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잠 : 멈추지 않는 생각 The sleep of whales : The continuing thoughts

백병기展 / BAEKBYUNGKI / 白丙基 / installation   2013_1002 ▶︎ 2013_1007

백병기_고래의 잠_가변설치_혼합재료_2013

초대일시 / 2013_100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코사스페이스 KOSA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37번지 B1 Tel. +82.2.720.9101 www.kosa08.com

열광과 탐닉이 맹렬히 소용돌이치는 이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삶과 죽음의 근원, 실존하는 것의 본성을 알고자 욕망한다. 어느 시대건 우리 존재는 불완전하고 영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보다 더 큰 존재에 속하고자 한다. 이 오랜 갈망은 상징적 신화의 뿌리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종교적 의식으로서 표현되기도 한다. 자연의 본성과 인간의 근원 찾기는 오랫동안 미술이 탐구해 온 주제이다. '성'과 '속'의 경계, 자연과 거룩함 사이의 유대, 내면의 영적인 흐름 등을 물질적 형식으로 담아내기 위해 고민해 왔다. 그 과정에서 갑작스레 맞닥뜨리는 숭고의 체험은 너무나 거대하고, 두려워서 언어로 표현해 내기 버겁다.

백병기_오울랑카_가변설치_혼합재료_2012
백병기_의식의 끝에서_돌, 스티로폼, 석고붕대_가변설치_2013

백병기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태고의 비밀을 품은 유적, 거대한 숲 등의 이미지를 자연과 인간 그리고 영적 세계와의 연결고리로 가져온다. 그것을 탐색해 가는 여정은 성찰을 향한 순례길이 되기도 하고(「오울랑카-북녘의 숲에서」) 때로는 인간의 흉포함을 참회해야하는 순간(「일각고래의 하루」)이 되기도 한다. 「일각고래의 하루」는 실은 잔혹한 풍경이다. 인간과 자연이라는 두 세계의 질서가 주체와 대상의 관계로 풀어지기 때문이다. 고래 뿔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일각고래를 이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운명으로 내몰았다. 기실 고래의 뿔은 변형된 이빨에 불과하지만, 유니콘과 같은 신화적 아름다움이 인간의 소유욕을 자극시킨 탓이다. 그래서 백병기가 세상에 내놓은 일각고래의 뿔 한 무더기는 자연을 향한 인간의 폭력의 증거인 셈이다. 동시에 그 뿔은 다른 작품「의식의 끝에서」는 성스러운 제물이 된다. 허물은 명백하게 주체의 부재를 입증하는데, 그 부재의 흔적에 매달려 생명력을 잃어가는 뿔은 더 이상 아름답지도 날카롭지도 않다. 일각고래는 허물벗기라는 의식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이자 상징인 뿔을 제거하면서 새로운 존재로 변모한다. 비로소 자유의 공간 속을 유영하게 된 것이다. 언제 잘려나갈지 모를 수면 위의 빛나는 뿔과, 보이지 않는 심연의 무한한 자유라는 극단적인 대비에, 분리되고 모순된 우리 의식을 투영한다.

백병기_모아이_가변설치_혼합재료_2013
백병기_고래의 잠_가변설치_혼합재료_2013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이「오울랑카(북녘의 숲에서)」에서 시도된다. 현대인에게 감상의 대상으로 전락한 자연은 그저 하나의 기호로 소비될 뿐이다. 도시 너머의 숲은 더 이상 신성하지도, 공포감으로 휩싸인 숲도 아니다. 하지만 북극의 설원에서 긴 겨울을 견디며 생명을 이어온 오울랑카 숲에선 준엄함마저 느껴진다. 오래전, 인간은 나무를 고요한 지혜의 본보기로 여겼다. 우주의 근원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근원인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나무를 보면서 영성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냈다. 자연이란, 인간 존재를 각인시켜주는 또 다른 나와도 같은 존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북극의 바람에 맞서 온 몸 가득 눈을 품고 서있는 가문비나무 행렬은 성스러운 나무들의 축제를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초현실적인 감흥이며 모든 것을 압도하는 숭고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 오울랑카 숲의 나무들은 세상 한 가운데 서 있는 바로 우리 존재로 환원된다. 자연의 대상을 놓고 보았을 때, 일각고래의 뿔을 바라보는 탐욕의 시선과 오울랑카 숲의 나무를 대하는 숭고의 시선 사이엔 커다란 간극이 있다. 백병기는 이와 같이 대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분열된 시선에 대한 이야기 또한 들려주고 있다. 모아이 석상 두 개의 시선은 '응시하기'와 '돌려보기'이다. 전시장 높은 위치에 고정된 채 한 곳만을 보는 응시하기 시선과, 회전하며 전시장 사방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돌려보기 시선은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모아이 석상의 신화적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경건한 의식의 절차로 느껴지기도 한다. 관람객은 두 개의 모아이 석상 사이에서, 또 석상들과 관람객 사이에서 일어나는 겹치고, 엇갈리고, 미끄러지고 때로는 절묘하게 제대로 마주보기도 하는 다양한 시선과 그 경계를 경험하게 된다. ● 무엇이든 차고 넘쳐서 사람사이의 관계조차도 과잉인 오늘날은 그럼에도 '새 관계' 맺기에 몰두한다. 바로 이런 시대 한 가운데에서 백병기는 자연에 대한, 생명에 대한, 그리고 본질에 대한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의 순간을 가시적 상징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그것은 실존하는 존재의 본성과 신비를 밝혀 자연과 영적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식적 행위이며, 스스로 성찰의 단계로 이끌어가는 의식의 여행이기도 할 것이다. ■ 김현진

백병기_고래의 잠_가변설치_혼합재료_2013

고래는 바다 속에 사는 거대한 포유류다. 물에 적응하여 살아가기 위해 어류와 같은 변형된 겉모습을 지녔으나, 존재 깊숙이 사회성 강한 포유류의 특성을 간직한 고래의 모습은 인간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이 포유류의 수면 방식은 매우 특이한데, 뇌의 반쪽씩 교대로 잠이 들기 때문에 결국 늘 반절은 깨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변형된 겉모습 안에 존재의 근원성을 내재한 점, 언제나 깨어있다는 점은 인간의 멈추지 않는 사고 작용과 흡사하다. ● 인간 존재의 근원이 되는 생명의 힘은 인간의 쉼 없는 무의식의 흐름 속에 있다. 쉬는 듯 하지만 결코 죽지 않았고, 멈춰 있는 듯 하지만 늘 흐르고 있는 자아의 힘. 존재와 세계를 연결하는 이 뿌리는 고래의 그것과 닮았다. ■ 백병기

백병기_고래의 잠_가변설치_혼합재료_2013

Despite of today's tendency full of enthusiasm and desire, the wish to know the nature of life, death, and of beings also exist. Maybe the wish is even stronger. That is because our beings are incomplete and not permanent. Because of this, human beings wish to belong to what is larger than us. This long time wish gets connected with the symbolic myths sometimes, and gets connected with religious ceremonies that dominate human senses. Finding nature and the beginning of humans is what fine art has been discussing about. The boundary between holiness and world, the closeness between nature and holiness, and the inner spiritual flow, etc. have been the issues of the discussions. In the processes of discussions, the experience of holiness seems too big and scary to describe it in words. ● Baek byung ki brings images of disappearing animals, archeological heritages, humongous forests, etc. into the links of nature, humans, and spiritual worlds. The journeys of exploring them becomes a road for one's holiness ('At the Oulanka-north Forest'), or becomes a moment of repent a human's savagery ('A Day of Narwhal'). The reality of 'A Day of Narwhal' is crucial. That is because the story interprets humans and nature, the two worlds, as the lord and its objects. Humans as the lord ruling whales to take their horns, humans' desire has made the narwhals as the disappearing animals. Though the truth is that the horns of whales are transformed teeth, the mythic beauty like unicorns has stimulated humans. Therefore, the bundle of horns from narwhals that Baek byung ki's using in his artwork is the proof of humans' violence toward nature. At the same time, the horns are holy offerings in his work, 'At the End of the Ceremony'. The cover which clearly shows the non-existence of the real being, and the horn that is losing the power of its life because of the non-existence is no longer beautiful or sharp. Narwhals' getting-off-ceremony turns them into new beings by getting rid of their symbol and identity, the horns. The horns on the water that can be cut off at any time, and the no limit freedom under the water, the two opposites show our perceptions and perspectives that are distracted and awkward. ● Another perspective about the human and nature relationship is displayed in the 'At the Oulanka-north Forest'. Nature that is just an emotional being for humans in today's society is displayed only as a sign. The forest over the city is no longer a holy one or the forest surrounded with horror. However, the tree winning over the long winter in the North Pole is even respectful. Long time ago, humans considered trees as the role model of wisdom. Humans thought had spiritual ideas from the trees, the ones that are grounded on the universe and standing toward the sky. Such thought was possible because nature was considered as spiritual another self for humans that confirming existence of humans. The lined up spruce filled with snow from the North Pole wind remind of festivals of holy trees. That is a surreally emotionally moving moment, and holy experience that dominates everything over. At the moment, the Oulanka forest with the trees becomes the forest of our beings standing in the middle of the world. When seeing different natures with the same perspective, there are gaps between the desiring perspectives toward narwhals and the respectful perspectives toward the trees in the Oulanka forest. Baek byung ki is trying to tell about our distracted perspectives. The perspectives of two Moai sculptures are staring is of 'looking' and 'seeing by turning'. The 'looking' by the settled high position, and the 'seeing by turning' that distracts view points toward all around the exhibition room even feels like holy ceremony as they overlap with the Moai's mythic atmospheres. The audience experience between the two Moai sculptures, experience the variously overlapping, intersecting, sliding over, surprisingly meeting moments, and experience the boundaries of them. ● Today's society is overly full of everything, even relationships with people, but people still focus on to making 'new relationships'. In such time of era, Baek byung ki is trying to dig out the experiencing moments about nature, about life, and about the core character of the universe as supernatural ones through the visible symbols. That is a willing behavior to move forward to nature and spiritual world through existing nature and mystery of beings, and it is also a ceremonial journey to bring him into a meditating moment for holiness. ■ KIMHYUNJIN

Vol.20131002f | 백병기展 / BAEKBYUNGKI / 白丙基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