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ma Fantasia

민지희展 / MINGIHI / 閔智凞 / sculpture   2013_1009 ▶︎ 2013_1019

민지희_Sufficent Body_세라믹, 나무_158×45×2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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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도 GALLERY YIDO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191 이도 본점 3층 Tel. +82.2.741.0724 yido.kr

할머니환타지아 ● 1943년 가을, 곧 세상을 떠날 엄마와 7살짜리 아들이 문 하나를 두고 만나지 못하고 있다. 어린 아들은 엄마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불안감에 안절부절 못하고 마당을 빙빙 돌고 있다. 소년은 엄마를 보고 싶지만 집안 어른들이 보지 못하게 해서 방에 들어가지 못한다. 방 안에서는 마지막으로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29살의 나이에 어린 아들을 두고 생을 마감해야하는 여인, 이 여인이 나의 할머니다. ● 나의 할머니는 과거를 회상하는 아버지의 입을 통해 현재의 나와 함께 있다. 할머니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할머니가 쓰시던 유리찬장을 보며 20대의 할머니와 만난다. 유리찬장을 채웠을 물건들을 상상해 본다. 할머니의 욕망을 품어주던 유리찬장 속으로,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 아버지는 평생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사진 속 어머니에게 말을 걸곤 하셨는데 그 모습이 7살 소년이다.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멈춰진 시간이다. ● 얼굴이 없거나, 팔다리가 없거나 뭔가 빠진,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한 몸이 있다. 어릴 때 헤어진 부모자식이지만 서로의 상상 속에서 이어가는 인연이 있다. 불충분한 상황을 누가 함부로 불행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 것인가. ● 70년을 기다려 온 인형이 있다. 70년 후에도 여전히 인형으로 남아있을. 시간이 없는 공간에서 온 인형은 절대 늙지 않는다. 항상 같은 얼굴 표정으로, 보는 사람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인형은 변하지 않는 몸속으로, 시간이 정지된 세계로, 다른 사연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초대한다. 29세의 할머니와 46세의 손녀가 만났다. ■ 민지희

민지희_Doll_세라믹, 면_50×25×15cm
민지희_Dolls_세라믹, 면_50×25×15cm
민지희_Indigo Girl_세라믹, 면_160×70×30cm

당나귀 a short story ● 남들은 할머니를 당나귀 라고 했다. 뚝심 있게 일 잘하고, 순종하며, 의리 있다는 점을 들면서. 고집불통이라고도 했는데, 이건 할머니에게 잘 못 보였거나 어쩌다가 할머니의 자기보호본능을 무리하게 자극한 사람들의 얘기다. 좋다고 하건 나쁘다고 하건, 이건 다 할머니를 부리려 했던 남들 얘기다. ● 열네 살 때 두 살 어린 신랑에게 시집온 할머니의 풍성한 허벅지를 보고 시어머니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 후 시작된 육체노동은 집안 일은 물론 농사 일까지 끝이 없었다. 할머니는 한마디로 몸이었다. 그 몸이 감당해낸 양은 사실 경이적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도 다시 보면 결국 남들이 하는 얘기다. ● 할머니는 꿈을 많이 꿨다. 이건 남들이 잘 모른다. 할머니는 정작 그 꿈 속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냈다. 거기에 할머니의 얘기가 있다. 이 사실은 물론 남들이 잘 몰랐지만, 알았다 하더라도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거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 꿈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할머니 꿈엔 말 못하는 것들이 많이 찾아왔다. 할머니는 이들에게 말을 건다. 우리 서로 정 들여야지? 네~. 정든 것들이 죽거나 없어지면 하염없이 울었다. 그러나 죽거나 없어진 것들은 다시 할머니 꿈에 돌아온다. 일단 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면 영원히 그 곁을 떠나지 않는다. ● 손녀는 어려서 할머니를 많이 닮았다고 듣곤 했다. 외모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손녀도 할머니처럼 꿈을 많이 꾸고 그 꿈 속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내지만 이 사실을 두고 하는 말은 물론 아니었다. 어젯밤에 할머니가 꿈에 나왔다. 거대한 몸에 상처가 많다. 갓난 손녀를 내려다보는 할머니의 어깨 능선에서 뚝 뚝 우수가 떨어진다. 손녀는 오늘도 꿈꾼다. 손녀의 꿈에도 말 못하는 것들이 많이 찾아온다. 사랑을 준다. 다칠 걸 알면서. 우리 서로 정 들여야지? 네~. 할머니가 손녀를 만났다면 서로 알아봤을 거다. 할머니는 손녀의 아버지가 아홉 살 때 죽었다. 오.늘.도. 꿈.을. 꾸.어.야.지. ■ 홍진휘

민지희_Donkey_세라믹, 철사, 구리, 면_28×25×13cm

Grandma Fantasia ● Fall, 1943. A dying woman and her 7 year old boy were being kept apart by a door. The boy knew something was wrong about his mother and wanted to see her badly, but they stopped him. He could hear her calling out his name from the other side of the door. He went out into the front yard and started running round it again and again. The woman who was leaving behind this little boy for good was 29 years old, and she was my grandma. ● I never met her, but she is with me thanks to what my father told me. There is also in my possession her dark painted cupboard with glass doors. I meet her through this marvelously pregnant object. Which inspires me to imagine how she must have filled it and what it must have meant for her. It is a space of desire. And I open the glass doors to jump in. ● All his life whenever my father missed her and when things got tough, he would talk to her in the old photo. As a 7 year old boy, however. Time stopped for him. Fall, 1943. Not only for him, but also for his mother, who has never grown older. ● Certain bodies, though incomplete or severed, may be sufficient in themselves. Torn relations between parents and children at an early age may likewise be sustained through the powers of imagination on both parties. Who among us would dare to call it tragic only because things appear incomplete to our eyes. ● Imagine a doll that has been waiting for 70 years. This doll will still be the same after 70 years. It has come from a space without time, where things never age. Always with the same face it identifies itself with the viewer. To this world of changeless bodies, of frozen time, our doll invites all those willing to share a story of their own. The 46 year old granddaughter meets her 29 year old grandma. ■ MINGIHI

DONKEY a short story ● Grandma was a donkey. They said admiringly. For she worked so hard and was obedient and loyal. So they said. Grandma was a donkey. They said angrily. For she was stubborn and wouldn't listen. So they said. ● Grandma had been arranged to marry a boy two years her junior when she was fourteen. Upon seeing her sturdy thighs her mother-in-law shrieked with joy. From that moment her endless physical labor began. Not only household chores, but tilling the back-breaking rice paddies. Grandma became one awesome body. The amount of work that body produced was simply staggering. But this still doesn't really go beyond what they had to say about her. ● Grandma was a dreamer. This they didn't know. In fact she lived most of her life in her dreams. Even if they found out about this appalling fact they wouldn't have liked to admit it because they themselves mattered very little in her dreams. ● Instead, her dream world was filled with those which could not speak. To them she gave herself freely, gladly. She would ask: "Shall we get close, you and me?" To which they would reply: "But of course!" ● Grandma wailed for days on end when these companions died or ceased to exist. But after a while they, nearly all of them, somehow manage to return to her world. Once so loved by grandma they never want to leave her side for good. ● Granddaughter used to hear you look just like your grandma. She too was a dreamer, living most of her life in her dreams, but this obviously was not what they meant. ● Last night she saw grandma in her dream. The monumental body was scarred all over. Grandma was gazing down at newly-born granddaughter, and off her sloping shoulders came down a sea of melancholy. ● Today granddaughter is dreaming again. Her world too is filled with those which cannot speak. To them she is giving herself completely, lovingly-knowing very well the dangers involved. "Shall we get close, you and me?" "Yes, yes." ● Had grandma ever met granddaughter they would've recognized each other. Grandma died when granddaughter's dad was nine. ■ HONGJINWHI

Vol.20131010a | 민지희展 / MINGIHI / 閔智凞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