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Crack : 12

이영희展 / LEEYOUNGHEE / 李榮姬 / photography   2013_0524 ▶ 2013_0602

이영희_씨앗을 품은 땅_ 디지털 프린트_각 29×39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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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524_금요일_07:00pm

사진 & 출판 기념 전시 Photo & Publication Exhibition

기획 / 비트린 바이 에이에이엠 vitrine by aam

관람시간 / 10:00am~10:00pm

어반:소울 Urban:soul 서울 종로구 혜화동 71-10번지 Tel. +82.2.2253.4812

농부의 열두달, 작가의 열두달. ● 이번 전시는 '틈'이라는 주제로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는 이영희 작가의 2012년 프로젝트 『틈:12』 중 시흥일대를 촬영한 시흥 씨리즈의 사진 전시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록이 담긴 도록 출간 기념회가 함께 열린다. 자신이 오랜동안 재료로 사용한 '왕겨'를 관찰하기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를 작가는 절기에 맞는 노동으로 결실을 얻는 농부와 같은 자세로 작업에 임한다. 즉 자신 예술적 성취를 위해, 드로잉, 자연에 대한 관찰, 글쓰기와 같은 준비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 동안 작가는 '문명과 자연', '역사와 관계들', '여성성' 그리고 '예술가의 노동'과 같은 늘 품고 있던 질문들의 답을 하나씩 찾아가게 된다. ● 로봇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한 체코의 국민작가 카렐 차페크. '원예가의 12달'이라는 에세이에서 그는 '원예가는 땅에 코를 들이대고 씨앗을 들여다 본다.'라고 말한다. 이영희도 자신의 작업을 '들여다 본' 2012년의 동안의 기록들을 책으로 엮었다. 『틈 :12』는 오랜동안 작업실이 있어던, 그리고 지금은 재료인 왕겨를 가져다오는 시흥일대를 촬영한 사진들과 드로잉 그리고 2012년 동안 작업한 설치 작업과 글을 담고 있다. ■ 박기현

이영희_씨앗을 품은 땅_디아섹_각 66×90cm_2012
이영희_씨앗을 품은 땅_디아섹_66×90cm_2012

신성한 노동은 대지를 변화시킨다. 이것이야말로 삶과 예술에 대해서도 명료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비유일 것이다. 이것이 진리라는 것을 다시 믿고 싶다. 생명을 품고 있는 흙, 그것을 보듬어내어 아름다움을 꿈꾼다. 생명을 꿈꾼다. 삶을 꿈꾼다. 농부의 노동과 같은 신성한 노동이야말로 예술의 의무이며 권리임을 다시 한 번 꿈꾸어 본다. 이 프로젝트는 첫째로 나의 '작업 태도'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시간의 틈', '여러 역할의 틈' 사이에서 작업하고 있는 나에게, 농부의 시기에 따른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노동과 그 결과로 매년 수확물을 얻어내는 농부의 삶이 작업에 임하는 나의 태도에 중요한 교훈을 주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작업에 집중하기를 희망하지만 내가 사회속에서 갖고있는 이러저러한 역할과 일 속에서 시간의 틈을 붙잡아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틈' 사이의 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애쓰지 않으면, 귀한 시간들은 기다려주지 않고 지나가버리기 일쑤라는 것을 경험해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일 년 농사에서 시기에 맞는 적절 한 일들을 해내야하는 노동의 시간을 놓치면, 일렁이는 가을 들녘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지 못하는 것과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옛 농가월령가에서 매달 해야 할 농사 일들을 놓치지 않도록 정리해 놓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해마다 적절한 시기에 해야 할 농부들의 반복적인 노동을 제시한 '농가월령가' 처럼 나는 나의 작업에 대한 가칭 '작업월령가'를 프로젝트로 진행해 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영희_시흥 Siheung_디지털 프린트_29×39cm_2012
이영희_시흥 Siheung_디지털 프린트_29×39cm_2012

두 번째로, 이 프로젝트는 틈 사이에 생명의 싹을 보듬는, 생명의 순환을 보여주는 대지를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나의 작업은 왕겨를 소재로 땅의 생명과 순환을 주제로 하고 있으므로, 자연의 변화 과정과 왕겨가 만들어지 고 순환되는 과정들을 관찰해 보는 것은 작업 과정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고,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우리가 딛고 있는 발 아래, 대지는 사계절의 유유한 시간에 따라 수많은 변화를 보여주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주변 대기의 색감과, 공기, 온도 등으로 내밀하고도 천천히 대지가 보듬고 있던 생명의 전개과정을. 나는 이러한 바뀌어 가는 자연의 현장을 매번 비슷한 장소에서 정기적인 기록을 통하여 확인하고 싶었다. 발 아래 수평적 대지는 움직이지 않은 듯하나, 대기의 색감, 온도의 변화 속에서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고자 하는 생명체의 움직임들은 나의 시야에서 다이내믹한 대지의 열망으로 확인되었다. ● 마지막으로 도시와 농촌의 경계에 위치하는 시흥이라는 공간은 독특한 풍경을 지닌, 또 다른 틈으로 읽혀지는 지점으로 이 또한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었다. 지금 나의 작업실은 안양의 공장단지 부근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에는 이곳에서 차로 20-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시흥이었다. 경기도의 서남지역, 이전에는 수도권 인근이라는 장소적 특성으로 지금의 안양 작업실 주변과 비슷하게 소규모 공장이 많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포도농장, 연꽃단지, 농경지 등이 넓게 산재해 있는 곳이기도 했다. 또한 오래된 아파트 단지들도 이곳 저곳에 있었는데, 농경지와 아파트, 공장단지 등이 서로 혼재되어 독특한 공간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시흥 일대의 농경지가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사진으로 기록하는 동안, 함께 달려 들어오는 이 혼재된 이미지 속에서 또 다른 독특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경계 지점에 있거나, 그 '틈'사이 혼재된 공간의 색다른 느낌이었다. 이곳의 농경지를 사진으로 찍으면, 넓은 논 위에 네모난 아파트가 약간 위쪽으로 들어올려진 것 같은 모습으로 보였다. 넓은 연꽃단지 농지를 찍으면 또한 위쪽으로 그 모습들이 들어왔다. 나는 순간 생명을 머금은 땅이 그들을 단번에 살짝 들어 올린 것이 아닐까 상상하곤 하였다. 생명을 품은 대지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치솟아 있는 아파트 안의 많은 사람들 또한 가볍게 들어올리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이 혼재된 공간 속에 오히려 낯설어보이는 대지는 그 내밀한 생명의 힘을 계절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천천히 때로는 웅장하게 내게 보여주었다. 나는 작업실로 돌아와 초록의 푸르고 굵은, 생명의 뿌리를 달고 여기 저기 힘차게 날아오르는 대지의 모습을 상상하고, 스케치하였다. 또 어느 날은 마른 왕겨를 버무려 떠오르는 대지를 만들고, 뿌리를 달고 막 날아오르려는 대지를 작업실 여기저기에 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 이영희

이영희_틈 Crack : 12_2012

Sacred labor transmutes the earth. This metaphor can also be applied to life and art. I want to believe again this is the truth. I embrace earth bearing life, dreaming of beauty and life. I once again dream that sacred labor - like a peasant's work - is the obligation and right within art. ● This project derived from my reflections on my 'working attitude'. A farmer's consistent, repetitive labor and his life - getting the harvest as a result of his labor – informed my working attitude with significant lessons as an artist working between the 'cracks of time' and 'cracks of diverse roles'. With this I hope I can concentrate on my work. However, I have experienced valuable time often passes without waiting for me: I must work to catch time between 'cracks' in order to create new life forms despite my roles and parts I have assumed in society. This is why we cannot hope to achieve an abundant harvest if we miss the time of labor and timely agricultural work. Probably for this reason, Korean ancestors documented monthly farming work so as not to miss the proper time every month to work in Songs of Monthly Events of Farm Families. As in Songs of Monthly Events of Farm Families organizing farm-work that needed to be done every month, I have decided to execute the tentatively named 'Songs of Monthly Events of the Artist'. ● This project also began to observe and document the earth embracing the sprouts of life between cracks and displaying the cycles of life. As my work represents the theme of life on the earth and its cycles by using rice husks, I have considered observing a process of changing nature and the process by which rice-husks are made as indispensable and meaningful in my work. The earth on which we stand has displayed lots of changes in accordance with the flow of the four seasons. I'd like to confirm the development-process of life the earth embraces and the scenes of changing nature with time through regular records of color and temperature of the air around me in similar places. The horizontal earth is not likely to move, but life forms trying to soar toward the sky amid change in the earth's color and temperature imply the earth's dynamic aspirations. ● The space of Siheung located in the boundary between urban and rural areas is also an interesting object for observation, demonstrating unique scenes. My studio is now on the border of an industrial complex in Anyang. My previous studio was in Siheung, 20-30 minutes' drive from here. There were many small factories near my previous studio similar to my present studio in Anyang as both areas are all in the southwest regions of Gyeonggi Province, and the capital areas were clustered with lots of industrial complexes. Also, vineyards, lotus cultivation gardens, and farmlands were scattered over the region where my previous studio was located. Old apartment complexes were also clustered here and there. The place formed a distinctive space with a mixture of farmland, apartments, and factories. While observing and recording transmutations of the farmlands in Siheung in photographs, I found another distinction in such mixed images: they were in a border or mixed space between 'cracks,' exuding a unique atmosphere. ● If the farmlands here are photographed, square apartments on the vast rice fields appear slightly uplifted. If the spacious lotus areas are photographed, the apartments are visible above them. At that moment I used to imagin the earth bearing life slightly uplifted them all at once. I also thought the earth lightly lifted people in the apartments soaring vertically toward the sky. The earth that looked unfamiliar at times or at times grand in this mixed space showed me the clandestine strength of life in the streams of the seasons and time. After coming back to my studio I conjured up and sketched the earth, vigorously soaring with the thick green and blue roots of life. One day I fabricated uplifted lands with rice husks, looking at the lands about to fly up with roots. ■ LEEYOUNGHEE

Vol.20130525f | 이영희展 / LEEYOUNGHEE / 李榮姬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