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하던 것들

김재형展 / KIMJAEHYEONG / 金宰亨 / sculpture   2013_0730 ▶︎ 2013_0820

김재형_invisible works-망치_우레탄에 채색, 인모_13×28×4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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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산토리니 서울 신진작가 지원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산토리니 서울 SANTORINI SEOUL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7-1번지 서교프라자 B2 Tel. +82.2.322.8182 www.santoriniseoul.com

오랜 기간 길들여진 공구일수록 새것과 자못 다르게 느껴져 의아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공구를 어색하게 다루다 수족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사용연한이 다 되어 폐기처분해야 할 때가 이르면 수명을 다한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마치 주검과 같이 느껴지는 그것을 바라보며 과거 사용할 때 기억이 떠오르면, 그것은 유일무이하고 아련한 무언가가 된다.

김재형_invisible works-카메라_실리콘_13×17×10cm_2008
김재형_invisible works-신발들_우레탄에 채색_91×28×9cm_2008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까. 물건은 곁에 두고 자주 사용하면 각자의 개성, 습관에 따라 동화되어 독자적인 사물로 변화하는 듯하다. 나는 그것을 개인의 정체성이 사물로 이입된다고 가정하였다. 사람들이 어떠한 사물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소유물로 인식할 때 정서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다. 소유물을 사용하는 동안 생겨나는 작은 상처와 같은 흔적들, 사용에 용이하게 형태를 바꿔가는 행위 등을 소유물에 본인의 정체성이나 개성을 이입시켜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소유물을 사용하는 시간이 사물에게 흡수되는 것이다. 또한 그 소유물을 사용할 때의 감정과 촉각적 경험이 나의 몸으로도 기억된다. 사용의 경험이 나와 소유물 사이에 점점 누적될수록 친밀하고 확실한 정서가 점점 견고해지면서 소유물은 마치 나 자신의 신체가 확장된 것 같은 친숙한 느낌으로 기억되게 된다.

김재형_invisible works-헤드폰_우레탄에 채색_15×14×7cm_2013
김재형_invisible works-작업대_우레탄에 채색, 나무, 철_55×85×26cm_2009

나의 작업은 생활에서 접하는 물건에 촉각적인 기억을 대입시키는데서 시작된다. 선택하는 사물은 카메라, 소파, tv, 이불, 드릴 등으로 본인과 오랜 시간 접촉하는 것들이다. 나는 그것들을 사용하며 느끼는 아련한 감정과 촉감들을 떠올려서 사물에 투영시키고자 시도하였다. 연작은 망치, 가위, 전동공구, 이불, TV 등과 같이 눈과 손에 닿는 일상용품을 마치 피와 살을 가진 아련한 늙은 육체처럼 재현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용될 때의 신체의 움직임이 부분적으로 결합된다. 특정사물을 사용할 때 움직임을 경험하고 나서 몸속에 자리 잡게 되는 감각들과 대상을 대하는 몸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변화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범위를 확장시켜 나간다. 접촉의 방식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이 사물에 전이 된다고 가정한 것이다. 이 때 사물에 내재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는 아마도 생체적인 생생한 피부의 질감을 띌 것이라고 상상을 하였다. 또한 오랜 시간 접촉함에 따라 사용자와 같이 늙어간다는 가정에 따라 노인의 피부질감을 본떠 사물을 주름진 피부형태로 재현하였다.

김재형_invisible works-의자 tv이불_우레탄에 채색, 이불_70×82×89cm_2009~11
김재형_invisible works-tv이불_우레탄에 채색, 이불_70×82×89cm_2010

주변을 둘러싼 환경과 사물들에게 반응하며, 그에 따른 접촉의 경험이 쌓일수록 나는 내 몸 안에 그것들에 대한 이미지들이 살짝 변형되며 자리 잡음을 느낀다. 주변을 둘러싼 세계를 처음 대할 때 명확히 알지 못하여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차츰 경험의 시간이 지날수록 친근하게 대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 세계에 대해 애착을 가지게 되고 점점 나 자신을 투영한다. 그 세계와 나 사이에 간극이 없어지면 그 관계는 전이된 자아로 인해 합일되며 거부반응도 없어진다. 그러나 그 관계가 언젠가는 소멸해버릴 것이라는 분명한 사실이 머릿속을 순간 스쳐갈 때면 아득함을 느낀다. 다시 한 번 그 세계를 바라보면 이제는 아련함이 밀려온다. 사용연한이 다 되어가는 사물들은 내 몸속에 아련한 심상으로 남아있다. 일련의 작업과정은 나에게는 심상과 사물의 관계가 만나서 합일되는, 재탄생의 두 번째 경험으로 매번 다가왔다. 익숙하다 못해 확장된 몸의 일부와 같이 느껴지는 사물들은 나의 심상에는 오랫동안 함께해왔고 노인이 된 부모의 피부처럼 남아있다. 그 심상은 작업으로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사물의 형태와 결합하여 또다시 유일무이한 무언가가 된다. ■ 김재형

Vol.20130730c | 김재형展 / KIMJAEHYEONG / 金宰亨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