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저산 서울진경

조풍류(조용식)展 / CHOPOONGRYU / 趙風流 / painting   2013_1009 ▶︎ 2013_1015

조풍류_푸른밤의 여정-인왕산_캔버스에 호분, 분채, 석채, 금니_130×16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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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풍류(조용식) 채색화 사랑 카페_http://cafe.naver.com/art24

초대일시 / 2013_1009_수요일_05:00pm

부대행사 / 2013_1012_토요일_05:00pm 힐링국악 컨써트 "풍류한마당" 판소리_대금산조_아쟁산조_가야금병창_남도민요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6 www.grimson.co.kr

그를 처음 만난 건 바다였다. 몇몇이 작당하여 태안 앞바다에 통통배 띄우고 낚싯대를 드리운 자리였다. 어느 명창이 심청가 한 자락을 풀어내는데 그가 옆에서 추임새 넣으며 흥을 돋우었다. 소리꾼인가 했는데 그림을 그린다기에 '야메 화백'인가 하였다. 그날 밤 뭍에 올라 이슥토록 공차며 노는데 이 자의 발재간이 예사롭지 않았다. 음, 근수는 좀 나가지만 화가를 가장한 운동선수로구나. ● 그를 다시 만난 건 산이었다. 소리꾼들이 경기도 양주 산중턱 정자에서 한바탕 노는데, 그가 또 북채를 잡았다. 배 위에서 더듬거리던 솜씨는 그새 놀랄 만큼 늘어 소리와 북장단의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졌다. 일당들은 그날 밤 동네로 내려와 밥 먹으며 2라운드, 밥 먹고 3라운드에 돌입했다. 뽕짝에 팝송에 만담까지 오만소리가 날아다녔다. 그 와중에 기타를 뜯고 드럼을 두드리며 마이크까지 잡고 좌중을 흔드는 자가 있었으니 또한 그, 조용식이었다. 이제 보니 이 자가 '천하의 놀새족'이로구나. ● 그러더니 어느 날 신문에 그의 뒤통수가 나왔다. 두 개의 지면을 꽉 채운 대문짝만한 사진 한쪽에 그가 북채를 쥐고 앉아있는 게 아닌가. 정전 60주년을 기념하여 백령도에서 열린 통일기원 문화행사 마당이었다. 청바지 자유인이 의관을 갖추니 의젓했다. 이 자가 마침내 '전국구 딴따라'로 나섰구나.

조풍류_북한산의 노을_캔버스에 호분, 분채, 석채, 금니_80×100cm_2013
조풍류_북한산의 노을_캔버스에 호분, 분채, 석채, 금니_53×76cm_2013

갈수록 태산이요, 알수록 장강인 그가 결정타를 먹였다. 가을 단풍 지기 전 제대로 놀아보겠다기에, 오호라 드디어 딴따라공화국 놀새당수 취임기념 올림픽스타디움콘서트를 여는구나 했더니, 개인전이란다. 그것도 여섯 번째. 이 무슨 시추에이션인지 당최 알 도리가 없어서 수소문을 하여 수유동 아지트를 급습하였다. 볕 좋은 날 점심때였다. - 문을 열라. - 누추하오. - 비루한데서 예술 나는 법이오. - 그러하오면... ● 허, 들어서며 숨이 턱 막혔다. 화실의 벽 한쪽을 옆으로 4m에 아래위로 2.2m의 도봉산 밤풍경이 채우고 있었다. 짙푸른 밤하늘에 보름달이 교교했다. 통렬한 색채, 통쾌한 여백, 통 큰 생략... 간결한 화폭에서 요해불가한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뉴욕의 유엔사무총장 집무실에 이 자의 그림이 들어간 이유가 있구나. - 고수, 카수, 선수, 딴따라(대학생을 가르치는 훈장이기도 하다)... 본업이 뭔가. - 학교 다닐 때 껌 좀 씹었소. 그래도 돌고 돌다 보니 붓질이 딱 내 업이 되더이다. 아교에 갠 돌가루를 거친 붓으로 꾹꾹 눌러 그린다. 전매특허가 된 '벽화기법'이다. - 많이 보던 풍경이오. ● 그가 손을 들어 창문 너머를 가리켰다. 북한과 도봉의 연봉이 주르륵 흘러가고 있었다. 발 딛고 선 오늘을 소재로 삼았다는 뜻이렷다. 이번에 내놓은 작품들이 북한․도봉․수락․인왕․남산 같은 서울 산들의 밤낮과 사계인 이유다. 금가루를 써 그림은 어두울수록 우아하게 빛난다. 해바라기에 빠졌을 때 그는 치밀했다. 남도의 산하를 주유할 때는 부드럽더니 '이산 저산'에서는 품이 넓어졌다. - 부감을 버렸는가. - 그것이 버릴 일이오? 시선이 땅으로 내려온 데는 필시 곡절이 있을 터이다. 그러고 보니 요 몇 년간 그는 다양한 자들과 뒹굴며 놀았다. 놀며 세상과의 거리를 좁히고 사람 보는 눈이 깊어졌는데, 그러면서 그림의 지평을 확장한 것이리라. 놀이가 화업의 양분이 된 셈이다.

조풍류_도봉산의 가을_캔버스에 호분, 분채, 석채_130×220cm_2013
조풍류_방겸재인왕제색도_캔버스에 호분, 분채, 석채_33×41cm_2013

그의 대책 없이 대략난감통속뷁B끕딴따라뽕짝꽐라스러운 재능의 뿌리는 나고 자란 목포에 있다. 중학교 시절 미술선생님의 기타 소리에 홀려 미술실 문턱을 넘고, 대타로 나간 미술대회에서 덜컥 홈런을 때리고, 노래에 미쳐 그림에 빠져 홍대 앞을 휘젓고... 이런 풍류디엔에이는 무엇보다 전라남도 판소리 인간문화재이신 어머니 김순자 명창에게서 받은 것이 틀림없다. 스승 남천 송수남은 생전에 말했다. - 개성 넘치는 너의 재주를 보석처럼 아껴라. ● 조용식의 그림은 따뜻하다. 유치원 꼬마, 수퍼 아줌마, 택배 청년, 택시 아저씨, 동네치과 의사, 천주교도, 불교도, 회교도, 어부, 농부, 주부, 지리산 반달곰, 설악산 까치... 미국 사람과 우간다 사람까지 뒤돌아와 다시 볼 그림이다. 상처 나고 해진 이 땅의 풍경은 그의 손에서 다정하고 유순해진다. 높은 산 아래 나직한 집들은 식구들이 기다리는 안식처다. 깊은 밤 푸른 산 아래 반짝이는 노란 불빛에선 방방곡곡 다니며 자선공연을 펼치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러니 눈 덮인 산조차 포근해 보이는 것이다. ● 조용식의 그림은 경쾌하다. 고졸하고 근엄한 먹이 아닌 색색의 돌가루가 그림 재료다. 무거운 느낌의 돌이 채색을 만나 가볍고 유쾌한 재료가 됐다. 꽉 막힌 꼰대들을 조롱하며 날렵하게 핵심을 찔러 논점을 장악해가는 논객의 모습을 그의 채색에서 본다. 기성의 규율과 전통문법은 그에게 해체와 수선과 재조립의 대상이다. 타진과 모색의 단계에서 지금 그는 창조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는 조용식 화업의 유니버설조인트가 될 듯싶다.

조풍류_삼각산의 가을_캔버스에 호분, 분채, 석채_130×160cm_2013
조풍류_북한산의 봄_캔버스에 호분, 분채, 석채_122×190cm_2013

조용식의 그림은 치유다. 힐링 힐링 힐링... 새벽부터 오밤중까지 어딜 가나 힐링 타령이다. 타령이 지나쳐 스트레스가 될 정도다. 진짜 힐링은 우기지 않고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산 저산'의 그림들은 주장하지 않는다. 그림에 스민 치유의 기운은 작가가 여유와 안정을 찾았다는 뜻이고, 그림과의 갈등과 불화를 끝내간다는 의미다. 주변을 품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 그의 畵名은 '조풍류'다. 한번 뿐인 세상 제대로 한번 푸지게 놀고 가자는 의지일 테다. 그가 말한다. - 나는 그림을 그리고, 스케치 여행을 떠나고, 음악을 만나고, 북과 장구를 배우고, 어설프게나마 악기를 만질 때가 가장 진실하고 행복하다. 난 내 그림과 음악에 어떤 막연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다. 음악이, 그리고 저 그림들이 나를 구원해 줄 거라는 희망이 있다. ● 격정은 음악이 되었다, 열정은 그림이 되었다. 왼쪽엔 어화세상 펼쳐 놓고 오른손엔 붓을 든 '초절정수퍼울트라A끕캡숑잡것' 하나가 인수봉 아래서 세상을 향해 군불을 지피고 있다. 가을비 내리는 날 조풍류를 꼬셔 낮술 한 사발 해야겠다. ■ 안충기

Vol.20131009a | 조풍류(조용식)展 / CHOPOONGRYU / 趙風流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