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과 절망

이동환展 / LEEDONGHWAN / 李東煥 / painting   2013_0529 ▶ 2013_0604

이동환_황홀과 절망_장지에 수간채색_225×17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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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인스타그램_@2flydong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2층 Tel. +82.(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추락한 별 그러나 황홀한 ● 세계와 현실은 언제나 이미지와 언어를 빌어 구성되었다. 그 과정은 인간과 인간의 정신이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인간은 사실은 신을 닮은 인간이며 그렇기 때문에 보다 더 전능하고 자유로우며 풍요로운 인간을 지향한다. 일생이란 신을 모방한 충족된 삶으로 조직되는 기간이며, 생로병사의 과정은 조화로운 우주의 소리로 채워져야 한다. 사람들은 인간을 신처럼 정의하고는 그런 인간이 진짜 인간이며 그와 같이 되기를 꿈꾸었다. 그렇게 진정한 인간이라는 이상이 출현하였고 시대마다 반복되었다. ● 역사적으로 많은 화가들의 그림은 그런 이상적 인간, 그리고 그 인간의 이상적 일생을 재현하는데 바쳐졌다. 이렇게 예술적으로 봉헌된 인간의 이미지는 세상이 산업자본주의 또는 약탈적 자본주의로 변한 시대의 욕망하는 세속의 정신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어버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영웅적 개인이 등장한 근대는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정량화되고 수치화되어 개별성이 무의미해진 시절이기도 하다. 인간의 욕망이 자본과 기계의 욕망과 등치되는 세계에서 이동환은 회고된 인간 또는 반성된 인간을 상기(想起)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동환_황홀과 절망_장지에 수간채색_225×170cm_2012
이동환_물들다_장지에 수간채색_116×91cm_2013

사람들, 군중 또는 민중이 등장하고 아이와 곰 인형과 양 그리고 해체되어가는 집. 불타는 붉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어린 아이는 유령처럼 사라진다. 거대한 별이 유성처럼 대지에 떨어지고 대양을 뒤흔든다. 어디에도 쉴 곳이 없는 피난민처럼 사람들은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발걸음을 옮기지만 희망은 없다. 누추하며 비극적인 생활이 연속될 뿐이다. 이미지들이 재현하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의 감정과 정서. 황혼의 긴 그림자처럼 늘어진 민중의 비극적 운명에 대한 암울한 전망과 예기치 않는 조울(躁鬱). ● 조형적 효과를 분석하거나 언어화하는 작업은 작가에게는 한가한 소일거리처럼 보일 것 같다. 그의 작업은 도상과 의미의 전통적인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에서 인간은 정형화한 인간의 상징처럼 포즈를 취하고 연극적으로 연출된다. 로댕의 칼레의 시민, 케테 콜비츠와 오윤의 민중. 오랜 노동으로 거대해진 손과 피로에 쌓인 퀭한 그러나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를 응시하는 눈. 짐승이나 노예가 아닌 스스로의 주인이 되는 인간.

이동환_焰-染_장지에 수간채색_146×130cm_2012
이동환_焰-染_장지에 수간채색_146×130cm_2012
이동환_황홀과 절망_장지에 수간채색_162×130cm_2011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세계로 전진하는 인간의 전형처럼 느껴진다. 이들은 지난 20세기의 한국현대사의 주인공들이다. 민중이며 시민이다. 우리 사회는 한 때 민중의 시대를 꿈꾸었고 오늘날 시민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민중은 수동적이며 속물적인 대중을 의미하지 않는다. 민중은 대중 보다는 시민과 연대한다. 민중은 사람들의 공동체와 연대를 전제로 한다. 본래적의미의 사람으로서 민중은 정신적, 물질적으로 지친 대중이 아닌 이웃과 동료와 가족과 심지어 얼굴도 모르는 낯선 타인에게도 자신의 음식과 물을 나눠주는 인간이며 의미와 생명을 나누는 과정으로 구성되는 세계의 주민이다. ● 꿈같은 시절은 가버린 것일까. 민중은 신기루처럼 시민이 되거나 대중이 되어야 했다. 세상은 사람들이 민중으로 남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변했다. 점점 더 분할되고 해체된 가정과 직장과 사회가 현실이 된지 오래고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삶을 꾸려온 것이 어느새 비루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소외된 사람들과 민중이 동의어가 되며 충족되는 삶이 아닌 소외된 삶이 당연시 되어버린 것이다. 그의 비관적 세계관은 다소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긴 결국 사람들은 정도 차이는 있으나 어느 정도의 시대착오를 갖고 살기 마련이다. 세상살이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이동환_아무렇지 않게..._장지에 수간채색_227×546cm_2013

작가는 리얼리즘 회화의 전통에 서서 현실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재현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하루의 일과는 정확하고 충실하게 계획되고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현실을 바라보는 기록자로서 또 화가의 도덕적 규범으로 채워진다. 작가는 그렇게 건강한 일상과 의미 있는 충족된 존재라는 전형적인 삶의 서사를 밑에 깔고는 풍자와 은유, 초현실적 몽타주를 섞어놓는다. ● 작가는 이렇게 이상과 비전이 불가능한 현실에 자포자기하는 뉘앙스를 풍기면서도 미묘하지만 사람들 간의 끈끈한 연대의 정서를 포기하지 않는다. 절망하지 않는다. 소박한 유머와 풍자로 절망의 파도를 한 번에 하나씩 확실하게 넘는다. 그러므로 제풀에 스스로 죽지 않는다. 작가는 사람을 살리는 예술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한다. 나락에 처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나는 이동환의 작업에서 아련한 청년기의 열정과 의지를 본다. 포기하지 않는 꿈꾸는 인간, 황홀한 청년기의 인간을 본다. ■ 김노암

Vol.20130530e | 이동환展 / LEEDONGHWAN / 李東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