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연구 - 어두운 대낮 MIDDAY DARKNESS

안중경展 / ANJOONGKYUNG / 安重京 / painting   2013_1004 ▶︎ 2013_1015

안중경_인간연구_캔버스에 유채_112×145.5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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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팔판동 115-52번지) B1 Tel. +82.(0)2.737.4678 www.gallerydos.com

비재현적으로 재현된 감각의 형상 ● 이번 전시는 2012년'인간연구- If the skin has emotions'전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안중경에게 피부는 뇌와 같이 독립적으로 사유하며 생명력을 갖는, 그 자체가 감각하는 존재이다. 이를 전제로 예술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는 것은 지금까지 변함없는 연구과제로 이어진다. 차이점은, 이전에는 얼굴 안에 형상을 고립시켰다면 그 영역은 이제 얼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체의 영역은 전신으로 확장되고 세계와 연결된다. 인물이 보여주는 동작과 외부의 공간, 더불어 일상의 소품들을 등장시킴으로써 그 전에는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던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더 많아진 이야깃거리와 함께 연성된 피부는 무한한 확장성을 가지고 몸과 세상과의 경계를 허문다. 통섭의 과정처럼 어두운 대낮이라는 제목에는 시간과 공간, 실재와 가상, 신체와 정신의 교호작용을 내포하고 있다. ● 안중경은 예술을 통해 인간의 진실에 다가가려 한다. 어쩌면 인간이 노출된 피부를 갖고 두 발로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우연적이고 무의미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우주의 수많은 것들 중 하나의 잡동사니에 불과할 수도 있는 인간이란 존재는 혼돈 그 자체이다. 이러한 풀리지 않는 물음으로 인해 작가는'인간연구'를 과업으로 계속 이어나가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다지 독특하다고 할 수 없는 존재일 수 있음은 작가를 인간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한다. 그는 대상을 눈으로 만지며 보이는 것과 보일 수 없는 것 사이의 상호 간 맞물림을 표현한다. 그 경계면에서 인간의 현재를 두르고 있는 피부는 독립적인 자아관념을 가지는 존재로 기억과 감정을 가지고 변형되며 외부세계와 연결되는 것이다.

안중경_인간연구_캔버스에 유채_145.5×97cm_2012
안중경_인간연구_캔버스에 유채_145.5×97cm_2013
안중경_인간연구_캔버스에 유채_145.5×97cm_2014

표현을 위해 선택된 인간은 그 당시 작가가 느낀 감정의 이끌림에 의한다. 가까운 사람이든 전혀 모르는 사람이든 작가에게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단지, 겉으로 보이는 인간의 물질적 외피는 작가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고 해체와 재조합을 거쳐 역설적인 닮음을 갖는다. 하나도 닮지 않았으면서도 너무나 닮아 있는 것이다. 형상은 마치 보이지 않게 행사되는 압력에 굴복해 있기나 한 것처럼 끊임없이 표피에서 벗어나려고 하며 자신의 육질을 드러낸다. 신체를 펼치고 흩뜨리는 수축과 팽창, 긴장과 이완의 작용은 하나의 리듬이 되어 캔버스 안에서 질료화(Materializing)된다. 우리가 작품 속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색과 음영 그리고 물감이 주는 마티에르(Matiere)뿐이다. 참을 수 없는 낯선 혼돈과도 같은 흔적으로 얼룩진 안중경의 작품은 피부의 감각으로 환원된 형상이며 그 스스로 존재한다. 이러한 정형과 무정형이 섞인 기괴하면서도 순수한 형상은 두뇌를 통과하지 않고 보는 이의 신경을 직접 건드린다. 비인간적인 존재가 된 감각의 집합체는 인간과 만물의 사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을 보여준다. ● 안중경이 인간을 화두로 내세우는 사유의 궤적은 예술이 나아갈 제 3의 길을 제시한다. 대상의 본질을 바라보고자 하는 작가의 통찰은 추상과 구상도 아닌 새로운 감각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순수한 감각의 주체인 피부는 유기적으로 화면을 덮어나가며 인간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외부공간까지 하나로 연결한다. 그 과정에서 신체가 가진 인간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로지 캔버스 안의 물질로만 남게 된다. 피부를 통해 지속적으로 생성(Becoming)되는 잠재적 운동들은 인간, 더 나아가 우주의 근원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표피가 보여주는 예민한 촉각작용은 일상의 경험을 초월하고 있으며 흔히 알아왔던 바깥 세계와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 김미향

안중경_인간연구_캔버스에 유채_145.5×112.5cm_2012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65.5×53cm_2013

'어두운 대낮'은 일식(solar eclipse)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물론 일식이 아니어도 날이 잔뜩 흐려서 해가 가려져 버리면 낮은 금방 어두워진다. 낮이 어두워져서 주위가 달라 보이면, '이대로 환한 낮은 없어져서 어두운 밤과 어두운 낮이 계속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이것은 꽤 오래 전부터의 기억이다. 식구들이 없던 어린 날의 어느 오후, 갑자기 어두워진 집 안이 이상해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으나 바깥의 세상도 어둠에 잠겨 있던 그 때 그 장면은 너무 낯설고 무서웠다. 그리고 그 때 그 장면은 가끔 꿈속에서도 반복되곤 한다. ● '인간연구'라는, 거창하지만 오래된 화두를 던져놓고 작업을 진행하면서, 나는 인간에 대해서 얼마나 더 알게 되었는지 스스로 궁금해진다. 시간이 더 지나야 지금 내가 얼마나 더 알고, 느끼고 있는지 깨닫게 되는 것일까. 반드시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그러나 어느 순간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과거, 현재, 미래의 내가 모두 연결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나와 다른 사람의 구분도 없어져 버리고 내가 어떤 동물이나 식물, 심지어 물과 땅과 하늘이 된 듯한 느낌 속에 잠겨 있을 때도 있다.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65.5×53cm_2013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65.5×53cm_2013

'어두운 대낮'이라는 제목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외딴 집』에 나오는 한 구절 속에서 인용한 말이다. ● "쇼군이 맡기신 죄인은 본래가 어두운 대낮이나 마찬가지로 모순된, 있어서는 안 될 존재일세." -P.113 『외딴 집』, 미야베 미유키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73×61cm_2012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73×61cm_2013

소설의 배경이 된 일본의 에도 막부 시기는 서양의 중세를 떠올리게 한다. 르네상스와 비교되면서 어두운 시기로 비쳐지는 중세 사회와 그 속의 인간은 내게 끊임없는 호기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대성당을 지어 올리고 마녀사냥을 하던 그 사람들과의 대화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 나는 우연처럼 세상에 존재하게 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그린다. 피부를 통해 사람을 들여다보던 기본 방식은 유지되고 있으나 전신 작업을 통해서는 한 인간이 세상과 만나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반응들이 조금씩 다른 형상으로 보여지고 있다. 내게 아직 중세는 끝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중간에 끼인 시기, 과거 회상적인 시기로서의 중세.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인간으로서의 내게 지금 세상은 여전히 중세이고 '어두운 대낮'과 같다. ■ 안중경

* 참고문헌 가와바타 야스나리 川端康成 『설국』, 유숙자 역. 민음사, 2011 미야베 미유키 宮 部 みゆき 『외딴 집』, 김소연 역, 북스피어, 2009 김훈 『黑山』, 학고재, 2011 성석제 『인간의 힘』, 문학과지성사, 2009 요한 호이징가 Johan Huizinga 『중세의 가을』, 최홍숙 역, 1995 오토 컨버그 Otto F. Kernberg 『경계선 장애와 병리적 나르시시즘』, 윤순임 외 공역, 학지사, 2008 도미니크 르스텔 Dominique Lestel 『동물성』, 김승철 역, 동문선, 2001 앙드레 지오르당 André Giordan 『내 몸의 신비』, 이규식 역, 동문선,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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