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정원 The Mechanic Garden

김동호_김창겸_김태균_한진수展   2013_0717 ▶︎ 2013_0901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료 / 성인_1,000원 / 청소년, 초등생 무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은 관람 종료 30분까지 / 월요일 휴관

성북구립미술관 SEONGBUK MUSEUM OF ART 서울 성북구 성북로 134(성북동 246번지) Tel. +82.2.6925.5011 sma.sbculture.or.kr

과학 기술의 미학과 예술가의 사유思惟 ● 맥스 베리(Max Barry)의 장편 소설 『머신맨 Machine Man: 기계가 된 남자의 사랑』의 주인공 찰스 뉴먼은 과학적 탐구와 사유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공학자이다. '더 나은 미래 주식회사'에 근무하던 중 산재로 한 쪽 다리를 잃게 된 주인공은 갖은 연구 끝에 생체 다리보다 뛰어난 첨단 인공 다리를 스스로 만들어 장착한다. 그러나 그는 좀 더 완벽하고 효율적인 인체에 대한 열망과 집착을 멈추지 못한 채, 자신의 몸을 하나씩 인공 신체기관으로 교체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 나간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그가 개발한 인공 신체기관들의 실용화 문제를 고민하던 관리인은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문제는 이 사람은 예술가라는 거예요.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요...찰리에게 이 작업은 개인 프로젝트거든요. 지극히 개인적이죠. 그렇기 때문에 영감을 받기도 하는 거고요." (맥스 베리) 1. ●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이유Simone Weil(1909-1943)는 '과학의 진정한 정의는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연구'라고 지적하였다. 주인공 찰리는 과학을 통해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그에게 과학은 완벽함-미학적 혹은 기술적으로-을 창조할 수 있는 예술적 매개체이자,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세상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창(interface)이다. 예술가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과학적 기술과 재료, 도구 등을 통해 영감을 받으며, 개인의 지극히 내밀한 세계를 드러내거나 동시대의 상징적인 가치관과 세계관을 표현한다. 과학자와 예술가들 모두 창의적인 사고와 직관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구조와 인식 아래 인간의 삶을 확장해 나간다. ● 역사적으로 예술과 과학 기술은 각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밀접하게 연결되어 왔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은 수학을 이용한 선원근법을 통해 3차원 공간의 환영을 재현해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원근법과 해부학, 다양한 과학적 실험 등을 통해 미술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9세기 화학의 발전은 사진을 발명하게 했으며, 광학과 색채 이론의 발달은 인상주의를 나타나게 한 배경이 되었다. 근대에 이르러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초현실주의 미술을 탄생케 하였고,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에 표현된 시·공간의 해석 방법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연결된다. 또한 지질학, 천문학 등 물리적 세계를 탐구하는 자연과학은 20세기 미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제공했으며, 여전히 수많은 현대예술가들의 작품에서 새롭게 전이 또는 혼성되고 있다.

기계정원展_성북구립미술관_2013

이처럼 인류 문화사의 흐름과 함께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예술과 과학의 접속관계(connection)는 예술의 각 시대별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거나 전환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과학은 예술가들에게 인류의 문화 및 시·공간에 대한 다양한 사유 지점을 제공하며, 예술가들은 미학적 사유를 통해 시대의 이데올로기와 세계관을 읽어낸다. 또한, 그들은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시각을 바탕으로 인류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을 예술 작품으로 이끌어낸다. "예술가란 자연과학이건 인문학이건 관계없이 어떤 분야에서든, 그 시대에 자신의 행동과 새로운 기술이 갖는 함의를 파악해 내는 사람을 말한다. 그는 통합적인 정신의 소유자이다." (마셜 맥루언) 2. ● 2013 Summer Project『기계정원』展은 인류 문화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예술과 과학의 접속 관계를 바탕으로 과학, 첨단 기술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통해 창작을 시도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살펴보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이는 과학과 예술의 관계를 단순한 예술 기법과 같은 수단적 의미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제공하는 창작을 위한 '매개체'로서 그리고 예술과 과학이 혼용되는 탈경계 지점에 착안하여 그 미학적 의미를 고찰하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매체의 혼성적 형식이 반영된 현대미술의 조류와 광범위하게 확장되어 가고 있는 예술가의 인식구조와 사유(思惟) 과정이 반영된 작품을 통해 그들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보고자 한다.

김동호_무당벌레-블랙에디션_혼합재료, 하이브리드 오브제_각 4×5×5cm_2009
김동호_사슴벌레_혼합재료 및 하이브리드 오브제_각 3.5×5×5cm_2010

김동호는 하이테크(hightech: 고급기술, 첨단기술)를 예술에 접목시켜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개념을 확장한 다양한 작품을 보여준다. 유년 시절의 기억과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그의 작업은 산업폐기물과 같은 기계적 오브제와 전자 부품들의 재조합으로 탄생한 자연의 이미지들을 조각으로 형상화한다.「검정 무당벌레(Black editon)」시리즈는 칸트가 제시한 이상적인 미의 기준(실제 사물의 1.5배 크기)에 따라 실제 벌레의 1.5배 크기로 제작되었다. 이 시리즈는 백색 LED, PIR센서(인체 감지센서), 리튬폴리버 배터리, 저항과 콘덴서 등의 전자부품으로 이루어진 하이브리드(hybrid) 오브제 작품이다. 특히, PIR센서(인체 감지센서)는 관객의 움직임, 소리 등이 작품 근처(5cm – 5m)에서 감지되는 순간, 무당벌레에서 발산하는 빛과 몸체의 진동 모터에 의한 소리가 작동한다. 이는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상을 유도하는 인터렉티브 예술(interactive art)의 개념으로 관객의 일방적이고 시각적인 소통 방식을 촉각, 청각, 전신 감각 등의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김창겸_water shadow four season_영상설치_00:14:00_2006~7
김창겸_Garden-Journey#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64×96cm_2012

김창겸은 '이미지와 실제'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이미지의 합성과 편집이라는 기술적 프로세스를 통해 일련의 가상 현실을 창조해낸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가상 현실의 재현을 반복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나 실제를 의식하는 감각과 인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확장을 주지시킨다. 그의 비디오 설치 작업 「water shadow-the four seasons」는 합성과 편집에 의한 영상을 직접 제작한 오브제 위에 영상을 재투사하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폴리로 직접 떠낸 인공 돌확은 인공 잔디와 돌로 둘러싸여 마치 실제의 정원을 연상시키며, 이 때 오브제와 영상의 재합성으로 생성된 가상적 이미지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현실 상황(시뮬라르크)을 재현해낸다. 그의 최근 사진작업인 「Garden-Journey#1」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질적인 이미지나 모티브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인공의, 가상의 풍경을 재현한다. 그러나 이전 작업들이 작가의 내면과 기억 등과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모티브에 주안을 두었다면, 최근의 작업들은 작가가 인도를 여행하면서 세상과 소통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 타자와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작가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내면 깊숙한 곳에 침잠(沈潛)하고 있던 자아와 타인들이 함께 소통하며 공존할 수 있는 가상의 현실, 즉 현실 속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김태균_Bull_스테인리스 스틸_70×50×50cm_2010
김태균_deer_스테인리스 스틸_270×65×180cm_2012

김태균은 자연 과학이 발견한 '프랙탈(fractal)'구조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조합된 금속조각으로 자연의 생명체를 표현해낸다. 프랙탈은 단순한 구조가 전체 구조와 닮은 형태로 끊임없이 반복되며 이루어진 복잡하고 독특한 구조이다. 즉, 작은 구조의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과 반복에 의한 '순환성(recursiveness)'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계의 모습들(구름의 형태, 나뭇가지 모양, 동물혈관의 분포, 산맥 형태 등)은 모두 '유사'와 '반복'으로 이루어진 프랙탈이며, 이를 활용하여 자연 과학에서는 자연물의 형상을 수학적 대상으로 파악하고 표현한다. 작가는 이러한 자연 과학의 원리에 착안하여 '철저히 조각난 도형(fractal)'의 조합인 금속의 집합체에 새로운 미학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의 동물 시리즈 중 하나인「deer」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정확한 비율에 따라 확대·축소된 조각의 요소들이 작가의 치밀한 계산 아래 하나의 완결된 자연의 생명체로 재탄생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가가 대상을 단순한 수학적인 사고로 인식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을 미학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구체적 형상으로 가시화하는데 있다. 이처럼 작가는 과학의 이론을 통해 대상을 인식하고 이론적 방법론을 차용하였으나, 자연의 본질과 우주의 근본 질서에 대한 작가의 사유와 창의성을 통해 색다른 조형성을 선사한다.

한진수_red blossom-Pink voyage_혼합재료_300×200×500cm_2013
한진수_Sky generator_동, 유리, 에어펌프_160×40×40cm_2010

한진수의 작품은 키네틱 아트의 기계적 매커니즘(mechanism)을 활용한 기술과 작품의 혼합으로 이루어진 설치 미술이다. 그가 차가운 기계적 매커니즘의 이성적, 계산적인 방법론을 도입하여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과거 어린 시절의 노스텔지아(nostalgia)에 기인한 자신의 기억과 감성 코드이다.「red-blossom-pinky-voyage」는 세밀하게 설계된 톱니바퀴의 의해 일정한 속도와 시간에 맞춰 생성된 버블(bubble)이 허공을 향해 발사된다. 이 때 버블은 중력이나 주변 공기의 흐름에 따라 시작 경로를 이탈하여 전시장의 벽면이나 바닥에 우연한 버블 자국을 남긴다. 또한, 우연적으로 형성된 버블 자국들은 다시 하나의 회화 작품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철저하게 계산된 기계와 예측불확실성을 지닌 버블 회화가 만들어낸 설치공간은 인간과 기계, 지각과 재현 등의 상징적 의미가 교차하는 장소로서 작가가 의도한 긴장감과 나른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곳이다.「Nostalgic object project」의 일부인「Sky generator」와「wonderland flier」역시 유년 시절의 작가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작가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동심의 인과관계를 합리적이고도 감성적인 방법을 통해 지극히 절제된 시각 언어로 형상화한다. 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무한한 시간성에 대비되는 유한하고 불안정한 인간의 실존성에 대한 작가의 성찰 과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 이제 김동호, 김창겸, 김태균, 한진수 등 4명의 작가들과 함께 '기계정원'에서의 산책을 시작해보자. ■ 김경민

* 주석 1. 맥스 베리(2013),『머신맨-기계가 된 남자의 사랑』, 박혜원(역), 서울_레드박스, p. 243 2. 마셜 맥루언 Marshall Mcluhan(2002),『미디어의 이해』, 김성기_이한우(공역), 서울_(주)민은사, p.115

Vol.20130715e | 기계정원 The Mechanic Garde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