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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양展 / LEEJEEYANG / 李智陽 / photography.video.installation   2013_0717 ▶︎ 2013_0828 / 일,공휴일,7월27일~8월4일 휴관

이지양_Untitled_#05_라이트젯 프린트_100.7×76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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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3 안국약품 ㈜갤러리AG 신진작가공모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7월27일~8월4일 휴관

갤러리 AG GALLERY AG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993-75번지 안국약품 1층 Tel. +82.2.3289.4399 www.galleryag.co.kr

이지양의 '중력시리즈'에 대하여내가 생각하는 현실은 항상 모순되어 있고,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태도는 작업을 통해 나타난다. (작업노트) 누구나 현실을 살면서 많은 일들을 당면하고,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주어진 일들에 순응하면서 살기도 하고 저항하면서 살기도 한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대적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고, 저녁나절 산책처럼 사소한 의미를 지닌 선택과 그에 따른 행위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모든 사건들이 우리에게 주어질 때 이를 일컬어 '의미'라고 한다. 이는 개별자가 현실과 맺는 관계를 설명하는데, 대부분의 개인들은 자신들에게 발생하는 의미에 대해 수동적이며 의구심 또한 부족하다. 그들은 현실에 대해,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현실과 환경, 즉 세계에 대해 의구심이 많은 개인은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능동적인 태도를 취한다. 생각하는 자아로서 '나'의 반성을 통해 세계를 규정하거나 가설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정의 내린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객관성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개념적이기 때문에 현실의 생생함이 부족하다. 이와 달리 끊임없이 내 앞에 나타나고 나를 둘러싼 현실의 애매함 자체를 드러내기 위해 구체적인 표현의 방식을 선택하는 자들이 있다. 우리는 그러한 개인을 예술가라고 말한다. 그들은 일반인과 달리, 그리고 개념놀이를 하는 철학자나 실험을 일삼는 과학자와 달리, 모호한 현실과 관계 맺는 자신의 의미를 표현을 통해 구체화한다.

이지양_Untitled_#03_라이트젯 프린트_73×56.18cm_2013

이지양은 사회적으로 체계화되고 제도화된 현실을 신뢰하지 않는 예술가이다. 그녀는 예민한 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현실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중적이고 모순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잘 느낀다. 그래서 확신을 주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갖고서 개인이 현실과 맺고 있는 사태 자체로 들어가고자 예술을 선택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그녀의 '중력시리즈'는 이러한 점에서 현상학적 태도에 입각해서 볼 수 있다. 그녀가 의심하고 부정하는 세계는 이성에 의해 구조화된 세계이다. 그녀는 현실자체는 그대로인데 하나로 규정하려 하기 때문에 자꾸만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 마련된 규정으로서 의식에 주어진 것들을 잠시 유보시키기 위해 유니폼을 입은 똑바로 선 '자'를 가져와서 괄호를 치듯이 거꾸로 매단다. 그럴 경우, 그 '자'가 유니폼이 아닌 자신의 고유한 힘을 통해 외부적인 힘(중력)을 견디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사회화 이전에 발휘되고 있는 근원적인 힘의 관계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렇게 그녀의 중력시리즈는 의미가 발생하는 세계와 개인의 서로 맞물려있는 관계로서 '힘'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지양_Untitled_#04_라이트젯 프린트_60×48cm_2013

이번 전시는 인물사진으로 구성된다. 사진은 단색조 배경에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인물의 평범한 증명사진 같다. 그러나 표정은 일그러져서 눈을 마주치기에 불편하다. 마치 불안감과 고통을 참고 있는 포획 되어진 자의 인상처럼 느껴진다. 다시 말해 견뎌내고 있는 '자'의 표정이다. 사진은 거꾸로 매달린 자의 거꾸로 된 사진으로, 이러한 인위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진공상태의 순간이거나, 무거운 공을 매단 스프링의 정지된 순간과도 같은, 그런 긴장이 극에 달한 순간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우선 그녀의 일련의 작업에 내재된 여러 의미를 파악하기에 앞서 인물을 촬영한 사진이라는 측면에서 인물사진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시기획자이자 비평가인 수잔브라이트(Susan Bright)는 자신의 저서 『예술사진의 현재(Art Photography Now)』 에서 "인물사진은 모호함과 불확실함을 드러내는 아마도 예술적인 행위의 가장 복잡한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인물사진은 예술성을 성취한 사진으로서 사진기에 포착된 인물은 하나의 인물로서 명료하지만, 그 명료성이란, 한편으로 그가 처한 모든 관계와 경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불확실하다. 다른 한편으로,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은 관람자에 따라 의미가 변하기 때문에 사진으로 찍혀진 이상 사진 내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측면에서 모호하다. 그러나 인물사진의 이러한 모호함과 불확실함은 교감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힘을 발휘한다. 오히려 명려함을 더욱 명료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지양이 현실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자 태도를 표현하는 매체로서 인물사진을 선택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이지양_Untitled_#07_라이트젯 프린트_152.8×115.2cm_2013

다음으로 그녀의 인물사진에 대해 현상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 그녀는 "사물들 간의 관계, 그리고 힘의 작용, 충돌, 분열, 사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관심을 가진다"고 말한다. 이러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보이는 것을 보이게 하는 요소들이다. 다시 말해 항상 보이는 것과 함께 존재한다. 일반인들은 세계를 지성주의나 과학과 마찬가지로 우리와 분리되어 있는 대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세계가 대상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보이는 것들이 항상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에 대한 자신의 의구심을 지성에 입각한 반성의 방법이 아닌, 좀 더 직접적인 방법인 현상학적인 방법으로서 인물을 거꾸로 매달고 그와 세계가 직접적으로 관계 맺고 있는 중력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세계와 관계 맺고 있는 주체로서 '몸'을 전면에 내세운 현상학자의 실험과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프랑스 현상학자인 메를로퐁티(M. Merleau-Ponty)는 세상이 180도 거꾸로 보이는 안경을 갖고서 세계와 구체적으로 관계 맺고 있는 '몸'에 대한 실험을 한다. 처음에는 거꾸로 보이다가 둘째 날은 몸이 물구나무 선 것처럼 느끼고, 셋째 날에서 일곱째 날을 거치면서 세상이 다시 똑바로 보이게 되는 데, 그 다음 안경을 벗으면 세상이 오히려 거꾸로 보이게 된다고 한다. 물론 실험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도출된 결과는 세계와 몸이 결합되어 있는 실제의 관계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지양_Untitled_#08_라이트젯 프린트_152.8×115.2cm_2013

사진작가인 샘테일러우드(Sam Taylor-Wood)의 "Self-Portrait Suspended"(2004)처럼 중력을 다루는 사진은 간간히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자유로운 몸짓, 그리고 공간으로부터 오는 텅빈 것의 쾌감을 성취하기 위해 중력을 선택했다면 이지양의 인물사진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인해 전달되는 심리적인 압박과 버티기로 인한 고통, 불안을 드러내기 위해 중력을 선택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힘의 작용은 사회적인 문제라기 보다 몸적인 문제에서 접근해야 한다. 몸은 메를로퐁티의 실험에서 확인되듯이 세계를 구조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입각해서 그녀의 사진을 보게 되면, 그녀는 자신이 사진으로 포착한 유니폼을 입은 '자'들에게 사회와 제도에 순응하면서 겪는 무게를 가벼이 하길 바라고 자신에게 더 집중하길 요구하기 위해 실증적인 방법으로 중력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예술가로서 그 순간을 포착하여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지양_Untitled_#12_라이트젯 프린트_152.8×115.2cm_2013

예술가는 자신의 동기에 충실하고 이를 표현하는 자이기 때문에 항상 적합한 양식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녀의 '중력시리즈'는 현실을 직면하는 예술가의 태도에서 비롯된 삶의 무게와 부담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으로 볼 수도 있고, 무겁고 짐진 자들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 치유를 위한 노력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녀는 더 나아가 인물사진으로서의 불확실함과 모호함을 유지하면서 중력을 통해 '우리가 살아내는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사진으로서의 예술적 가치와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하는 표현의 가치라는 두 가지의 가치를 성취했다고 할 수 있다. ■ 박순영

Vol.20130718h | 이지양展 / LEEJEEYANG / 李智陽 / photography.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