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과 양

김구림展 / KIMKULIM / 金丘林 / painting.mixed media   2013_0901 ▶ 2013_0930 / 일요일 휴관

김구림_여성 모델의 몸에 '바디페인팅'을 하는 김구림 화백_196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0921f | 김구림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p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데이트 GALLERY DATE 부산 해운대구 중동 1124-2번지 팔레드시즈 2층 27 Tel. +82.51.758.9845 blog.naver.com/gallerydate

유목적 정신 혹은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의 구현-김구림 근작전에 부쳐 ● 김구림은 한국현대미술사에 있어 가장 전위적 아이콘 중 하나이다. 그는 초기 앵포르멜과 서정적 추상에서 출발하여 대지예술, 퍼포먼스, 판화, 설치미술과 영상매체 작업 등 60년대의 왕성한 양식과 매체 실험기를 거친 뒤 70년대 개념적 회화와 입체작업으로 대표되는 장르융합적 세계를 구축하면서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주자로서의 명성을 얻는다. 그러나 이에 안주하지 않고 80년대 중반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작품수업을 떠난다. 그리고 현지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종래 자신의 작업세계를 부정함을 물론, 그 지경을 넓히기 위해 자신과의 고투에 몰입한다. 그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대정신과 감수성을 찾아 끊임없이 자신의 부정에 몰두하는 해체적 사유와 유목적(遊牧的) 정신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김구림_음양 4-S,65_혼합재료_27×19cm_2004
김구림_음양 8-S,23_디지털 프린트,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116.7cm_2008

김구림은 제도적 미술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예술가로서 이러한 그의 환경이 그를 더욱 자유롭고 실험성 강한 작가로 살아남게 한 요인인지도 모른다.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반에 이르는 한국미술의 가장 왕성한 실험기에 그 활동의 중심에 서있던 이단아 김구림이 다양한 매체와 형식의 실험을 통해 추구코자 하였던 문제들은 다분히 그의 존재론적 관심에서 출발한다. 소위 서구의 모더니즘 양식의 본질문제에 모두가 몰두하던 70년대 중반의 한국화단의 주류적 흐름이었던 존재와 사물에 대한 인식의 구현이라는 대명제가 그에게도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독자성은 가시적, 물질적, 현존적인 개념으로서의 존재론으로부터 늘 벗어나 있다. 즉 존재란 시간과 공간적 여건에 따라 변모하는 비가시적, 유동적, 정신적 속성을 가진 것으로 존재와 생성, 현존과 부재 사이를 교차하는 비규정적 속성이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사물관과 존재론이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다양한 매체실험과 양식의 근원인 것이다.

김구림_음양 8-S,21_디지털 프린트,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116.7cm_2008
김구림_음양 8-S,113_혼합재료_30×23cm_2008

이러한 그의 의식은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음양(陰陽)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서로 상반되는 속성들의 충돌을 통해 존재의 양면성을 극단화시키고 있다. 피상적으로 보면 이러한 특질 때문에 그의 작품이 애매모호하게 보이지만, 김구림은 이질적인 존재들의 극단적 상충을 통한 불확실성으로부터 제3의 가능성에 대한 희구와 예술의 본질을 궁구하는 것이다. 근작은 이 음양의 문제들을 다룸에 있어 8-90년대의 그것에 비해 형식과 내용에 있어 보다 자유로움을 획득하고 있다. 과거의 작품에서는 이질적 속성의 화면을 대비시키며 음과 양을 이분법적인 요소로 이해하고 있지만, 근작들에서는 음양은 동체이나 상황에 따라 양상을 달리하는 속성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퇴계 이황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극복하여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의 사유를 정립한 율곡 이이의 태도와 비견된다. 이와 기는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임이 그것이다. 그의 근작에서 보여주고 있는 화면은 오브제와 이미지들이 자유롭게 혼재되고 있기도 하고, 자유롭고 힘찬 붓질로 강한 에너지를 표출하고 있다. 그는 현대적 에너지와 열정을 빈번하게 성적 에너지로 상징화함으로써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혼재된 현대의 일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정주(定住)하기를 거부하며 넘치는 에너지로 부단히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나는 그의 유목적 세계를 새롭게 경험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김찬동

Vol.20130916c | 김구림展 / KIMKULIM / 金丘林 / painting.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