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OF BABEL

이정수展 / LEEJEONGSU / 李井洙 / photography   2013_1002 ▶︎ 2013_1008

(대표이미지)이정수_AFTER OF BABEL_대천_잉크젯 프린트_120×150cm_2012

초대일시 / 2013_100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_12:00pm~06:00pm

더 케이 갤러리 THE K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6번지 Tel. +82.2.764.1389 www.the-k-gallery.com

'텅 빔' 그 사이 멈춘 시선, '내 앞에' 유령이 살아있다. ● 이 정수는 전국을 찾아다니며 건설 중이다 멈춰버린 건축물을 대상으로 촬영했다. 이들 건축물은 현대자본주의욕망의 질서에서 도태되어 부도 처리된 건물들이다. 즉 한 번도 사용되지도 못한 채, 용도 폐기될 운명에 처한 것들이다. 무너진 바벨의 꿈처럼 건설되다만 건물은 그 결과 자연에 것도 사람에 것도 아닌 폐허된 풍경으로 방치되었다. 작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에서 인간들이 꿈꾸는 거대한 바벨의 욕망들이 전혀 실현되지 않고 그냥 게토로 변해버리게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정수_AFTER OF BABEL_김천_잉크젯 프린트_120×150cm_2013

오랫동안 멈춰버린 건축공간에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욕망이 들어있다. 그것은 실현되지 않은 채로 잠재하고 있는 어떤 욕망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얘기를 건네고 있다. 마치 이승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배회하는 유령들처럼 침묵 속에서 외치는 공허가 있다. 대부분 화면 가운데 정면을 응시하도록 정직하게 촬영된 건물들은 너무도 조용하다. 그러나 자꾸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한다. 그 목소리는 건설되다 멈춰버려 방치된 건물의 '텅 빔' 그 공허가 주는 슬슬함과 애잔함에서 온다. '굳게 다쳐진 문', '창문 없이 밖으로 뚫려진 건물의 몸통', '쌓다가 그만둔 벽돌', '건축자재의 흔적들', '마감하지 못한 외벽', '노출된 콘크리트'들은 공허하다.

이정수_AFTER OF BABEL_양성_잉크젯 프린트_120×150cm_2012

침묵속의 공허를 아직 실현되지 못한 무언가에 대한 외침이 있다. 그것은 좌절 된 꿈이자 실현되지 않은 욕망의 증거물이다. 이정수의 「바벨 이후」사진들은 이미 폐허로 진행되는 건물들로 더 이상 실현될 수 없는 폐기된 꿈처럼 우리의 욕망도 꿈도 어쩌면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어떤 힘에 의해서 폐허현장으로 변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동반 한다. 마치 유령이 떠도는 이상한 현장에 와있는 것처럼 음울한 공포에 노출된다.

이정수_AFTER OF BABEL_영월_잉크젯 프린트_120×150cm_2013

이 정수 사진의 매력은 '건설되다 중단된 건물' 그 자체에만 있지 않다. 그 건물과 더불어 주변의 텅 빈 공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 있다. 그는 건물 주변의 작은 사물들에 주목한다. 차 없는 도로, 그 주변에 줄지어서 팔려나가기를 기다리는 사철나무들, 녹다 남은 눈, 도로 중앙에 치워지지 않은 돌들, 텅 빈 전화박스, 버려진 의자와 탁자, 막자란 풀숲사이 텃밭, 인적 끊긴 길, 그 곳에 버려진 듯 서있는 가로등, 그리고 과장광고 분양현수막. 그것들은 방치된 건물주변의 공허함을 더욱 극대화 한다. 작가는 전략적으로 대상을 중립적으로 바라보도록 프레임워크 했다. 건물전체에 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 주변의 불필요한 대상을 프레임 밖으로 밀어냈지만, 그 공간에 어쩔 수없이 함께 끼어드는 그런 작은 것들의 세부를 배제하지 않았다. 즉, 전체를 보면서 세부를 응시하게 만든다. 방치된 건물을 둘러싼 세부적인 디테일들 간에 주고받는'텅 빔'그 사이에 멈춘 시선이 있다.

이정수_AFTER OF BABEL_이천_잉크젯 프린트_120×150cm_2013

그 시선은 부분적 사물들의 단독적 형상이 아니다. 그것은 처음에는 확실히 드러나지 않다가 한번 보여 지기만 하면 온통 나를 휘감고 하염없이 바라보기를 강요받는 이상한 기운이다. '내 앞에' 유령처럼 떠도는 어떤 알 수 없는 뉘앙스, 세부의 디테일이 전달하는 공허감이다. 작가가 건물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간의 여백을 두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다. 렌즈의 왜곡과 과장된 원근감을 줄이면서 화면의 평면성을 유지하는 중립적 시선의 결과다. 작가의 프레임워크는 버려진 채로 덩그러니 놓인 건물을 주 피사체로 삼으면서도 더불어 주변사물들이 스스로 말하게 만들었다. 대상이 뿜어내는 침묵의 목소리, 텅 빈 공간의 공허를 속절없이 강화시키는데 일조했다. 이런 작은 세부들은 의도적으로 보기 이전부터 이미 그곳에 있었고, 지금 여기로 와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이정수_AFTER OF BABEL_장호원_잉크젯 프린트_120×150cm_2012

관람자는 사진의 세부요소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서 사진에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진에서 무언가를 보지만 결코 다 보지 못한다. 세부의 어떤 대상들은 내가 의도적으로 보고 싶어 보는 것이 아니다. 우연히 나에게만 보여 드러나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욕망과 어떤 접점에서 만나는지 눈을 감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이정수의 「바벨 이후」사진들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내 앞에 떠도는 유령으로 되살아나는 그'불안'을 응시할 때만이 침묵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이정수_AFTER OF BABEL_지리산_잉크젯 프린트_120×150cm_2013

여기서 부도 처리된 건설이 어떤 이유로 중단되었는지 그 원인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그보다 이정수의「바벨 이후」사진들은 자본주의 경제 질서 속에서 근본적인 질문들: 내가 꾸었던 과거의 꿈이 지금도 실현될 수 있는 것인가? 나의 욕망은 내 것인가? 그 욕망은 정말 실현될 수 있는 것인가? 나의 욕망을 실현시키려고 요청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다. ■ 이영욱

Vol.20131002h | 이정수展 / LEEJEONGSU / 李井洙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