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TIMENTAL

김택기展 / KIMTAIKGI / 金宅基 / sculpture   2013_0717 ▶︎ 2013_0730

김택기_피아니스트_스테인리스 스틸, 담금질_320×450×25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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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2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천사의 목소리를 들어라예술과 상징 김택기 작가의 최근 작품들은 가느다란 강철 튜브로 만들어진 커다란 스케일의 조형물이다. 이 조형물은 어떤 '몸'을 표현하고 있는데, 몸을 가득 채우는 대신 독특하게도 그 내부가 텅 비어있으며 몸은 외부를 향해 개방적으로 열려있다. 감상자의 시선은 구성물질의 '불투명함'에 막혀서 부딪히는 대신 형상을 그대로 통과해서 작품의 주위를 둘러싼 세계 속으로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 작품의 구조는 조형물의 전체적인 형태를 구축하고, 형태는 물론 물질, 강철 튜브라는 재료로써 이루어진다. 김택기 작가 작품의 이러한 특징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독특함이 어떤 면에서는 작가가 만드는 조형 작품의 위상 그 자체의 일부로서 전환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 김택기 작가의 연주자(로봇태권V의 모습을 한 조형물)들은 다들 비슷해 보이지만 설치될 때 멤버의 위치가 변하기도 하고, 또 그들이 연주하고 있는 악기도 다양하게 변한다. 누군가는 트롬본을 불고, 다른 이는 피아노를, 또 누군가는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이 특별한 존재들이 익명의 누군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금속 튜브로 된 새로운 외관으로 태어난 그를 알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로봇태권V는 한국에서 예전에 영화와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애니메이션 속의 영웅이다. ● 당시 애니메이션의 성공에 힘입어 그는 어느새 상상 속 미래의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 추억의 텔레비전 속 영웅을 현대 미술에 등장하는 존재로 변환하면서, 김택기 작가는 일상의 오브제나 상황, 대중에게 유명한 스타, 친숙한 만화의 캐릭터나 상업 광고 등의 이미지를 예술작품에 이용하며 20세기에 등장한 수많은 팝아트 예술가들이 열어둔 길을 순순히 따른다. ● 그러나 그가 독도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태도 면에서 종래의 팝아트가 대상을 다루는 방식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그것이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넘어갔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이제 로봇태권V라는 이 친숙한 대중문화의 아이콘은 자신에게 주어진 장소에 당당하게 버티고 서서, 앞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에게 조용하지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상징으로 작용할 것이다.

김택기_노인_스테인리스 스틸, 담금질_32×17×16cm_2013_측면
김택기_노인_스테인리스 스틸, 담금질_32×17×16cm_2013_정면

만화 속의 태권V는 사실 선을 행하고 사람들을 보호하도록 '프로그램된' 로봇이다. 그 말인즉슨 사람에 의해 발명되고 만들어진, 사람에게 복종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로봇태권V라는 존재는 사람의 영향력과 통제를 넘어선 더 큰 존재가 되었다. 로봇태권V는 거대한 크기와 대적할 자 없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국민을 지키는 자주 방위 능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 이 로봇의 존재를 작품에 사용하면서 김택기 작가는 그것을 폭력의 코드로 다루지 않는다. 반대로 작가는 그런 이미지들을 완화하여 부드럽게 표현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는 이 영웅이 모든 한국인의 기억 속에서 새로운 관점의,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상징으로 자리 잡도록 이끈다. ● 문제는 여전히 모두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그 당당한 위상을 전혀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의도한 바대로 그 이미지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에 있다. 그래서 김택기 작가는 로봇태권V의 몸체, 외양을 포함한 그 형태의 각지고 모난 부분을 심플하고 부드럽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의 태권V는 이제부터 자신이 해야 할 상징적 역할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기계 몸체의 속을 비워낸 것 같은 형태표현은 이 로봇의 형태를 하나의 예술적인 조형물로 여기고 감상하게 하는 효과를 준다. 또한 산뜻한 색조의 크롬강 튜브로 이루어진 이 조형물은 속이 비어있는 탓에 감상자의 시선에 답답하게 맞서서 부딪히지 않는 시원한 부드러움, 온화한 느낌이 강조되는 효과를 얻는다. ● 이것은 기억과 심리투영 사이의 관계에 새로운 문을 열어주었다. 사실 로봇태권V를 보고 단지 즉각적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이 상징적 존재의 총제적인 면모를 차분히 발견해내지 못한다. 그를 표현하는 이 속이 빈 아름다운 구조물은 곧 모든 한국인의 정신에 자리매김한 기존 로봇태권V의 이미지와 현재의 조형 작품의 이미지 사이, 무적의 '힘'과 상대적인 '부드러움' 사이의 내적 긴장감의 원천이다. 그리고 어쩌면 김택기 작가의 목표가 바로 여기에 있을 지도 모른다. 예술가는 이러한 상징을 통하여 각 개인을 진지한 성찰로 이끌어 그 시절의 아픈 역사와 생생한 상처를 또 다른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고, 그리하여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갖도록 유도하고자 한다.

김택기_콘트라베이스 연주자 2_스테인리스 스틸, 우레탄 도료_225×95×95cm_2012

이처럼 예술은 세계에 대해 무기나 기계로써가 아닌 상징적 차원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그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음을 공고히 했다. 그것은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한 차원 높은 상징으로 변환할 길을 열어준, 폭력적 힘과 아름다운 음악의 힘의 차이와도 같다. 그의 설치물은 모든 한국인을 위한 변화된 상징의 표상이 될 것이다. 과거 로봇태권V의 이미지는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을 테지만, 이제 그 상징은 오늘날 일본과의 관계라는 불편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한 한국인들의 사고방식 속에 더욱 강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 독도와 울릉도. 알다시피 이 두 개의 섬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The East Sea)에 있다. 여기서 김택기 작가의 로봇태권V는 바다건너 일본을 마주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주는 것은 배타적이고 위협적인 메시지가 아니다. 반대로 그는 오히려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옛 추억 속에서 무적의 힘으로 적을 무찌르던 강력한 힘을 가진 그가 트롬본을 연주하며 보내고 있는 이 평화의 메시지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새롭고 강렬하다. 기억속의 이 로봇은 우리를 돕기 위해 늘 가까이에 있는 친구일 뿐 아니라 각각의 한국인의 또 다른 모습이며, 그렇게 한국 민족 전체의 상징이 된다. ● 김택기 작가는 그의 프로젝트가 받아들여지도록 하기 위해 온 마음을 바쳐 정열적으로 싸워나가야만 했고, 이 젊은 아티스트는 몇 달의 고된 작업 끝에 결국 그것을 해낼 수 있었다.

김택기_지휘자_스테인리스 스틸_250×110×110cm_2012

음악과 희망 ● 상징의 힘은 두 가지 의미로 작용하는 능력에 있다. 김택기 작가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만약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모두의 인식을 새롭게 바꾸는 힘을 통해서이다. 그는 대중문화의 영웅을 두 국가 간의 관계를 개선할 엠블럼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작가는 그것이 이 쪽이나 저 쪽에 각각 따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양쪽에 함께 작용하는 강렬한 상징으로 기능하기를 원한다. 만약 가능하다면, 이제 각각의 민족, 각각의 남자, 여자가 모두 이 천상의 음악 속에서 서로를 연결시키는 살아있는 존재가 된다. ● 그리고 그 음악. 그 음악은 우리 내부에서 울려 나오는 천사의 목소리이다. 우리의 출신이 어느 국가든 간에, 각자의 상황이 어떠하든지 간에, 각자 믿는 종교가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이 절실하게 울려 나오는 존재 내부의 노래인 것이다. ● 쉴 틈 없이 열심히 작업하면서 김택기 작가는 이 상징을 충분히 효과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독도에 설치할 태권V를 준비하며 그는 한국의 역사에 기록된 고통스러운 기억의 문을 열어야만 했다. 고통을 되살아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 이 상처를 극복할 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이다. ■ 장-루이 쁘와트방(Jean-Louis Poitevin)

김택기_외출-키스_스테인리스 스틸, 우레탄도료_41×50×17cm_2012

작가는 인간에 대한 철학적 고민들과 물성의 에너지, 그리고 비움에 관한 연구의 연장선에서 로봇 태권V를 모티브로 음악과 결부시켜 작업을 해왔다. 2012년에만 4번의 개인전시회를 통해 작품을 발표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2013년 광복절 독도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행사 허가와 후원, 작품 제작 등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문화컨텐츠 개념으로 독도에 대한 사랑과 작품을 통해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된 의미 있는 행위는 뜻하지 않은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대한민국의 로봇태권V가 일본의 마징가Z의 표절이라는, 정치적으로 뭔가 이용하려고 급조된 이벤트 행사라는 내용이다. 이런 논란이 생겨난 것에 대해 작가와 함께 준비하던 많은 사람들은, 이 또한 대한민국의 문화이고 좀 더 세밀하게 국민들에게 다가서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울러 이런 현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도움을 주셨던 후원사 및 공기관에게 어떠한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기본 방침아래 이번 독도 프로젝트는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결론적으로 이번 전시는 작가가 그 동안 해오던 로봇태권V 작품 시리즈와 또 다른 작품들을 공개하고자 한다. 문화적 영향이 무엇인지… 문화 컨텐츠가 무엇인지… 랜드마크의 개념이 무엇인지…. 작은 공간에서 다 보여질 수 없겠으나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해 봅니다. ■ 김택기

Vol.20130717h | 김택기展 / KIMTAIKGI / 金宅基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