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의 드로잉 Drawings of Twelve Months

이혜진展 / LEEHYEJEAN / 李惠眞 / drawing   2013_0724 ▶︎ 2013_0730

이혜진_구름이 흐르는 마을 1_한지에 연필, 먹_40×162cm_2013

초대일시 / 2013_0724_수요일_06:00pm

갤러리 도스 드로잉 기획공모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드로잉(Drawing): Moving, Drawing and Moving ● 갤러리 도스에서는 '드로잉(Drawing): Moving, Drawing and Moving'을 주제로 2013년 하반기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주연, 최은혜, 이혜진, 김은송, 임영주 5명의 신진작가가 연이어 개인전을 펼치게 된다. 드로잉(Drawing)은 모든 작업의 기초이며 작가 안에 놓여 있던 이성과 논리, 감정이 시각적으로 형상화 되는 가장 첫 번째 단계이다. 전통적인 회화에서의 드로잉은 단색의 선으로 대상을 표현하는 것으로, 작품의 밑그림이나 준비단계로서의 의미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예술의 매체는 오브제, 공간, 개념, 시간, 빛 등으로 그 영역이 확장되었고, 드로잉 역시 예술의 독립된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아 점점 그 개념을 넓혀가고 있다. ● 전시부제에서 사용된 'Moving'이란 단어에는 드로잉의 행위가 묻어나기도 하지만 이는 단순히 움직임만을 의미하려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의 움직임을 통해 무에서 유가 생성되고, 그로 인해 현재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작가 스스로가 새로움을 향해 움직이는 것일 수도 있고, 전시를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여보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드로잉이 가진 개념자체를 움직이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전시는 나를, 너를 그리고 예술을 움직여보려는 작은 시도에서 시작된다. 각 작가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낸 드로잉의 움직임을 통해 현대적 의미의 드로잉이 보여주는 탈 경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갤러리 도스

이혜진_열두 달의 드로잉 6-1_한지에 연필, 먹_22×44cm_2012

시간의 흐름 속, 추억을 공유하다. ●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면 그 풍경이란 마치 정지된 시간 속에 멈춰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구름은 조금씩 천천히 또는 빠르게 움직여 끊임없이 모습을 바꾼다. 우리는 매일 매일 비슷하지만 다른 하늘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무심코 일상의 풍경으로 흘려보낸다. 바쁜 하루에 쫓겨 별 것 아닌 일상의 사소한 변화에는 특별한 감흥은 느끼지 못한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하늘 위 구름의 변화라든가 가로수 나뭇잎의 색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느끼는 것은 일상의 사치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혜진은 익숙하기 때문에 눈치 채지 못하는 주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예민한 반응이 감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느껴지는 변화를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그녀는 하늘의 움직임에 따라 매 순간 모습을 달리하는 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의 흔적을 찾는다.

이혜진_열두 달의 드로잉 8-1_한지에 연필, 먹_22×44cm_2012

이혜진의 드로잉 주제는 시간의 흐름과 그 순간의 기억이다. 작가는 영국 생활 1년의 기억을 드로잉으로 풀어낸다. 예술가와 같은 예민한 직업의 사람 역시 익숙함은 곧 감성적인 관성에 젖게 한다. 익숙하다는 것은 편하지만 더 이상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며, 익숙한 풍경은 일상이 되어 마치 공기처럼 삶에 자리 잡는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할 것 없는 소재인 일상의 풍경은 매력적인 작업의 소재는 아니다. 그러나 이혜진의 유학 생활은 평범했던 일상을 낯선 일상으로 마주하게 하였다. 그것이 그녀의 감각을 예민하게 하였고 시각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놓치기 쉬운 주변의 작은 흐름의 변화와 순간순간에 느꼈던 감정의 기억을 그림으로 담아낸다. 여기에는 시각적인 풍경에만 머무르지 않고 소리 , 향기, 촉감 등의 총체적인 감각을 투영하여 나타낸다. 연필과 수묵이라는 다른 듯 닮은 두 재료는 묘하게 섞여 차분한 어조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이혜진_구름이 흐르는 마을 3, 4_한지에 연필, 먹_73×35cm_2013

익숙하여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자연의 작은 산물들은 이혜진의 색 다른 시각과 감각에 의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는다. 그녀 작품에 등장하는 작은 씨앗, 솔방울, 도토리, 열매 등은 작가의 감각을 투영하는 매개체이다. 작가는 바람과 구름이 흐르고 비가 내리기를 반복하는 하늘 아래에서 이 존재들이 날아가고 흘러가기를 반복하며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것들과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 이 사이에는 다른 시간을 살아왔지만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기억을 나누는 순간이 존재한다. 이혜진의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우리 역시 이 공유의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것을 드로잉 한다는 것은 사물의 동세만을 쫓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움직이는 시간과 그 과정, 그 속에 담겨있는 기억과 추억까지 담으려 한다. 그림 속 등장하는 작은 집들은 매 순간 기억을 새기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간과 기억이 축척된 공간을 상징한다. 집이라는 매개체가 주는 안정된, 포근한 느낌은 그녀 작품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자연을 대하는 따스한 감성과도 어울린다.

이혜진_구름이 흐르는 마을 5, 6_한지에 연필, 먹_73×35cm_2013

이혜진은 일상의 소재들과 평범한 재료를 통하여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을 보여준다. 길을 걸으며 무심코 보아온 존재들을 전시장에서 다시 만나며 일상의 작은 것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한다. 또한 흔하게만 생각했던 주변의 자연 환경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 저마다의 기억과 추억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음에, 잊고 있었던 작은 기억들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을 감상하며 떠오른 추억들은 작품 속 작가의 기억과 공유되며 그녀의 감성과 교감한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삶이 무료한 것은 나와 함께 살아가는 많은 것들이 내는 소리와 그들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해서 일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눈치 채지 못한 익숙한 일상 속 숨어있는 많은 특별함에 대해 조금씩 깨달아 가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 신지혜

Vol.20130724b | 이혜진展 / LEEHYEJEAN / 李惠眞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