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lla Fantasia

한조영_박은하 2인展   2013_0704 ▶︎ 2013_0803 / 일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포월스 GALLERY 4WALLS 서울 강남구 논현동 248-7번지 임피리얼팰리스 호텔 1층 Tel. +82.2.545.8571 www.gallery4walls.com

낯선 이질감 속 낯익은 세계, 그 환상의 세계 ● 어렴풋이 보이는 아련한 불빛, 그 위로 지나가는 오로라,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고 뚜렷하게 눈 안으로 들어온다. 깜깜한 밤 불빛들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기운과 고즈넉함이 가져오는 적막한 밤 시간의 공기와 바람을 온 몸의 감각으로 전해주는 느낌이다. 도시, 그 곳은 모던하고 감각적이지만 차갑고 딱딱한 관계를 떠올리게 하거나 꿈을 실현하는 발판, 그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인식된다. 혹은 '살아가야 하는=살아남아야만 하는' 생계의 현장이다. 하지만 한조영의 작품처럼 멀리서 바라본 도시의 불빛은 막연한 동경과 애잔한 빛의 그리움으로 뒤섞여 실재가 아닌 환상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 작가는 삭막하고 메마른 잔인한 도시에 홀로 내버려진 불안과 고통 속에서도 과연 이 도시에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를 반문한다. 창 밖에 보이는 대상 하나하나의 존재감, 움직임은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빛과 검은 배경만이 남는 환각적 체험을 통해 작은 불빛들에게 희미하게나마 자신을 투영하기 시작한다. 가늘고 작게 잘라 붙인 무수히 많은 스티커들은 작은 불빛의 미약함을 담고 있지만 그것들이 모여 간절함을 더 애틋해지고 집합체들은 함께 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외로움에 빠져버린다. ● 도시의 불빛들은 매일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면서도 내일의 구체적인 정답을 말해주지 않는 것처럼, 이 도시 속 관계 또한 정답이 없는 질문들과 알 수 없는 관계의 미궁 속을 헤맨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의 메신저 상에서 오고 가는 끝없는 대화들 속에서 진실을 찾는 어리석음처럼, 저 멀리 보이는 불빛들 속에서도 나만을 위한 불빛은 없다. 그가 만들어낸 스티커 불빛들의 향연은 그가 마주한 피폐되고 잔인한 도시가 아닌, 그가 바라는 환상 속 어딘가 있을법한 도시의 불빛들이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만의 넬라판타지아를 꿈꾸며 점보다 작은 스티커 붙이기를 쉬지 않고 반복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행위 자체가 작가의 이야기이며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 그 세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조영_Auror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90cm_2013
한조영_Auror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120cm_2012

"「Darkview」연작은 불안한 정서를 통해 인식되었던 도시를 물리적인 공간으로서 존재시키기 보다는 현실을 대변하는 상징적 의미로서 존재하며 그 안에 본인의 복잡한 심리를 은유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현실자체의 불안전함, 거기에 내재된 결핍에서 오는 인식의 반영으로서 물감을 바른 스티커를 자르고 붙이는 강박적이고 인위적인 행위를 통해 결핍된 심리의 표출과 치유의 의미를 함께하고 있다. ● 불안을 통해 인식되었던 도시의 빛은 한편으론 본인이 유년시절 밤하늘을 바라보며 상상했던 신비로운 빛에 대한 열망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최근 진행된「Aurora」연작과 밤하늘의 풍경들은 유년시절 밤이라는 공간을 통해 바라보았던 신비로운 빛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을 담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은 어떤 현실에 대한 각박함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도 반영되지만, 잠시 잊고 지내던 개인의 존재와 이상적 가치를 상기시키는 쉼표와 같은 과정이기도하다. ● 작업은 도시의 인공적인 빛으로부터 신비로운 빛과 함께 상상 가능했던 빛을 시각화 시킨다. 이는 구체적인 현장 그대로를 재현하기 보다는 본인만의 세계로부터 해석되어진 관념적 풍경의 심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실제가 아님에도 그 형태가 현실의 대상들을 닮아 있어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풍경으로 상상해 간다." (한조영)

한조영_Darkview-off the map_캔버스에 혼합재료_60×120cm_2012~3
한조영_Darkview-recycling city_캔버스에 혼합재료_100×100cm_2012~3

믿을 수 없는 현실, 믿을 수 밖에 없는 그 잔인함 ● 박은하의 작업은 현재를 살아가야만 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의 현실과 非현실적인 것들에 대한 충돌과 해체를 소멸 또는 확장되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나치게 일상적인 풍경(때론 불편한)들을 통해 인간의 숨겨진 오욕과 탐욕을 풍자하지만 결국 인간은 이 세계를 탈출 할 수 없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그녀의 예전 작업에서는 이미 잘 짜여진 시스템과 기계가 맞물리는 듯 정해진 틀대로 생존해가는 현대인들의 일탈을 캔버스 밖으로 살아서 꿈틀대며 탈출을 시도하는 물감의 흐름들로 볼 수 있었다. ● 이번 작업들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히스토리와 담대하게 마주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고층빌딩, 고층아파트들을 보며 '저 높이만큼이나 박탈당한 수많은 '삶'에 대해서 생각했다는 작가는 재개발 지역을 직접 찾아 다니고 사진으로 담던 중에 본인의 가정을 '망가진 꽃밭'으로 비유했던 모친의 글을 떠올렸다. ● 지나치게 이기적인 자본의 흐름은 소수를 위한 정책과 혜택으로 이어지고 재개발로 인해 쫓겨나거나 삶의 터전을 박탈당한 사람들은 잊혀지고 사라져간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분아래 없는 사람들의 삶은 현실에서 떨어져 나가고 삶이라는 자체가 잡히지 않는 환영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다. 누군가는 소유하게 된 있어 보이고 그럴싸해 보이는 뉴타운의 고층아파트들, 반면 누군가의 삶은 파괴된 흔적과 기억(그녀의 기억이기도 하다)의 파편들만이 남아 그녀의 캔버스 안으로 들어와 너울거리고 울렁거리고 있다. 화면 속에서 그녀는 여전히 유년 시절의 경험에서 멈춘 듯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과거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갈망은 파도처럼 넘실대며 캔버스 밖으로의 탈출을 여전히 시도하는 듯하다. 감정의 회오리는 이전에 비해 조금 더 추상화되어 요동치고 있으며 얼핏 화려해 보이지만 슬픔이 베어 나오는 컬러의 불편한 배열 속에서 만들어낸 '망가진 꽃밭'은 작가가 잃어버린 세계, 동시에 그녀가 찾고자 하는 또 다른 세계인 양 존재한다. 착취와 희생이 공존하는 이 사회의 모순처럼 작가 또한 굳이 어느 쪽에도 서 있지 않다. 그래서 더 잔인하다.

박은하_망가진 꽃밭 Broken Garde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80×80cm_2012
박은하_모르는 얼굴3 unfamiliar face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80×80cm_2012

"현실적인 면에서 소원성취가 불가능한 유년동경의 백일몽은 퇴행이라는 심리적 방위기제(防衛機制)의 한 방편이기에, 유년시절은 종종 관념상의 유희공간으로 제시되곤 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유년은 전복된 소년시절에 의해 일그러져버린 일시적 안락의 흔적 따위로 전락된 채 , 오히려 내 의지와 선택으로 이루어진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과거로부터 도주 가능한 퇴행의식이 되어 있었다. 캔버스를 마주해온 시간이 한해 두해 길어질수록 점차 이러한 의식의 위화감에 부딪히기 시작하면서, 이를 개인적인 기록으로 풀어내 보고자 하였다. ●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사회'라는 정체불명의 거대구조 앞에 개인의 가정이란 유리알과 다름없다. 소수를 위한 경제적 혜택과 허울뿐인 명분으로 무장한 재개발은 쫓겨난 사람들의 수탈된 삶을 교묘히 은폐한다. 나는 이 위장의 틈을 파고들고자 재개발지역의 파괴된 풍경과 이에 반응하는 내 유년의 기억을 회화로 옮기기로 했다.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살풍경한 폐허가 갖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향해 셔터를 눌러대는 불쾌한 아이러니를 감지하면서 나는 우선 대상의 구체적 형상에서 비롯되는 감상적 정취를 제거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지난 전시의 벽화 조각들에서 보이는 비구상적 요소를 끌어왔다. 재개발지역의 버려진 비닐하우스 내부의 사진을 바탕으로 구조만 살리면서 심리적 풍경을 구체화한 것이었는데 이 작업이 이번 전시의 초석이 되었다. 또한 이 방식은 형식적으로 구상성의 파괴를 꾀하면서, 주로 거시적 시점에서 불특정다수를 소재로 했던 지난 작업과 개인적 서사와의 상관관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박은하)

박은하_하우스 hous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46×53cm_2012
박은하_망가진 꽃밭 Broken Garden_캔버스에 유채_97×162cm_2013

한계라는 그물에 걸린 환상 ● 환상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것은 현실에서 비롯된 상상의 산물이고 바람이다. 한조영, 박은하 두 작가 모두 현실에서 기인한 새로운 세계(환상)을 나름의 방식과 이야기를 가지고 구현하고 있다. 그들의 작품은 사실성을 기초로 개인의 히스토리에서 착안된 서사적 구조를 가진다. 작품이 가지는 내러티브는 현실 세계를 환상 세계로 재생산하는 수단으로 회화적 요소와 맞물려 그들만의 언어로 다분히 개인의 심리상태가 녹아있는 공간과 장면으로 재현된다. 단지 누군가에게는 꿈꾸는 듯한 환상(幻想)-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 일지도 모르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환상(喚想)-지나간 것을 돌이켜 생각함- 일지도 모르는 낯선 동거이다. 이 낯선 동거는 결국 '환상'이란 것이 어떤 다중적 의미를 가지더라도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약한 인간은 존재하지도 않는 무언가를 꿈꾸고 동경하거나, 두려워하고 절망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어둠 속의 불빛은 존재하는 도시이나 그 불빛은 존재하지 아니하고, 망가진 꽃밭은 사라졌으나 그 향기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가진 자만이 세상에 소리를 낼 수 있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나가는 세상 속에서 없는 자는 소리없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갈수록 양극화는 심해지고 자본주의라는 위대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 모든 것은 그물처럼 얽혀 있다. 우리 모두가 이미 그 그물에 얽혀있고 걸려있는데, 다른 세상(환상)을 꿈꾼다는 자체가 이미 한계라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두 작가 모두 그 한계를 알고 있기에 작품 속에서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공허한 몸부림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듯 하다. ● 한조영은 스티커를 통해 도심의 불을 밝히고 새로운 도시의 형상을 만들어 낸다. 박은하는 재개발 지역의 풍경을 구조만 살리고 사라지거나 소용돌이 치는 흐름으로 표현한다. 작품 속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자신만의 조형적 언어는 작가의 감성과 심리가 강하게 녹아있으며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두 젊은 작가의 큰 울림이 진하게 번져있다. 혼돈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젊은 작가 2人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것은 그 그물에 걸려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우리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 윤미정

Vol.20130704c | Nella Fantasia-한조영_박은하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