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우물에 고요히 흩어져 있는 기록들 Stilly scattered records at Yeorumul(Sipjeong-dong)

유광식展 / YOOGWANGSIG / 兪光植 / photograph   2013_0705 ▶︎ 2013_0731

유광식_열우물-parade_디지털 프린트_60×9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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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3_0705 ▶︎ 2013_0717 관람시간 / 01:00pm~06:30pm / 목요일 휴관

사진공간 배다리 갤러리 BAEDARI PHOTO GALLARY 인천시 동구 금곡동 14-10번지 2층 Tel. +82.70.4142.0897 www.uram54.com

2013_0717 ▶︎ 2013_0731 관람시간 / 11:00am~09:00pm / 월요일 휴관

파란광선 LE RAYON BLEU 인천시 중구 내동 176번지 Tel. +82.32.772.9417 facebook.com/lerayonbleu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던 것 같다. 깊은 밤, 살구 나무를 지나 대나무 숲 안으로 푹 패인 커다란 웅덩이 정중앙에 서 있던 꿈을 꾼 적이 있다. 꼼짝도 할 수 없었던 상황에 그때 나이로 두려움이 컸다. 그렇게 간혹 30년 전 성장의 정서를 되새겨 보게 되는데, 조금은 다르지만 언덕 너머로 펼쳐진 열우물 마을(인천 부평구 십정동 216번지 일대)이 처음 그랬다. 길을 잘 못 들었단 생각은 금방 사라지면서 허름한 작은 집들이 숨 쉴 공간도 없이 빼곡하게 위태로움이 컸으나 움푹 패인 공간에서 내뿜는 따뜻한 온도가 좋았다. 인천을 산책하다 만난 이 마을 또한 겉으로의 따뜻한 모습 뒤로 차가운 현실이 산적해 있었지만 내게는 마주하는 모든게 찬란하다. 인천은 과도한 변태의 과정 속에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숨겨져야 할 곳들이 지정되고, 주민의 의사가 분명 중요하지만 그럴 시간도 없이 표면적인 변모가 매우 안타까운 소식으로 전해진다.

유광식_열우물-parade_디지털 프린트_60×90cm_2012
유광식_열우물-parade_디지털 프린트_12×18cm_2011
유광식_열우물-parade_디지털 프린트_12×18cm_2012

처음 열우물은 조용한 동네로 보였으나 이후 속살은 시끄럽고 불안했다. 그럼에도 평온하고 싸한 느낌이 좋았던지 5년 전부터 자주 거닐게 되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모퉁이에서 느껴지는 야릇한 긴장, 따뜻한 볕은 유년 시절 내가 노닐던 장소 조건과 중첩 되었고, 그러면서 어쩌면 소소함, 하찮음 자체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강제적 소멸로 치닫고 있는게 아닌지에 우려도 컸다.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위태로움은 사방에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위태로움이 내게는 기록이 되었지만 말이다. 밥상 하나에 둘러 앉은 그 시간만큼이라도 지켜주고 싶은 심정으로 도시공간의 차분한 몽타주 작업은 그렇게 이어진다.

유광식+최기수_열우물-주민인터뷰_2010~11
유광식_열우물-face_디지털 프린트_14×21cm_2010

조용하지만 은밀히 불안한 이 지역은 늘 고개 너머 마을로, 구부러진 골목을 따라 내 기억의 '장소'가 되었다. 도시가스 시설이 들어오지 못한 불안한 지대 위에 그 많던 우물도 말랐고 배꽃 날리던 시절 얘기도 사치가 되어진 시점에 그래도 오롯히 삶의 정주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하나둘 체계적인 기록형식을 취하며 도시공간의 호흡과 상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파트 단지로 둘러 쌓이고 경사로의 위태로운 달동네이지만 우물이라는 생명의 통로를 이용해 삶을 이어온 우리네 이야기, 나의 성장과도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 기억이 사라짐은 안타까운 일이기에, 누군가는 말해 주어야 하기에 자꾸 살피며 사진에 담게 된다. 아직도 열우물 마을이라고 통용되는 걸 보면 시간이 메꾼 기억이 얼마나 강한 지층인지 알 것이다.

유광식_열우물-parade_디지털 프린트_60×90cm_2012

익숙함은 그만한 가치가 있지만 익숙하기에 되레 쉽게 지나치기 마련이다. 인천에 정주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열우물은 작지만 커다란 지역의 '정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지장물 조사가 한창이다. 토건의 힘이 곧 미치겠지만 그때까지라도 평온한 저녁을 챙길 수 있는 따뜻한 '장소'이길 바라는 맘이 크다. 우리의 세상 우리의 마을을 기록했고, 작가의 인천 아카이브 일환으로 산책은 다각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 유광식

Vol.20130707b | 유광식展 / YOOGWANGSIG / 兪光植 / photogr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