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Journey To Nothing, 없는 것으로

배설희展 / BAESEOLHEE / 裵雪稀 / painting.multimedia   2013_1010 ▶︎ 2013_1020 / 월요일 휴관

배설희_snapshot 12-05_캔버스에 목탄_116.7×91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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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010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CHEOUNGJU ART STUDIO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로 55 Tel. +82.43.200.6135~7 www.cjartstudio.com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는 2013-2014 제7기 입주 작가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를 개최한다. 릴레이 전시는 입주 작가 주요프로그램으로 기존작업과 함께 작가의 향방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입주기간 동안 제작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스튜디오와 외부에서 진행된 전시 및 개별프로젝트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번 릴레이전은 배설희 작가의 전시로 7기 입주 작가의 5번째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를 시작 한다.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배설희_the lines_종이에 목탄_150×350cm_2013

삶 한가운데의 죽음 ● 배설희의 최근 작품의 주제는 '없는 것으로(a journey to nothing)'이다. 온통 있음과 가짐, 독차지하기, 자기 앞에만 쌓아두기가 횡행하는 이기주의 사회에서, 없음이나 떠남이라는 부정적 개념을 이중으로 강조하는 것에는 다소간 초월적 자세가 느껴진다. 통상적으로 미술에서 초월적 자세는 관념주의와 결합하여 더 많은 소유나 지배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곤 한다. 억압적 일상으로부터의 거리두기, 즉 초월은 필요하지만, 초월 역시 소외와 왜곡을 벗어나기 힘들다. 초월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초월하게 되었는가? 어떻게 초월이 수행되었는가? 하는 필연적이고도 구체적인 이유가 더 중요하다. 아직 마흔이 안 된, 젊다면 젊은 작가의 초월적 자세는 그녀가 처음에 철학을 전공했다거나, 외국을 많이 떠돌아 다녔다거나, 의식적으로 작품 개념을 논리화 하면서 도출된 결과이기 보다는, 죽음에 직면했던 삶의 절박한 체험으로부터 왔다. ● 배설희는 '막연한 죽음이 아니라, 숫자화 된 죽음을 겪어 봤다'고 말한다.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몸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은 나를 타자처럼 관찰하는 버릇을 들게 하였다.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진 두 동물을 그린 「snapshot 12-03」처럼,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대칭 구조는 마치 거울상처럼 스스로를 대상처럼 바라보는 시점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동물이나 인간의 외형으로 재현된 몸은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가령 인체를 그린 12장의 그림은 같아 보이지만, 여기에서 몸과 마음은 '12번도 더 바뀐다' 반복 속에는 차이가 있다. 몸을 둘러싸고 있는 허공만이 변하지 않는다. 대칭적 구조의 작품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별하는데, 목탄으로 그려진 모든 작품의 빈 바탕이 변치 않는 부분이다. 젯소칠만 한 배경은 하늘, 허공, 우주공간, 여백 등, 무한한 공간을 연상시킨다.

배설희_snapshot 12-04_캔버스에 목탄_116.7×91cm_2012

배설희의 작품에는 허공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검은 형태가 지워지는 과정이 드러나 있기도 하다. 지움을 통해 마음을 비롯한 몸의 형태는 공(空)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모든 것이 공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흑백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작품은 부정과 긍정 간의 팽팽한 긴장관계가 있을 뿐, 하나의 결론으로 몰고 가지 않는다. 가령 영상작품을 보면 흐르는 물조차도 한번은 방향을 바꾼다. 인간은 시시비비를 가리기 좋아하지만, 모든 것은 양가적이고 역설적이다. 자연자체가 그러하다. 그래서 자연과 하나 되려는 모든 움직임들에는 초월적 경향이 발견되곤 한다. 배설희의 작품에서 여백은 부정적 힘을 보다 명백히 한다. 거울이 잘 닦여지면 작은 티끌도 더 잘 보이기 마련이다. 어둠이 밝음을, 죽음이 삶을 더 분명하게 하듯이 말이다. 작품 「portrait 13-01」은 위에서 내려오는 선들에 매달린 인물들을 꼭두각시처럼 연출한다. 작가에 의하면 그것은 인간을 얽어매고 있는 매트릭스이다. ● 우리는 보이는/보이지 않는 매트릭스 때문에 자유롭지 않다. 매트릭스는 몰론, 자신의 흔적을 없애버리고 싶은 충동이 작품 곳곳에서 발견된다. 무(無)에서 시작하여 몸과 마음을 지진계처럼 반영하는 파동을 거쳐서, 다시 무로 끝나는 작품 「the lines」는 고정액을 뿌리지 않고 전시장에 걸어두어 관객들로 하여금 지우기를 요구한다. 대지 위에 누운 여자의 몸은 산의 실루엣과 겹치면서, 구름과 안개에 의해 경계가 소멸되어가는 풍경(bodyscape)이 된다. 남자와 여자를 그린 듯 한 작품 「snapshot 12-04」은 마치 오래된 기억처럼 아래에서부터 흐릿해진다. 그러나 배설희의 작품에서 이런저런 사라짐은 비극은 아니다. 소멸이 있어야 발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품 「portrait 13-04」는 부정하는 기호(X)를 닮았는데, 무엇인가 사라진 자리에는 풀이 번성한다. 비워내기나 지우기는 부정어법을 넘어서 생성을 향한다. 지우기나 비워내기로 대변되는 망각은 기억보다 더 탁월한 사건이다. 망각은 지금 여기에 몰두할 수 있게 하며, 현재를 새로움으로 충전시킨다.

배설희_snapshot 12-03_캔버스에 목탄_65.1×100cm_2012

이는 호흡이나 배설의 과정과도 같다. 하얀 바탕에 검은 목탄으로 그려진 작품들은 마치 동양화처럼 한 획 한 획마다 응축된 힘이 발산되는 일필휘지의 선들로 가득하다. 재현이 원형이나 전형에 충실한 것이라면, 생성이란 몸이든 마음이든 이전의 것들을 내려놓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배설희는 도를 닦는 사람이 아니라, 작가이기 때문에 작품을 통해 내보낸다고 말해야 하리라. 작품 생산은 출산과도 비교 될 만하다. 수태는 이질적 타자와의 만남의 결과이며, 그것이 생명으로 완성되려면, 태아라는 타자가 모체 밖으로 완전히 빠져 나가야 한다. 작가에게 새로움이 가능한 동력중의 하나는 이러한 가상적 출산의 행위이다. 몸 밖으로 완전히 빼내지 못한 잔류물들이 매너리즘이나 슬럼프와 결합하면, 몸과 마음에 유령처럼 떠돌면서 비슷한 것들만 말하거나 그려댈 수밖에 없다. 자신과 가장 밀접할 수밖에 없는 예술은 스스로에게 고착되어, 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를 마치 자신에게 솔직하고 충실하며, 더 나아가 자신을 실현하고 있는 양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 그러나 제대로 완성된 작품은 작가의 몸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와 세상을 돌아다니며 소통할 수 있는 자생력이 있다. 작품 「snapshot 12-05」는 자연으로 현시된 개와 주체가 대면해 있는데, 자연이라는 타자의 기운을 흡수하고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타자와의 만남이라는 근본적 사건은 동일자를 근본적으로 변형시킨다. 배설희의 작품에서 타자와의 만남은 가벼운 유희가 아니라, 심각한 사건이다. 동일자의 타자에로의 개방은 죽음에 가까운 체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죽음은 물론, 오욕칠정의 전쟁터인 문제적 '나'로부터 빠져나와서, 자신을 타자화 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삶의 고양과 강화를 위한 이성적 성찰이기 보다는, 개인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죽음이라는 그림자였다. 죽음이라는 그림자는 삶을 더 환하게 비추었다. 죽음이라는 타자는 사유의 폭과 깊이를 더해 준 것이다. 그것은 삶의 끝이 아니라 그 한가운데에 있는 죽음을 직시하면서 가능했다. 죽음마저도 껴안은 삶에서, 죽음은 삶의 한 부분인 것이다.

배설희_portrait 13-04_캔버스에 목탄_113×113cm_2013

쌍둥이 분체와도 같은 죽음과 삶의 관계는, 작가로 하여금 보통사람보다 더 활기차 보이는 역설적 이유를 만든다. 그녀의 정신은 육체와의 대결에서 위축되지 않았으며, 작품은 이 싸움을 위해 증강시킨 정신력의 효과, 그 흔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몸과 마음은 하나', '몸은 정신의 집합체(용기)'라는 작가의 생각은 살기위한 신념이자, 작업에 대한 태도의 핵심이 되었다.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금욕주의적인 화면, 형태보다 큰 비중을 가지는 여백, 그리기만큼이나 지우기가 강조된 방식은 단순히 스타일의 문제를 넘어서, 예술과 종교 사이의 어딘가에 놓게 한다. 작품은 현재의 나를 이루게 한 여러 경험과 사고, 지각과 기억을 고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형시키고, 더 나아가 그 '대상이 애초에 없음을 아는 것'이다. 대상과 더불어 비워지고 사라지는 것은 바로 나이다. 나를 비운다는 개념은 예술보다는 종교들의 보편적 주제이다. 나를 비운다는 것은 단순히 포기나 박탈이라는 부정적 측면 보다는, 신비와 충만 이라는 긍정적 가치를 위한 자리 만들기 이다. ● 자기가 비워진 곳에 타자, 또는 절대적 타자가 자리하는 것이다. 배설희의 작품에서 이 타자는 자연, 또는 신과 유사하다. 작가의 모태 신앙은 카톨릭이지만, 한 종교에 빠지기 보다는, 모든 종교의 좋은 점을 믿으려 한다. 종교와 예술의 공통점은 타자, 즉 미지의 존재와의 만남이다. 예술은 종교처럼 '인류를 둘러싸고 있는 이상한 힘들에 대한 반응을 표현하는 수단'(니니안 스마트)이다. 조형언어의 측면에서 볼 때, 배설희의 작품에서 허공처럼 나타나는 빈 여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모리스 블랑쇼가 「문학의 공간」에서 '낮과 밤사이, 하늘과 땅 사이에, 그때부터 순수하고 순진무구한 영역, 모든 사물들을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고, 하늘을 그 텅 빈 자명성으로 볼 수 있는, 그리고 이 명백한 텅 빔 속에서 신의 소원함, 그 얼굴을 볼 수 있는 영역이 열리게 된다'고 말했을 때의 그 신비롭고 자유로운 공간을 예술과 종교는 공유한다. ■ 이선영

배설희_portrait 13-01_캔버스에 목탄_116.7×91cm_2013

Cheongju Art Studio is pleased to present the Relay Exhibition of the 7th 'Artist-in-Residence' for 2013/14. The Relay Exhibition is a major program for the residential artists show casing, featured the artists' direction along with him/her previous works. The exhibition consists of works from internal and external exhibitions and individual projects, centering on those created during the residential period. This is the 5th Relay Exhibition of the 7th A-i-R program, featuring the work of Bae Seol Hee, during her residence. ■ CHEOUNGJU ART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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