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를 품다-해주

2013_0719 ▶︎ 2013_0824 / 일,월요일 휴관

장소를 품다-해주展_스페이스몸미술관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스페이스몸미술관 SPACEMOM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1411번지 제1전시장 Tel. +82.43.236.6622 www.spacemom.org

장소는 존재와 직결되어 있는 점유의 공간이다. '있다'는 것은 장소를 전제하며, 산다는 것은 결국 장소와 관계를 맺으며 서로 닮아 가는 것이다. 사람과 환경이 상호 교류하고 변화하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삶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은 경험이 투영되고 특정 의미가 부여된 장소의 정체성, 즉 장소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장소를 품다-해주』展은 풍토와 기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해주항아리를 통해 그 미감을 살펴보고자 한다.

장소를 품다-해주展_스페이스몸미술관_2013

해주항아리는 조선의 분원이 폐지된 19세기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황해도 해주일대의 민간 가마에서 생산되어 유통이 된 청화백자이다. 해주에서는 좋은 품질의 백토 등의 풍부한 자원과 해상교통이 발달하여 옛 부터 중국과 교역도 잦아 도자기 생산이 활발했다. 푸른색의 안료로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기질을 품고 있는 해주항아리는 옹기의 기형을 많이 따르고 있다. 이는 실용의 목적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어깨가 불룩하고 키가 큰 항아리, 옆으로 퍼진 둥근 항아리, 작은 단지, 바닥이 넓은 병은 곡식, 열매, 건어물, 술 등을 담기에 유용하다. 백자의 표면에 코발트의 청색으로 그림이 그려진 해주항아리의 장식성은 다른 옹기들에 비해 값이 비쌌음에도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대청마루나 방안에 놓아져 당시 상류층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해주항아리_높이 43cm_19세기

백자로 만든 기형 위에 그려진 푸른색의 문양들은 모란, 물고기, 국화, 파초, 소나무 등이 나오는데, 부귀와 다산, 장생을 염원하는 상징적 문양이 그려졌다. 사물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개략적이고 단순화된 형태로 거리낌 없이 그린 표현은 당당하고 호쾌하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했던 북방계의 진취적이고 강렬한 기질이 드러나는 동시에 대중적 특징으로 느껴진다. 또한 새롭게 보이는 면은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앞면과 뒷면의 연관성 없는 이미지가 반전의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삶의 한 공간에서 장식성을 갖춘 해주항아리는 때에 따라 앞면과 뒷면의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며 전복적 환기를 일으킨다. 실용적이면서 향유적 취향을 그대로 갖고 있는 해주항아리를 통해 그들의 미적 관습이나 풍류를 짐작할 수 있다.

위◁ 해주항아리_높이 36.5cm_19세기 / 가운데△ 해주항아리_높이 45.5cm_19세기 위▷ 해주항아리_높이 35cm_19세기 / 아래◁ 해주항아리_높이 27cm_19세기 가운데▽ 해주항아리_높이 22.5cm_19세기 / 아래▷ 해주항아리_높이 18cm_19세기

표면에 그려져 있는 무늬를 살펴보면 붓이 지나간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금방 튀어오를 것 같은 물고기나 생생한 소나무의 이미지들도 많지만 간단한 선만으로 그려진 것도 상당하다. 과감한 붓 터치로 풍만한 꽃잎을 재현하는가하면, 아래에서 위로 쭉쭉 올린 선들은 격식에 맞추지 않은 듯 난을 형상화하고, 형상을 갖지 않은 가는 선들은 유선형의 포물선을 그리며 자유롭게 병의 기면을 타고 마치 추상적으로 보이게 한다. 용감하게 보일 정도로 일필휘지의 호방한 필치와 천진하게 그려낸 부분들은 현대적 미감으로도 충분하며 기운과 기세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것은 장인(匠人)의 생활과 작풍(作風)이 자연스럽고 순수한데에 기인하며, 작위적(作爲的)인 것에 접근시키지 않았다.

해주항아리_높이 70cm_19세기
장소를 품다-해주展_스페이스몸미술관_2013
해주항아리_높이 28cm, 22.5cm, 9.5cm, 21.5cm_19세기

스페이스몸미술관은 전통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 전시도 그런 연결선상의 하나로 해주항아리를 통해 우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에는 장소가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이다. 우리의 끊임없는 경제 성장과 물질적인 번영은 시, 공간을 초월하며 공간을 추상화시키고 장소가 더 이상 의미 없는 공간으로 전락되게 하여 일률적이고 획일화된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지역성이라는 것은 점점 세계화가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개별적 아름다움은 약해져갈 것이고 문화적 열등감만이 지배하게 된다. 지역과 장소가 몰개성적인 상태가 되는 현대에 지역성의 의미를 살펴보고 그러한 현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 갖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해주항아리의 미감을 살펴보며, 기질적 특성을 확인하고 미적 경험의 확대도 가능해질 것이다. ■ 스페이스몸미술관

Vol.20130721h | 장소를 품다-해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