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풍경

하정수展 / HAJUNGSU / 河晶洙 / installation   2013_1012 ▶︎ 2013_1021

하정수_교동_소나무의자_포천 교동의 죽은 소나무에 설치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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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24시간

아산병원 아산갤러리 서울 송파구 풍납2동 388-1번지 Tel. +82.2.3010.6492 www.amc.seoul.kr

십수년 이란 시간 동안 한 사람을 보아왔다. 그리고 그가 그려낸 풍경을 보았다. 그러는 동안 세상은 많이도 변했지만, 그는 변한 것이 없다. 십수년 전 모습 그대로 그는 여전히 작가 하정수로 남아있다. 굳이 변한 것이라곤 양미간에 깊어진 주름과 새치라 우길 수 없을 정도로 밝게 희어진 하얀 머리카락만이 변했다면 변한 모습일 게다. 십수년 동안 하정수와 필자는 치열하게 서로 들여다보고, 이해하며 보내왔다. 그는 여전히 작가로 존재하고 있으며, 한 가정의 아비로서 의연하게 세월을 버티고 있다. 그리고 필자의 중요한 프로젝트에는 단골 게스트로 참여해 왔다. 특히, 경기북부 수몰 지역에서 5년이란 비교적 긴 시간을 수몰 지역 공동체 마을 재건이란 명분을 쌓기 위해 '포천도롱이집이주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대안공간 『문화살롱공』의 주역으로서 활동해 오고 있다. 그만큼 하정수는 작가 개인의 역량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의 문제, 당대 생활사나 사회적 문제에까지 폭넓은 관심과 참여를 통해 실천하는 예술가로서의 결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음은 매우 의미 깊다. 소위 스튜디오나 상업 화랑에 물든 편협한 그런 작가가 아닌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정직함이 물씬 풍기는 작가라 필자는 자랑하고 싶다.

하정수_바람을 본다_창틀에 아크릴채색(가평 자라섬 야외설치)_2010

바람을 본다, 風景 무엇이 더 필요한가. (A scene, what else is needed.) ● 풍경(風景)이란 바람을 본다는 의미입니다. 바람이란 움직이는 변화의 상징이듯 풍경 또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힘에 의해서 움직이고 변하는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개발이라 얘기하는 이 변화가 과연 좋은 쪽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고민해 봅니다. (하정수)

하정수의 작업은 눈에 보이는 이면(裏面)에 담긴 정직함에 그 가치가 깃들어 있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눈과 귀의 혼을 빼앗는 그런 작품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작가의 정∙∙즉, 겉치장보다는 내면에 축적된 힘을 바탕으로 견고한 조형미를 그려낸다. 그리고 그런 견고하고 강직한 힘 속에 은유의 미덕을 잃지 않는다. 십여년을 함께 해온 『바깥미술회』에서 선보인 작품 대부분은 그런 견고함을 바탕으로 혹한기의 북한강 변에 유유자적 은유의 풍경을 곳곳에 숨겨 두었음은 주지하는 바이다. "나는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그런 물성이 좋다. 그래서 단단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 스테인리스 강판이나 최근 사용하기 시작한 옻칠 작업이 그러하다." 최근 하정수는 옻나무의 수지를 정제하여 만든 옻칠 작업(나전칠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옻칠 작업을 하는 지인도 만나보고, 옻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옻칠 기법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는데 매우 매력적이다. 쉽게 변하지 않고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도 맞고, 평소 옻을 탄다고 생각했는데 천우신조인지 옻을 타지 않은 것도 좋고, 이질적인 재료인 슈퍼 밀러(스테인리스 강판) 작업과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매우 좋다." 어쩌면 변하지 않는 믿음과 정직함이 배어 있는 '옻칠'과 '스테인리스 강판'은 하정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과도 같은 존재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가 그려내는 풍경 속에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자연이 담겨 있으며, 그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다. 그러다 보니 하정수는 오랜 세월 손때 묻은 물건이나 소재에 관심을 보인다. "내 작업에서 낡은 창틀을 쓰는 이유는 낡은 질감을 좋아하기 때문이며, 습관인지 모르지만 낡은 것이 익숙하다. 사람의 손때가 묻고 닳아서 까지고 벗겨진 그런 질감이 좋다." 이렇듯 사람들이 오랜 세월 사용하다 용도 폐기된 낡은 물건에는 사람의 풍경이 담겨있다. 이렇듯 눈에 익숙한 풍경은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변하지 않는 세월을 담고 있는 사람의 흔적이 서린 풍경을 작가 자신의 작업 속에 슬쩍 개입시키는 탁월한 통찰력이 있다. "물건도 오래 쓰면 사용자의 혼이 깃든다는데 잘 쓰다가 낡거나 혹은 싫증이 나서 버려지는 것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 중에 창틀 작업을 하게 된 이유는 창하나 없는 지하 작업실에 어느 날 우연히 버려진 조그만 나무창틀을 발견하곤 주워 와서 창안에 내가 좋아하는 풍경을 그리곤 작업실 벽에 붙여놓고 좋아했던 경험에 의해서다." 이는 젊은 시절 삶의 궤적이 잘 묻어나는 말인데, 힘들었던 작가의 처지를 이렇듯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탁월한 능력은 필자로선 늘 부럽다. 누구에게나 시선이 머문 모든 곳에 이런 따스한 감성이 묻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정수는 자신이 그려낸 착한 풍경 속으로 모든 이를 정중히 초대한다. "프레임, 아마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의도와 마찬가지로 내게 보이는 모습 그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 혹은 싫어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내 시각으로 재단해서 내가 좋아하는 프레임을 통해 다른 이와 공유하고 싶다." 어찌 보면 이런 판단이 작가 자신의 프레임 속에 풍경을 가두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프레임 속에 작가 자신의 고통을 깨트려 나무에게 물을 주는 마음처럼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존재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면, 이런 풍경은 누구나 한 번쯤은 소유하고 싶을 것이다. "예술 하는 사람은 누구나 꿈꾸겠지만, 세상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독창적인 작업을 하고 싶을 것이다. 나는 2000년 초반에 쇠를 뚫어서 그림을 그린다든지 전기용접으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하정수_나무_나전칠기틀, 스테인리스_108×108cm_2013
하정수_억새_나무창틀, 스테인리스_53×85cm_2010
하정수_거울_나전칠기틀, 스테인리스_137×82cm_2013

지금은 나름대로 방안을 찾아서 작업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보호 안경도 쓰지 않고 용접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소위 '아다리'가 걸리면 각막에 화상을 입게 되는데 마치 눈 안에 모래를 뿌리고 비비는 것 같은 고통을 감내하면서 미련하게 작업을 했었다." 하정수의 나무 시리즈 연작은 마치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농부가 밭에 씨앗을 한 톨씩 심듯 전기 용접기를 통해 그려내는 작업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밭에 심어진 씨앗이 생명의 움을 트듯 용접봉이 녹아내려 그려진 나무에도 생명의 싹이 피어 무성한 숲을 이룰 때 사라졌던 새의 노래가 지르르~지르르~ 울려 퍼지기를 그는 희망하고 있는지 모른다. 한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십수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지만 내 생이 만난 기쁨의 이름 하∙∙ 그의 작품 속에는 인간의 손과 발이 어디에 쓰여야 하는지의 사용법이 들어 있고 하늘과 바람 그리고 별과 대화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리고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이 담겨 있다. ■ 박李창식

하정수_나는 눈을 감는다_버려진 나전칠기, 인쇄(가평 자라섬 야외설치)_2013
하정수_나무_액자, 스테인리스_54×46cm_2013

I've seen one artist over a decade and the landscapes that he created. The world has greatly changed during the time but he hasn't. Just like more than ten years ago, he still remains as an artist, Ha Jung-su. The deepened wrinkles on his forehead and the whitened hair would be the only ones that have changed. The Artist Ha and the present writer have spent years together intensely looking into and understanding each other. ● He still remains as an artist and is firmly holding out as a father of a family. He has participated in my important projects as a regular guest artist. Especially, Ha has conducted 'Pocheon Dorongyi Moving Project' for 5 years in order to rebuild the submerged community in the northern Gyeonggi-do province, and has long been playing a leading role in the Alternative Spaces 『Culture Salon Gong』. ● It is very meaningful that Artist Ha didn't just stay in his own personal capacities but is active as an artist and practitioner in the region with a wide range of interests and participation in the community matters, contemporary life stories and social issues. Ha is an honest artist who stands tall with his firm resolve and will. He is not the narrow-minded artist who has been influenced by so-called studios or commercial galleries. The true value of his art work lies in the sincerity. ● Ha portrays in his art the artist's INTEGRITY accumulated for a long period of time rather than the colorful rhetoric captivating the eyes and ears. In other words, he depicts the solid formative beauty out of internally accumulated energy rather than out of external decoration. And Artist Ha always balances the virtue of metaphors in his solidity and probity. Most of his art works, introduced in the exhibitions by 『Baggat Art Association』 that we have been together, have often shown the free and metaphorical landscapes on the banks of the northern Han River in winter. ● "I love the physical property of material that never changes over time. So I enjoy using the strong and unchangeable stainless steel or the lacquer varnish which I have recently picked up." ● Artist Ha has been recently spending a considerable length of time in lacquerware. "I've met people doing lacquer work, and I'm studying about lacquering techniques with the help from the experts. I found it very fascinating. I'm very happy because it is well suited to my preference for unchangeable, glittering and beautiful materials. I thought I was allergic to lacquer before, but I'm actually not. I'm also happy with the fact there is no chemical reaction between the lacquer and the super miller(stainless steel)." ● In some ways, I think 'lacquering' and 'stainless steel' which represent never-changing belief and integrity will be like the mirror of Artist Ha's inner self. Ha creates in his landscape the never changing nature and he makes no compromise in his attitude towards nature. In the same way, Ha shows great interest in items or materials used and soiled by handling for a long time. ● "The reason I use old window frames for my art work is that I like the old texture of them. I'm quite accustomed to old stuffs. It may have come from my old habit. I love the texture of a thing that has been soiled, worn out and flaked off by human hands." In the same vein, old things thrown away after being used long time contain the traces or stories of people. The sceneries familiar to the eyes are not gaudy or provocative. Undoubtedly, Artist Ha possesses a remarkable insight especially when he slips the human traces embracing the unchangeable and everlasting time into his art works. ● "People say when an item is used by someone for a long time, the soul of that person would rest in that item. I feel sorry and sad for a thing well-used but thrown away because it is old or the owner gets tired of using it. My window frame works came from my old habit. I used to find some small wooden frames abandoned and thrown over on road sides. I would bring them into my own small windowless studio in the basement, paint my favorite sceneries on them and feel really happy looking at them hung on my studio walls." ● This shows the artist's life path in his youth, and I am always envious of his outstanding ability to paradoxically express his adversities and hardships. It may not be easy to find this warm sensitivity in every place. However, Artist Ha politely invites everyone to his gentle and warm landscapes he created. ● "With the same focus of the people drawing or taking pictures, I would like to share with others my favorite frames after I re-construct them among the good or disagreeable ones in my own point of view." Some might say that the actual images of the landscape can be confined within the artist's own frames. However, I guess anybody would dream to possess one or more of the frames if they contain the beauty of existence which never gives up dreaming and also if they are ultimately created through the process of breaking the artist's own pain. ● "Any artist would dream to create something original that no one does in the world. I used to draw pictures by drilling metal or by electric welding in early 2000. Now, I'm working in my own method, but I was quite stupid at that time and got corneal burns from time to time while working with the welding tools without wearing any protective glasses. It felt just like rubbing my eyes with sand in them." ● His tree series are the ones with welding machines and he did them just like a craftsman embroidering stitch by stitch or like a farmer planting seed by seed. I guess it would be still painful for him now in the same way just as before. However, he may be dreaming of a day when the trees made out of the welding rod shoot out the bud of life just like the seeds sawed on the ground, form a rich and beautiful forest, and become full of birds long lost singing in them. ● More than ten years has passed since I began to see one artist and his works. The name of my delight Ha Jung-su! In his art there are directions how human hands and feet are used and soft voices from the sky, wind and stars whispering to one another. And there is also a way to see the world with crystal clear eyes. ■ Park Lee Chang-sik

Vol.20131012d | 하정수展 / HAJUNGSU / 河晶洙 / installation