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존재

강영길展 / KANGYOUNGKIL / 姜暎吉 / photography   2013_0626 ▶ 2013_0702

강영길_존재(existence)_한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52×212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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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626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1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선(線), 감각, 사유어둠을 향한 여정에서. 사진은 마치 구명튜브에 매달리듯이 절박하게 피사체의 형상에 얽매이기가 쉽다. 그래서 대개는 사진이 순수한 감각 뿐 만 아니라 이성적인 진지한 사유를 통해서도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인정하기를 종종 망설이는 것이다. 강영길은 이러한 문제에 담대하게 도전하는 용기가 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 나중에야 알아채게 되는 종류의 여타 다른 감각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이런 '순수한'감각은 그것을 불러일으킨 어떤 존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순수한 감각은 그 반사작용으로써 우리에게 거대하고, 절대적인 동시에 미세한 궤적을 남길 수 있다. 우리의 시야를 가로지르는 나비의 궤적에 의해 일깨워지는 그러한 감각.

존재(existence)_한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52×212cm_2013
강영길_존재(existence)_한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52×212cm_2013
강영길_존재(existence)_한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52×212cm_2013

사유를 통해 얻은 이미지. 이 이미지는 문제의 검은 구멍(사진기)을 통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을 도리어 응시하는 것이다. 사유의 이미지는 문제의 답을 간단히 인정하지는 않지만 곧이어 대단히 중요한 어떤 행위를 불러온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강영길이 만들어낸 이미지들은 순수한 감각의 산물인 동시에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사유의 소재이다. 그리고 예술작품으로서의 이러한 이미지들은 그것을 구현해내는 중요한 행위이다. 강영길은 전통 한지 위에 프린트 된 넓고 편평한 검은 화면의 가장자리에 대나무를 배치했다. 시선을 돌려 화면의 다른 쪽 끝을 보면, 혹은 첫 번째 사진과 나란히 놓인 두 번째 사진에 이르러서야 또 다른 대나무가 등장한다. ● 이 두 대나무의 사이: 어둠. 순수한 어둠. 깊은 밤의 어둠. 끝없는 우주공간의 어둠. 무(無)의 어둠, 왜냐하면 우리에게 '無'란 어둠일 수 밖에 없으므로. 그리하여 바로 이 '어둠'이 생명 활력의 '기호'이자 '상징'인 두 대나무의 사이에 갇혀있는 동시에 또한 두 대나무를 화면 바깥으로 밀어내는 작용도 하고 있기 때문에, 강영길 사진의 진정한 주제이자 주인공의 역할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강영길_존재(existence)_한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52×212cm_2013
강영길_존재(existence)_한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50×390cm_2013

나비, 인간과 대나무. ● 깊은 어둠에 잠기듯 빨려 들어갔다가 대나무에 의해 드러나는, 우리는 이 '無' 속에서 길을 잃은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사실 나비는 그의 불가사의한 존재감으로써 오히려 '無'를 부각시키고 있다. 우리는 오직 사진만이 생동시킬 수 있는 이 빛 속에서 잠시 동안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 깊은 밤을 가로지르는 한 마리 나비처럼 덧없는 존재이다. ● 그러나 인간은 나비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대나무이기도 하며, 그 이상의 무엇이기도 하다. 그는 사진만이 잡아낼 수 있는 두 감각의 상태 사이에서 존재감을 주장하는 '틈새(l'écart)'이다.

강영길_존재(existence)_한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50×390cm_2013

강영길은 바로 이 틈새의 떨림을 특히 잘 구현해낸다. 두 대나무의 사이, 두 빛의 떨림 사이, 밤이 군림한다. 혼돈의 쌍둥이로서의 질서의 밤, 존재와 대등한 無의 밤. 가득 찬 충만함과 마찬가지로 확고한, 텅 빈 허공으로서의 밤. 늘 교차하는 상호성 내에서의 無와 존재의 대등함은, 마치 우리가 쇼펜하우어나 하이데거 같은 철학자에 대해서 생각하듯이 또한 장자나 위대한 선시인(禪詩人)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과 같다. 강영길의 몇몇 사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존재와 無의 이러한 양립은 그가 거둔 괄목할 만한 중요한 성과이다. 또 다른 사진을 보자. 여기에서는 붉은 선이 마치 밤을 찢어놓는 듯이 보인다. 그 선들은 대나무의 줄기이다. 하지만 이 사진 속에서 그 선들은 無의 앞에 던져진, yes인 만큼 no이기도 한, '존재'의 가장 정열적인 주장이다. 그리하여 우린 문득 깨닫는다. 강영길의 사진은 순수한 감각과 진지한 사유에 의한 이미지들이며, 그리하여 그의 사진은 사진이면서도 마치 사진이 아닌 그림처럼 구현되고 있다는 것을. ● 비록 그 그림의 선이 사람의 손으로 그려진 것은 아닐지라도. ■ Jean-louis Poitevin

Vol.20130626g | 강영길展 / KANGYOUNGKIL / 姜暎吉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