, 화면의 표면을 가는 붓이나 펜으로 반복적으로 쓸어내린다. 촉각적인 행위에 가깝다. 시작부터 화면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계획하지 않고, 선을 그리고 있는 순간의 긴장에 의지한다.

김지평_어해화 魚蟹花_캔버스에 글리터, 피그먼트, 펜, 아크릴채색_60×60cm_2012
김지평_화조화 花鳥花_캔버스에 글리터, 피그먼트, 펜, 아크릴채색_60×60cm_2013
김지평_백접 百蝶 샹들리에_캔버스에 펜, 아크릴채색_130×194cm_2013

낯설고도 흔한 전통 ● 아파트 외벽이나 울타리를 장식하는 전통문양에 시선이 멈출 때가 있다. 보수중인 동대문이나 전통행사가 열리는 광화문 등 주변과 기묘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옛 건물에서 낯선 느낌을 받기도 한다. 전통을 모티프로 한 장식이나 건축은 대부분 무심히 지나치는 이미지에 불과하다. 전통 이미지들은 왜, 어떻게 라는 질문과는 무관하게 습관처럼 도시를 당연하게 '장식'해주면서 늘 주변에 있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 눈에 오랫동안 끼어있던 꺼풀이 벗겨지는 것 같이 놀랄 때가 있다. 전통기호의 다양한 변용에, 조악함에, 무심함에 놀라다가 저들은 어디서 왔을까, 왜 저기에 있을까 하는 의문이 시작된다. 내가 전통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은 이렇게 일상에서 마주치는 '뭔가 어긋난 상태'로부터 비롯되었다. 물론 전통회화의 세계, 과거의 세상을 그린 그림은 그 자체로 낯설고 기이하다. 그러나 나는 현대인의 시선에서 전통의 낯섦을 표현하기 보다는, 그 반대로 과거인의 눈으로 현재를 보고 싶다. 실제로 어느 순간 세상은 충분히 낯설다. 나는 머뭇거림도 균형감각도 없이 '전통예술'이 만들어낸 세계 속으로 들어가 현재를 보는 것처럼, 시제와 시선을 반전시키고 싶다.

김지평_춘연지묘 春戀之廟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0×163cm_2012
김지평_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입니다_한지에 피그먼트, 금묵_100×120cm_2013
김지평_찬란한 껍질-상화 傷花, 호접 虎蝶_종이에 옷칠, 먹, 아크릴채색_각 97×67cm_2013

세계의 표면 ● 내게 피안(彼岸)은 단순히 이상향도 현실의 장소도 아니다. 그 곳은 어떤 표면, 피부, 비늘, 껍질, 무늬와 같은 곳이다. 스며들지 못하고 미끄러져 내리는 표면 위에도 하나의 세계가 있다. 어울릴 수 없는 것들이 뒤섞이면서 모종의 질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선이 모여 아름다운 결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떠다니는 이미지들이 결합해 다른 의미를 만들 수도 있다. 무엇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는, 오히려 어디에도 속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연결된다. 그래서 결은 찬란하다. ■ 김지평

Vol.20130524e | 김지평(김지혜)展 / KIMJIPYEONG / 金池坪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