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성자(聖者)와 하얀 악마(惡魔)

김수철_신원재 2인展   2013_0705 ▶︎ 2013_0718 / 월요일 휴관

김수철_무제_변형패널에 흑연, 그을음, 돌가루_120×120cm_2010 신원재_Mr. 곰탱이_부분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3

초대일시 / 2013_0705_금요일_05:00pm

주최 / 쿤스트독 책임기획 / 김성호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쿤스트독 갤러리 KunstDoc Gallery 서울 종로구 창성동 122-9번지 Tel. +82.2.722.8897 www.kunstdoc.com

검은 성자와 하얀 악마 ● 예전에도 그랬듯이, 성자와 악마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서로의 대적자'의 자리에 거하면서 우리의 지혜를 흐리고 현혹한다. 성자는 칠흑의 어둠 속에서 버려진 것들과 함께 신음하면서 자신의 도(道)가 성취되지 못하는 현실에 한탄하는 이 시대의 주정뱅이로, 악마는 현자(賢者)의 옷을 뒤집어 쓴 채 자신의 음험한 욕망을 현실 속에서 만끽하는 이 시대의 지식인으로 현시된다. 모두 알고 있는 이러한 두 위계는 때로는 육화된 신성체와 같은 동일한 정체성으로 현현(顯現)하거나, 때로는 비루한 거리를 휩쓸고 다니는 비열한 시정잡배와 같은 쌍둥이의 모습으로 출현하기도 한다. 혹은 두 위계가 각자 다른 정체성으로 살아남아 서로를 섞으면서 연애하고, 결혼하며 분탕질치기도 한다. ● 오늘날 양자는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성자도 악마도 더 이상 아니다. 두 분은 혹은 두 놈은 같은 '분/놈들'일 따름이다. 누구 때문일까? 성자 때문인지 악마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결론은 두 '분/놈'이 결국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김수철_무제_변형패널에 흑연, 그음을, 돌가루_100×190cm_2010
김수철_무제_변형패널에 흑연, 그음을, 돌가루_122×122cm_2010
김수철_무제_변형패널에 흑연, 그음을, 돌가루_120×120cm×2_2010
김수철_무제_변형패널에 흑연, 그음을, 돌가루_56×360cm_2010

모두 알고 있는 이러한 양태는 이번 기획전에서 '검은 성자와 하얀 악마'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우리에게 환기된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김수철, 신원재는 각기 전자와 후자의 역할을 -기획자로부터 어떠한 설명도 없이 그저 전시명의 역할 분담 차원에서- 떠맡았지만 그것에 대한 해석은 순전히 이들의 몫이다. 구작을 포함해 신작을 선보이는 김수철은 원래 검은 그림을 그려왔던 탓에 형식적으로는 주제어를 비교적 쉽게 잠식하고 들어갈 수 있었던 반면, 신원재는 제시된 전시명을 조형적 언어로 수렴하기 위해서 완전히 '맨 땅에 헤딩'하는 입장에서 신작을 준비해야만 했다. 상황이 어땠든 양자 모두 불친절한 기획자와 별 상관없이 자신만의 전시 재해석을 지금까지 훌륭히 진행 중이다. 전자는 더 장엄한 모습으로 비루한 면모를, 후자는 더 귀여운 모습으로 음험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신원재_Mr. 곰탱이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3
신원재_Mr. 곰탱이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9
신원재_Mr. 곰탱이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3
신원재_Mr. 곰탱이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3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그동안 그노시스(Gnosis)라는 비물질적 주제를 배경으로 마티에르 가득한 저(低)부조 형식의 물질적 회화를 구축해온 김수철의 '연금술적 미학'과 더불어 '어른을 위한 동화'와 같은 향수적 내러티브를 장대한 '조각적 설치'의 언어로 스펙터클하게 구현해 온 신원재의 '피터팬증후군(Peter Pan Syndrome)의 미학'을 함께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그간의 작품 세계가, 성자와 악마로 은유되는 오늘날 현 상황을 어떻게 재해석함으로써, 구현될 지 자못 궁금하다. 해석의 자유를 무한정 부여받고 고민에 휩싸인 두 작가의 새로운 작품의 진면목을 눈을 뜨고 계속 기다린다. 오프닝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 김성호

Vol.20130708g | 검은 성자(聖者)와 하얀 악마(惡魔)-김수철_신원재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